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마주한 포털 '중징계·봐주기' 줄타기

뉴스제휴평가위 징계수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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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이 집중됐던 조선일보에 대한 제재는 48시간 포털 노출 중단과 재평가로 일단락됐다. 중징계와 봐주기라는 시각이 공존하는 이면에 포털의 막강한 지배력이 새삼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스제휴평가위라는 외피를 입은 포털이 조선일보를 제재함으로써 포털에서 헤어날 수 없는 언론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뉴스제휴평가위에서 뉴스 제재 심사를 담당하는 ‘제2소위(제재소위)’는 지난 13일 정례회의를 열고 포털 제휴매체가 아닌 연예매체 기사를 자사 기사인 것처럼 네이버와 카카오에 송출한 조선일보에 대해 포털사 내 모든 서비스 48시간 노출 중단과 재평가 제재를 결정했다. 조선일보는 이에 따라 이 달 넷째 주 주중 이틀간 포털 노출을 중단하고, 오는 8월엔 재평가 심사대에 오른다. 



그동안 제휴평가위에선 48시간을 넘어서는 노출 중단 징계를 내린 적이 없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제재가 중징계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언론계가 포털이라는 플랫폼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48시간 노출 중단은 큰 타격일뿐더러, 조선일보의 명예 역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크게 실추돼서다. 반면 벌점과 비교했을 때 조선일보를 ‘봐준 것’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벌점이 유난히 높기 때문이다. 제재소위 위원들에 따르면 조선일보의 벌점은 네이버 59점, 카카오 73점에 달했다. 원칙대로라면 보름 안팎으로 노출 중단을 할 수도 있는 수준이었다.  


실제 제재소위에선 조선일보의 벌점은 그대로 인정하되 어느 수준의 징계를 내릴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보인다. 제재소위 A위원은 “규정을 보면 24시간 노출 중단의 경우 ‘경고를 받은 매체에 대해’라는 문구가 있어 경고 과정을 거쳐야 노출 중단이 된다는 식으로 시비가 있었는데 그렇게 되면 24시간 노출 중단도 못 가는 거 아니냐, 사안에 비해 징계가 가볍다는 반발이 있었다”며 “점수대로 제재를 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그것 역시 포털의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징계가 너무 크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결국 제재소위 위원들은 24시간, 48시간, 72시간 노출 중단을 선택지로 논의를 했고, 이 중 24시간 노출 중단 의견이 아슬아슬하게 많아 이 안건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했다. 징계가 감면된 것이기 때문에 제휴평가위 규정 제 16조 5항에 따라 출석위원 2/3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했다. 24시간 노출 중단은 그러나 부결됐고 다시 48시간 노출 중단이 안건으로 올라와 10명 이상의 위원이 손을 들어 통과됐다.  


제재소위 B위원은 “3자 전송 금지의 취지가 저널리즘 품질이 낮은, 정상적으로 유통되어서는 안 되는 기사를 다른 옷을 입혀서 유통시키는 걸 막자는 것인데 이번 내용이 실수라는 데 위원들이 공감했다”며 “한 번 실수로 인해 인지 전까지 실수가 반복될 수밖에 없어 경미한 과실로 큰 결과가 나왔던 점, 즉각적으로 실수에 대해 인정하고 시정한 점, 포털 역시 즉시 인지하고 조치하지 않아 책임이 있었던 점 등이 모두 감안이 됐다”고 말했다.


홍준호 조선일보 발행인 명의의 소명서도 영향을 끼쳤다. 제재소위 C위원은 “조선일보 소명서를 보면 잘못을 인정했고 송고 중단 같이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등 자세가 확실했다”며 “잘못을 인정했으니 논의도 비교적 쉽게 끝났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앞서 연예매체 ‘더 스타’의 기사를 조선일보 이름으로 제3자 전송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지난 4일 더 스타의 포털 전송 중단 및 정기간행물 등록 취소를 결정했다.


반면 형평성의 관점에서 이번 징계가 옳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제휴평가위로부터 제재를 받았던 한 매체 관계자는 “우리에겐 제재 규정대로 벌점에 맞는 징계를 적용했으면서 조선일보엔 그대로 적용하지 않은 게 억울하다”며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우리에게만 가혹한 징계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포털 생태계에서 기인했음에도 포털 책임론이 대두되지 않는 것을 지적하는 이도 있었다. 경제지 한 부장은 “포털이라는 최대 뉴스 시장에서 자기 영향력이나 포털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언론사들이 무리수를 두곤 하고, 조선일보도 그런 케이스로 볼 수 있는데 이 같은 구조를 만든 포털은 제휴평가위의 뒤에 숨어 있다”며 “씁쓸하다. 제휴평가위를 통해 책임의 외주화가 완전히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제재소위 위원들이 포털과 조선일보의 ‘쌍방과실’을 인정하면서 포털에도 모니터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게 됐다. 다만 대비책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제재소위 D위원은 “조선일보 사례를 보면 매체가 분사하며 제3자 기사 전송이 발생했는데 이런 경우 언론사가 먼저 얘기를 하지 않는 이상 포털이 바로 알 수는 없다”며 “포털이 정기간행물 등록 등을 일일이 조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단순히 정기간행물 등록 여부만 놓고 제3자 기사전송을 파악하기도 힘들다. 등록만 하고 운영은 하지 않는다고 항변하면 바이라인과 양사 간의 관계 등을 면밀히 살펴볼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제휴평가위 사무국에선 제3자 기사 전송과 관련해 일부 매체 사례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현황 파악에 머물러 있다. 다만 사무국에선 향후 지속적으로 개선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제휴평가위 사무국 관계자는 “모니터링 같은 경우 계속 방식을 바꾸고 있고 대비책 역시 내부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대외적으로 신고나 제보를 위한 공식적인 외부 소통 창구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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