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MBC 재판거래 의혹 규명해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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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22일, MBC <뉴스데스크>는 ‘대법원, 업무 과부하…상고법원이 대안이다?’ 라는 아이템을 4분 17초 동안 방송했다. 평균 방송 아이템 길이에 비하면 상당한 분량이다. 상고법원 도입을 주장해 온 대법원 입장이 반영됐다. 다만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형식적인 균형은 취하려 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보도를 전후로 벌어진 일들이다.  


무슨 이야기일까? MBC 보도 다음날인 7월23일, 대법원은 ‘권재홍 앵커 부상’ 보도 재판과 관련해 1·2심 결과를 뒤집고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해당 보도가 전체적인 맥락에서 그 내용의 중요 부분이 객관적 사실에 합치하는 만큼,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명백히 MBC 경영진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었다.


문제의 보도는 이른바 ‘권재홍 허리우드’ 보도로도 불린다. 2012년 5월17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파업에 한창이던 당시, <뉴스데스크> 정연국 앵커는 “어젯밤 권재홍 앵커가 퇴근하는 도중 노조원들의 퇴근 저지를 받는 과정에서 신체 일부에 충격을 입어 당분간 방송 진행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배현진 앵커는 “권 앵커가 차량 탑승 도중 노조원들의 저지 과정에서 허리 등 신체 일부에 충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당시 MBC 경영진은 박성호 MBC 기자회장을 해고하는 등 기자회 집행부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이것은 명백한 말장난이었다. 당시 MBC 노조 조합원들과 권재홍 앵커의 사이에선 그 어떠한 직접적인 신체 접촉도 발생하지 않았다. 권 앵커가 발급받은 병원 진단서에도 직접적인 물리적 접촉으로 인한 충격이라는 내용은 적시되지 않았다. 1·2심 재판부가 <뉴스데스크>의 보도 내용을 허위로 판단하고, 정정보도와 배상을 주문한 건 지극히 당연한 결과였다.


정연국과 배현진의 앵커멘트는 언론학 교과서에 실릴 만한 사례다. 노조원들이 직접적으로 폭력을 휘둘렀다고는 쓰지 않았지만, 누가 들어도 그렇게 인식하게끔 문장을 썼다. 진실을 왜곡하기 위한 전형적인 수법이다. 언론인이라면 써서는 안 되는 문장이다. 그런데도 2015년 7월의 대법원은 1·2심 결과를 뒤집었다. 명백한 말장난이자 왜곡보도가 ‘객관적 사실에 합치한다’고 판결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MBC <이브닝뉴스>에는 상고법원 신설을 주장하는 대법원 양형위원장 출신의 법조인 인터뷰가 7분이나 방송됐다. 당시 보도본부장 김장겸은 대법원 양형위원을 겸직하고 있기도 했다.


그래도 여기서 끝이라면, 이 모든 일들이 다 ‘우연’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진상의 일단이 드러나고 있다. 2015년 6월,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관련 신문·방송 홍보전략’ 문건에서 MBC가 ‘뉴스플러스’를 통해 상고법원을 홍보할 계획임을 밝혔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 문건에는 보도의 소재와 시기, 접촉 시기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었다. 2015년 7월 작성된 문건도 유사한 내용이 나타난 바 있다. 실제 MBC 보도와 일치하는 내용이다.


그래서다. 이것이 단순히 우연일까? ‘양승태 대법원’과 ‘김장겸 MBC’가 판결과 보도를 주고받는 은밀한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사실이라면 너무나도 중대한 문제다. 법원행정처 문건을 보면 최소한 MBC 보도를 앞두고 대법원과 MBC가 접촉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떤 형태로 접촉이 이뤄졌고, 그 접촉에서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등이 상세하게 밝혀질 필요가 있다. 당시 해고된 박성호 기자회장은 ‘대법원 판결문은 제 독해력의 범위를 벗어났다. 차라리 이념이나 세계관이 다른 판결이었다면 독해 자체는 쉬웠을 것이다’라고 술회했다. 엄정한 진상 규명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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