11년 만에 다시… 우린 또 한 번 역사적 순간을 기록한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각오 다지는 방북 풀단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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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평양에서 다시 만났다. 2박3일 일정의 평양 회담에 동행한 청와대 출입기자 풀단은 또 한 번 역사적 순간을 기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평양에서 다시 만났다. 2박3일 일정의 평양 회담에 동행한 청와대 출입기자 풀단은 또 한 번 역사적 순간을 기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평양에서 다시 만났다. 4월과 5월 판문점 만남에 이어 올해에만 3번째다. 2박3일 일정의 평양 회담에 동행한 청와대 출입기자 풀(Pool·공동취재)단은 또 한 번의 역사적 순간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방북 취재는 풀단 선정부터 치열한 경쟁을 보였다. 11년 만에 평양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인 데다 당시보다 취재진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남북 실무회담 일정이 늦어지면서 회담 닷새 전인 지난 13일에야 방북 취재진 정원이 결정됐다.


청와대 기자단은 이튿날 오후 제비뽑기 추첨을 통해 풀단 명단을 확정했다. 펜기자의 경우 중앙언론 49곳 중 15개 매체, 지역언론은 37개 사 가운데 2곳이 선정됐다. 풀단은 방북 취재진의 매체명과 기자명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개개인의 얼굴과 이름 없이 ‘한국 기자’로만 취재한다. 풀단에 속한 A 기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만큼 각자의 생각보단 기자로서 사명감이 중요하다”며 “충실히 취재하는 게 풀단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취재를 위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프레스센터에 온 내외신 기자들. /뉴시스

▲평양 남북정상회담 취재를 위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프레스센터에 온 내외신 기자들. /뉴시스


이들이 평양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역사로 기록된다. 풀단은 현장에서 작성한 취재 워딩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프레스센터로 보낸다. DDP에 모인 내외신 기자 2700여명은 이 워딩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해 보도한다. 풀러(풀단 기자)들은 방북 전인 지난 15~17일 기자협회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평양정상회담 취재가 기대된다면서도 부담감이 상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풀단의 B 기자는 “현장 상황을 자세히 스케치하고 두 정상 등 주요 인사들의 발언을 정확하게 옮기는 게 우리의 임무”라며 “평양취재를 그토록 바랐는데 막상 선정되고 나니 잠이 안 올 정도로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체의 C 기자는 “풀단으로 뽑힌 순간은 기뻤지만 방북을 앞두고 다들 긴장하고 있다”며 “몸짓, 표정, 말투, 의상, 옷 색깔 등 회담장의 모든 게 기사가 되는 상황이다. 수습기자로 돌아간 마음으로 열심히 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풀단에 이름을 올린 D 기자는 개인적인 이유로 더 큰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 D 기자는 “방북 기간이 첫째 아이의 출산 예정일”이라며 “출산할 때 함께 못한다는 부담도 있지만, 작은 실수라도 큰 여파를 불러올 수 있는 현장이기 때문에 더욱 집중하자고 스스로 다짐했다”고 전했다.


지난 4·27 판문점 정상회담에 이어 평양정상회담에서도 풀러로 선정된 E 기자는 두 정상의 말 한 마디, 단어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기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 기자는 “‘~는 하다, ~도 하다’처럼 조사 하나만 틀려도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기자들이 받아쓰는 워딩이기 때문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남북이 같은 한국어를 쓰지만 사용법이 다른 단어도 있다는 걸 인지하고 적확한 뜻을 전달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F 기자는 이번 풀단 참여를 매체 간 취재경쟁을 잠시 멈추고, 기자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 F 기자는 “일반 취재현장에선 기자들 간 경쟁이 앞서지 않느냐”며 “이번엔 ‘코리아풀단’이라는 이름으로 역사를 기록하는 역할에 충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훗날 누군가 ‘기자로서 무엇을 보았냐’고 물었을 때 그 역사적인 순간에 내가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며 “평생 기억에 남을 취재현장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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