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기자 "청산 재건, 되긴 되나?"

블랙리스트 외엔 징계 없어
"이전 간부들 불편…" 호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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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과거 정권의 방송장악에 협력하고, 구성원들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등을 한 인사들에 대해 징계를 미루며 비판을 받고 있다. ‘청산 없이 재건 없다’는 입장을 보여 온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청산도 재건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MBC의 한 기자는 “지난해 말 최승호 사장이 오고 정상화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기를 기대했지만, 지금까지 ‘블랙리스트’ 이외에는 징계한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MBC의 또 다른 기자도 “(이전 간부들을) 복도나 로비에서 마주칠 때마다 화가 나고 불편하다”며 “위에서는 이런 불편함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MBC 인사위원회는 블랙리스트에 따라 사내 직원들을 인사에서 배제한 의혹을 받고 있는 신동호 전 아나운서 국장, 박용찬 전 논설위원 등 3명에 대해 지난 5월 해고 결정을 내렸지만, 사장이 이를 반려하면서 정직으로 경감했다. 블랙리스트를 직접 ‘작성’한 혐의는 중하게 본 반면, 보고를 받은 데 대해서는 그 연관성을 직접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경영진의 판단이었다. 내부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진술 과정에서 ‘보고받은 게 아니라 공유한 것’이라고 일관되게 잡아떼고 있어서 조사의 어려움을 겪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해 MBC에서 징계된 직원은 50여명. 이 가운데 14명이 해고됐지만, 성폭력과 외주사 갑질, 횡령 등 비리 사유(10명)가 대다수다.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는 작성자인 2명이, 세월호나 안철수 논문표절 등 왜곡 보도로 2명이 해고됐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하에서 정부 비판 기사를 왜곡 은폐하고 사내 직원들을 보도국 밖으로 몰아내는 등 불법 행위를 한 과거 간부와 실무진이 수십여 명에 달한 데 비해 소극적인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불거진 ‘채용비리’ 건과 관련해 결과 발표를 늦추는 데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 MBC는 지난 2012년 파업 이후 시용·경력 기자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이명박-박근혜 정권 실세의 추천서를 받아 채용하는 등 부적절한 과정을 거친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에 대한 조사는 지난 6월에 마쳤으나 두 달 만에 인사위가 열렸다가 정회됐고, 보름을 넘긴 11일이 돼서야 속개했다. 구자중 경영본부장은 “조사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고 몇 달간 여러 가지 확인을 하느라 늦어졌다. 이 건뿐만 아니라 대다수 조사들이 확인 과정을 거치다보면 빈번하게 미뤄진다”고 설명했다.


자진해서 사표를 쓰면 징계 없이 수리해준 데 대한 불만도 있다.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올해 사표를 낸 MBC 직원은 총 14명. 여기에는 블랙리스트 등 과거 정권의 부역자로 꼽힌 주요 인사들이 포함돼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감사 결과의 전면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MBC본부는 “책임자들을 사규에 따라 엄중히 징계하고 법적인 책임도 끝까지 물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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