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키우는 오보, '가짜 뉴스' 진원지 되나

가짜뉴스 논란 휘말린 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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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가 이미 임계점을 넘어 사회악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온 박광온 의원의 발언이다. 박 최고위원은 이번 정기국회 내 ‘가짜뉴스 대책법’ 통과를 강조하며 이 같이 말했다.


그야말로 가짜뉴스 홍수 시대다. 2016년 미국 대선을 거쳐 전 세계로 확산된 가짜뉴스(fake news) 논란은 어느덧 우리 일상까지 파고들었다. 국내에서도 2016년 말 탄핵정국을 거치고 조기 대선을 치르면서 핵심 이슈로 급부상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지난달 전국 성인남녀 121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34.0%가 유튜브로 가짜뉴스나 허위정보를 접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 3월 조사에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짜뉴스를 접한 적 있다는 응답자가 전체 1050명 중 69.2%에 달했다.


하지만 가짜뉴스라는 개념 정의부터 분명치 않다. 통상 학계와 언론계는 ‘거짓 정보’를 언론사 ‘기사 형식’을 빌어 유포하는 것을 가짜뉴스로 정의한다. 언론사가 생산하는 기사는 원칙적으로 가짜뉴스에 해당하지 않는다. 허위정보가 있으면 오보다. 그런데 요즘은 언론사의 오보, 왜곡보도, ‘찌라시’, 루머 등까지 다양한 형태가 가짜뉴스로 통칭된다. 언론재단의 지난 3월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4.7%가 언론사의 오보를 가짜뉴스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선정적인 제목의 낚시성 뉴스(83.7%)나 광고임을 숨긴 뉴스(80.6%)가 가짜뉴스라는 응답자도 상당수였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언론을 가짜뉴스의 생산자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실제 최근에도 언론 보도가 가짜뉴스 논란에 휘말린 사례는 많다. 지난달 24일 한국경제신문이 보도한 <“최저임금 부담” 식당서 해고된 50대 여성 숨져>란 제목의 기사가 대표적이다. 이 기사는 인터넷에 게재된 지 6시간 만에 삭제됐지만 ‘최저임금 때문에 자살’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내며 논란이 됐고, 정치권의 공방으로 비화됐다. 야당은 기사를 근거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고, 여당은 ‘가짜뉴스’라고 맞섰다. 한경은 닷새 뒤 정정·해명기사를 통해 “완결성이 부족”했음을 시인하고 사과하면서도 “가짜뉴스를 만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네이버에서 ‘가짜뉴스’를 검색하면 ‘한경 가짜뉴스’ ‘한국경제 오보’ 등이 연관 검색어로 뜨고, 유튜브 등엔 ‘최저임금 자살 사건이 실화’ 같은 영상이 여전히 남아 있다.


오보는 언론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가짜뉴스라는 오명을 덧씌운다. 가짜뉴스라는 말은 이제 ‘기레기’라는 말 만큼이나 자주 쓰이면서 언론을 공격하는 쉽고 강력한 무기가 됐다. 언론사가 가짜뉴스 진원지로 도매금 취급받는 것은 낮은 신뢰도 때문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8’에 따르면 우리나라 뉴스 신뢰도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꼴찌를 기록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는 전년 대비 20계단이나 상승했지만, 신뢰도는 여전히 바닥에 머물렀다.


언론을 믿지 않으니, 직접 다른 ‘화자’를 찾아 나선다.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언론을 신뢰하지 않고, 이념적인 위치가 다르면 거부하며, 자신의 확증편향을 도와줄 만한 유튜브 등을 믿거나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튜브에는 지라시처럼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가 넘쳐나고 허위사실이 진실로 둔갑하곤 한다. ‘뉴스의 탈을 쓴’ 이런 가짜뉴스들이 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되며 때론 언론 보도를 넘어서는 파급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가짜뉴스 문제가 심각해지자 국회에서는 일명 ‘가짜뉴스 금지법’이 잇따라 발의됐고, 유튜브와 페이스북도 가짜뉴스 등 각종 유해 콘텐츠를 근절할 대책들을 내놓았다. 유튜브는 지난 7월 가짜뉴스 퇴치에 2500만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고, 페이스북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허위뉴스 모니터링과 팩트체킹 확대 계획 등을 밝혔다. 하지만 허위정보를 걸러내는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회의적 시각도 있다. 가짜뉴스에 대한 수요가 ‘상수’로 있기 때문이다.


언론이 찾을 수 있는 해답은 결국 기본에 있다. 신뢰를 회복하고 떠나간 독자를 돌아오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우리 뉴스를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신뢰할 수 있게 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고 국가는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면서 “궁극적으로는 미디어 전반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중심으로 양식 있는 언론과 분별력 있는 독자들이 교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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