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당시 기무사 '계엄령 문건' 단독보도

[제335회 이달의 기자상 / 취재보도1부문] JTBC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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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식 JTBC 기자.

▲강인식 JTBC 기자.

JTBC는 올 초부터 ‘탄핵 국면과 촛불 집회’ 당시 ‘군의 병력 출동 검토 의혹’에 대한 취재를 시작했다.


국방부와 국회를 두루 알아보는 과정에서, 취재원으로부터 군 조직이 ‘촛불집회 당시 군 병력 출동 관련 문건’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를 토대로 추가 취재한 결과, 당시 국회 국방위 여당 간사인 이철희 의원실이 매우 의미 있는 자료를 확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따라 JTBC는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17년 2월 한민구 전 국방장관 지시로 국방부가 병력 출동 관련 문건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어서 ‘군 내부의 위수령 폐기 의견이 없는 것처럼 조작’한 문건들을 입수해 다음날 연속 보도했다(2018년 3월20~21일 4차례 보도).


그러자 “국회의원의 질의에 따라 국방부가 만든 문건을, 마치 군이 병력 출동을 스스로 검토한 것처럼 왜곡 보도했다” “군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반론이 나오기 시작됐다. 우리는 이미 이 문건이 의원의 질의와는 전혀 상관없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한 상태였지만, 보다 확실한 ‘물증’이 필요했다.


4개월여 간 이어진 취재 끝에, JTBC는 7월5일 ‘실행 의지가 분명히 담긴 것으로 보이는 계엄령 문건’, 즉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을 보도하게 됐다. 문건은 광화문에 공수부대를, 여의도에 기계화사단을 투입하고 국회를 무력화시키는 계획을 담고 있었다. ‘전두환의 보안사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 바로 그 ‘실행 계획’이었다.


JTBC는 ‘물증 없는 소문’이나 ‘첩보’ 수준으로 제기됐던 ‘촛불집회 당시 군의 계엄령 검토 의혹’을 공식적으로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기무사의 월권적 ‘계엄령 검토’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문재인 대통령은 JTBC 보도 직후 해외 순방 중임에도 ‘국방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는 특별수사단’을 구성하도록 명령했다.


무엇보다 우리 보도는 ‘군의 정치 개입’이라는 오래된 문제의식을 ‘기무사 개혁’이라는 실천으로 이어지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덧붙이자면 JTBC의 ‘기무사 계엄령 문건 보도’를 가능케 한 동력 중 하나는 ‘우리 보도에 대한 수많은 공격과 반론’이었다. 그런 공격들로 인해 우리는 취재 내용을 더 예리하게 다듬을 수 있었다. 그리고 더 정확하고 파괴력 있는 팩트에 접근할 수 있었다.


우리 보도로 인해 촉발된 계엄령 문건 수사와 기무사 개혁은,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 JTBC는 이 과정에서 성실한 관찰자이자 시민의 감시견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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