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때보다 지금이 1000배 즐겁죠, 근데 힘든 게 1만배라… 하하"

[기자 그 후] (7) 이태희 벅시 공동대표 (전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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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분야 스타트업 벅시의 이태희 공동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회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년 간 한겨레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 지난 2015년 퇴사, ‘공유경제’에 기반한 스타트업을 꾸려 창업 3년째를 맞고 있다.

▲모빌리티 분야 스타트업 벅시의 이태희 공동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회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년 간 한겨레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 지난 2015년 퇴사, ‘공유경제’에 기반한 스타트업을 꾸려 창업 3년째를 맞고 있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포맷의 서비스를 만들어냈다는 게 제일 중요하죠. 이윤 추구도 있지만 이전에 없던 상품, 서비스로 사회를 바꿔나가는 게 기업의 사회에 대한 가장 본질적인 공헌 아닐까요.”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한 건물 내 공유 오피스에서 만난 이태희 벅시(BUXI) 공동대표에게 회사 자랑을 부탁한 터였다. 공유경제 기반의 이제껏 없던 서비스로 세상을 바꾼다는 자부심. 버스(BUS)와 택시(TAXI)의 합성어를 회사명으로 하는 이 기업은 버스처럼 여러 명이 함께 이용하되 택시처럼 원하는 곳에서 탈 수 있는 교통 서비스를 제공한다. 승합차를 공유, 1인당 2만원 가량에 서울·경기지역과 인천·김포공항을 오갈 수 있다. 여느 스타트업 대표 같지만 이 대표는 20년 간 한겨레 기자였다. 마흔 다섯에 자신의 회사를 꾸리고 세상에 기여하는 방식을 바꿨다. 이 대표는 기자 때보다 행복하냐는 질문에 “천 배는 즐겁다. 그런데 만 배는 힘들다”며 “꿈을 현실로 이뤄가는 게 제일 큰 기쁨”이라고 했다.


2015년 10월. 이 대표는 “정말 하고 싶었”고 “가슴 뛰는 경험”이었다던 기자 일에 작별을 고했다. 1995년 스물 다섯에 입사한 한겨레는 첫 직장이었다. 수습을 마치고 국제부에서 근무했다. 외교부에 출입하다 2000년 디지털부(IT부)를 맡았다. 2004년 산업 쪽에서 삼성·LG전자 등을 담당했고 이후 퇴사 때까지 10여 년 간 정치부에 몸담았다. 대표이사 비서실에서도 일했다. 이 대표는 “이태희라는 이름으로, 브랜드로 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제 주도의 아이디어로, 제가 만든 계획으로, 제가 만든 토대에서 이전에 없던 걸 만들어보고 싶다는 게 끊임없이 저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었다”고 덧붙였다.


돌이켜 보면 온통 도움이 된 시간이었다. 출입처인 포털에서 창업 주역들과 자유롭게 토론하고, 반도체·휴대전화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국내 대기업의 안을 들여다봤다. 언론사란 기업에서 사업을 주도해 본 경험도 자양분이 됐다. 특히 2010년 미국 조지아공대 연수에서 ‘공유경제’에 관심을 키운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인터넷과 IT미래를 직접 보고 싶어서 공대로 연수를 갔어요. 뉴욕에서 ‘오큐파이 월스트리트 운동’이 있었는데 PC기반 P2P 같은 개념이 모바일 피어로 진화하는 순간 이동성의 극한인 교통 쪽에도 큰 변화가 일을 거라 봤습니다. BBK담당 기자로 에리카 김 후속 취재 겸 서부를 오가며 ‘핫’하던 아이템도 많이 체험했고요.”



연수 후 복귀한 그는 회사업무 짬짬이 사업 구상을 구체화하는 힘든 작업을 꾸준히 병행한다. 2015년 10월 말 법인 설립 후 5개월의 준비 기간, 2016년 4월 서비스 출범과 운영 안정화까지의 1년 그리고 현재까지, 만만했던 시간은 없었다. 렌터카를 중계사업자이자 플랫폼을 통해 공동 임대한다는 희소한 사회적 경험 자체가 난관이었고, 기사 딸린 승합차 운영을 위해선 11~15인승이 돼야 하는 규제가 합법 유권해석을 받는 과정도 녹록지 않았다. 난관마다 이 대표는 베테랑 기자의 면모로 이를 돌파했다. 평창 올림픽 당시 올림픽 조직위가 만든 공식 교통안내 앱 ‘고 평창’에 주문형 교통서비스 사업자로 참여한 게 대표 사례다.


“올림픽 때 국토교통부가 여러 모빌리티 실험을 해보려고 했어요. 그때 조직위에 찾아가서 설득을 했죠. ‘외국인이 한국을 찾았을 때 정작 쓸 수 있는 호출서비스가 하나도 없다면 우리를 IT강국이라고 생각하겠나. 거기다 우리는 한중일영 다국어 서비스고 공항 베이스’라고 했어요…타이밍과 야마를 잘 잡은 건데 기자 감각이죠. 빨리 상황을 판단하고 정리하는 게 실제 경영에서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제 벅시 설립 3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두 배를 넘었다. 앤젤, 시드 펀딩을 넘어 시리즈A 펀딩을 준비하는 투자단계. 동남아와 일본 현지 파트너와 제휴를 진행 중이고 회사 식구는 어느새 열일곱이 됐다. 이 대표는 “현재까지 20억 투자가 이뤄졌고, 50억 추가 투자를 일으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은 달라졌지만 여전히 언론계 후배들이 자주 찾는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이직, 전직, 창업 고민을 털어놓는다. 청춘이라 할 시기 전체를 언론사에서 보낸 그로선 남일 같지 않다. “기자를 그만 두는 순간 행위에 대한 잔인한 평가가 나와요. 돕기도 하고 노골적으로 방해도 하고. 준비가 잘 됐는지 묻고 3년 뒤 모습을 많이 생각해보라고 해요. 모험은 어려워지지만 전 청년보다 10~20년 사회 경륜·네트워크를 가진 사람이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봐요… 노력에 따라 가장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직업이 기자인데 현실 때문에 힘들어하죠. 자신을 조직논리에 맡기지 말고 내 생각을 확고하게 가져갔으면 합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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