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대세인 건 아는데…" 방송사들이 고민에 빠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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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만의 문제가 아니다. 페이스북에 이어 유튜브, 넷플릭스까지 ‘글로벌 유통 플랫폼’의 전방위적인 공세가 심상치 않다. 급변하는 방송 지형 속에서 빠르게 적응을 해나갈 것이냐, 시장 잠식 우려에 대안을 찾을 것이냐, 언론계는 두 방향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전국의 20세 이상 성인남녀 12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4.2%가 유튜브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39.5%가 ‘거의 매일’ 접속하며, 10명 중 9명(90.7%)은 1주일에 하루 이상 유튜브를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광고주들도 유튜브를 선호하고 있다.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유튜브의 올 상반기 동영상 광고 매출은 1169억원. 249억원에 그친 네이버와의 차이를 5배 가까이 벌렸다. 그야말로 ‘대세 플랫폼’이다. 그간 네이버나 포털의 유통 시장잠식에 고민을 해온 방송사들이 유튜브에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다.



대다수 방송사들은 뉴스프로그램과 디지털 콘텐츠에 한해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정호 YTN 플러스 모바일프로젝트팀장은 “뉴스는 공적영역이기 때문에 다수가 보도록 서비스 차원에서 ‘라이브’와 ‘다시보기’ 모두 공개하고 있다”며 “YTN의 경우에는 일찌감치 ‘유튜브 자동화 업로드 시스템’을 구축해 이미 4년 전부터 뉴스를 유튜브로 노출한 만큼, 타사에 비해 뉴스 동영상 수가 월등하게 많다”고 말했다.


YTN이 지금까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은 37만개. 누적된 콘텐츠가 방대해 검색 기능도 월등하다는 설명이다. 서 팀장은 “5년 전 아무도 유튜브에 관심을 갖지 않을 때, YTN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미래에 중요한 플랫폼이 될 거라고 생각해 먼저 시장에 뛰어들면서 아카이브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현재 누적조회수 20억뷰, 구독자수는 80만명 정도로 언론사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오는 10월 ‘24시간 유튜브 뉴스 시스템’을 공개할 예정인 JTBC 또한 유튜브에 공을 들이고 있다. ‘뉴스룸’과 ‘정치부회의’ 등 방송 뉴스는 라이브를 계속 하되, 중간에 빈 시간을 소셜라이브와 자체 디지털 콘텐츠로 메우겠다는 계획이다. 이승녕 JTBC 디지털뉴스룸 부장은 “디지털 자체 콘텐츠를 중간중간에 넣어서 시청자 입장에서 JTBC TV와 달리 색다른 채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디지털 공간에서는 가볍고 쉬운 콘텐츠만 좋아할 거라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실제로 정통탐사에 대한 반응이 좋은 만큼, JTBC만의 색깔이 담긴 디지털 전용 콘텐츠를 키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비디오머그와 스브스뉴스 등 독자브랜드를 키워낸 SBS도 유튜브를 적극 활용하는 움직임이다. 두 브랜드의 콘텐츠를 구독하는 유튜버는 50만여명. 이주상 SBS 디지털뉴스랩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페이스북 조회수가 떨어진 반면, 유튜브에 대한 네티즌들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유튜브에) 방점을 찍게 됐다. 스브스뉴스는 본래 카드뉴스가 기반이었기 때문에 올해부터 영상위주로 전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디오머그의 경우 30대 남성 비율이 높고 시사이슈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스브스뉴스는 20대 여성의 소구력이 높아 정보성이나 문화 트렌드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해 노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S의 경우에는 유튜브에 24시간 뉴스를 서비스하고 있는데 이어, ‘온라인 독점 KBS LIVE’ 코너를 별도로 두고 방송 뉴스에 담지 못한 내용이나 기자회견, 촬영 현장 등을 실시간으로 전하고 있다. 또 ‘TV보다 리얼하게 케이야’ 이름의 디지털 전용 콘텐츠를 개발해, 젊은 유튜버를 끌어당기고 있다. 김태형 KBS 디지털 주간은 “페북은 내리막 혹은 정체된 반면, 유튜브는 상승세다. 당분간 유튜브의 대세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자체 플랫폼이 아닌 유튜브로의 종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네이버나 다음과 달리 저작권이나 각종 규제에서 자유로운 만큼,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만 나올 가능성과 함께, 가짜뉴스를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체 플랫폼 개발이나, 언론사간의 협업을 통해 대응책을 찾아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김태형 KBS 디지털 주간은 “유튜브에 100만뷰 이상 나온 인기 콘텐츠를 보면, 더 정성들여서 심층 취재한 기사가 많은데도 영상이 재미있는 것 위주로 소비되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뉴스 영상을 유튜브에 많이 올리고 있다. 당장은 좋을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지 따져봤을 때 공영방송으로서 맞는 길인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서정호 YTN 플러스 모바일프로젝트 팀장도 “브랜드 채널이 살아남으려면 시청자로부터 ‘발견의 기회’가 많아야 하는 만큼, 유튜브라는 새로운 언어를 외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도 “유튜브가 중요한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면 의도를 갖고 정치적인 이슈몰이를 할 수 있는데, 감시할만한 방안이 없는 게 우려스럽다”고 답했다.


서 팀장은 “YTN뿐만 아니라 언론사들은 ‘유료화 구독자 모델’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유튜브는 창구이지, 완전히 메인이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승녕 JTBC 디지털뉴스룸 부장도 “유튜브를 신경쓴다는 건 다른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현재 대세인 외부 플랫폼에 압도적이고 우월적인 지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되, 자체 플랫폼도 함께 단계적으로 키워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MBC의 경우에는 지난해 말 최승호 사장 취임 이후 뉴스 콘텐츠 외에도 주요 시사프로그램을 통째로 노출하는 등 파격적인 유튜브 정책을 폈지만 올해 거둬들였다. 대신 자체 플랫폼 강화에 주력하는 움직임이다. 정홍대 MBC 매체전략국 그룹유통전략부 부장은 “뉴스를 포함해 ‘PD수첩’이나 ‘100분토론’, ‘스트레이트’ 등의 시사프로그램은 공공재 가치라고 판단해, 자체 앱이나 웹을 통해 다시보기 서비스를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며 “<MBC뉴스> 앱 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예능 등이 담긴 전체 <MBC TV> 앱도 내년 상반기 개발을 목표로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SBS도 내년을 목표로 <SBS뉴스> 앱을 개편할 계획이다. 이주상 SBS 디지털뉴스랩 대표는 “노후화된 뉴스 앱을 하반기부터 개편해나갈 생각”이라며 “유튜브로 유통되는 콘텐츠를 키워서 나름의 협상력을 갖추되, 앱 개발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SBS는 뉴스 뿐만 아니라 1~2년이 지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다시보기 서비스를 전체 <SBS> 앱과 웹에 무료로 오픈하는 방식으로 자체 플랫폼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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