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들에게 '맘충 발언' 한국경제 부장, 논설실 전보

기자협회·여기자협회 한경지부 "언론인 자질 의심케 하는 말"... 한경 기자들 "감사·대응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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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기자들에게 ‘맘충’과 같은 혐오 발언을 해 논란이 된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간부가 보직에서 물러났다. 한국경제는 지난 17일 인사를 통해 해당 간부를 논설위원실로 발령했다. 편집국 A부장은 기자들에게 “아무리 잘 교육받고 고상한 일을 하는 이들도 맘이 되면 다 벌레가 된다”, “여성의 가슴이 음란물이 아니면 뭐냐” 등의 성차별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한국여기자협회 한경지부·한국기자협회 한경지회·한국경제신문 바른언론실천위원회 등은 지난 12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 부장이 ‘맘카페 갑질’ 기사를 발제한 기자에게 “너도 맘충 같은 행동 안 할 거라고 장담하지만 결혼해서 애 낳으면 아무리 많이 배웠어도 여자들은 다 그렇게 되는 묘한 게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편집국의 상당수에 해당하는 여성 기자 전체에게 모욕감을 안겨주는 발언이자 언론인의 기본 자질을 의심케 하는 말”이라며 공개 사과와 회사의 중징계,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


이어 “A부장의 왜곡된 성 의식과 편향된 시각으로 인한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A부장이 부서회의에서 ‘카풀앱 이용자를 노리는 성범죄가 있다’는 보고에 “여자애들이 겁도 없이 남의 차를 타고 다닌다”고 말하는가 하면, 검찰 내 미투 운동을 다룬 기사에는 “조직 내 여성 비율이 30%를 넘어가면 문제가 생긴다”는 내용을 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부장은 지난 13일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며 “과장된 것”이라고 일축했으나, 사측은 즉각 경위 파악에 나섰다. 감사팀은 사건 당사자 등 관련자들의 진술을 청취한 뒤 16일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고 논설위원실로 전보 조치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한경 한 기자는 “성명이 나간 뒤 사측이 이례적일 정도로 빨리 감사에 착수하고 인사위까지 개최해 신속하게 대응을 했다”며 “이번 결정과 관련해 현재로선 기자들 사이에서 추가적인 대응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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