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목민'이 몽골 언론을 바꾸고 있다

[기자협회 대표단 몽골 방문기] 윤홍우 서울경제 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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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불법체류자로 12년을 살았다. 10년은 자수공장에서, 2년은 웨딩홀에서 일했다. 타지에서 향수를 달래기 위해 라디오 방송을 시작했다. 이후 몽골로 돌아가 민영 라디오 방송국을 세웠고, 이 방송국을 재난방송 시스템까지 갖춘 몽골 내 주요 방송국 중 하나로 키워냈다. 몽골의 민영 방송국 ‘MGL RADIO TELEVISION’을 이끄는 수렌삼 사장 부부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다.


몽골을 방문한 한국기자협회 대표단이 칭기즈칸 국제공항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몽골을 방문한 한국기자협회 대표단이 칭기즈칸 국제공항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다양한 디지털 뉴스와 페이스북 등을 활용한 ‘보이는 라디오’까지. 프로그램 곳곳에는 ‘한국색’이 묻어났다. 국내에 거주하는 3만 5000여명의 몽골인들이 페이스북을 활용해 이 라디오 채널을 즐겨 듣는다고 한다. 대형 방송국처럼 화려한 시설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부부의 열정으로 일궈낸 라디오 방송국의 모습은 한국 기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


정규성 기자협회장을 비롯한 한국기자협회 대표단이 몽골기자협회 초청으로 지난달 21일부터 일주일간 몽골을 방문했다. 지난 2014년 양국 기자협회가 교류를 시작한 이후 두 국가 언론인들 교류는 매년 이어지고 있다. 이번 방문에서도 몽골의 언론인들은 한국 언론인들을 뜨겁게 환대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몽골의 하늘만큼이나, 꿈틀대는 몽골의 언론 시장을 보는 느낌도 신선했다.


1990년대 이후 자유언론이 싹 튼 몽골에는 현재 언론 관련 회사만 450여 개가 있고, 4700여 명의 기자들이 일하고 있다. 몽골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며 새로운 언론사들도 속속 생기고 있다. 전통의 미디어들이 위기를 겪고, 디지털 콘텐츠를 갖춘 발 빠른 미디어들이 언론 시장을 파고드는 모습도 한국과 흡사했다.  


드넓은 초원 한 가운데에서도 몽골인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뉴스를 읽고, TV를 시청하고, 라디오를 들었다. 스마트폰이라는 플랫폼은 거대한 몽골의 영토를 하나로 연결하고 있었다. 전통적으로 유목민이었던 몽골인들이 이제는 완벽히 ‘디지털 노마드’화 된 것이다.


한국기자협회 대표단은 이번 방문에서 몽골 최대 국영방송국인 ‘MNB(Mongolian National Broad caster)’를 비롯해, 몽골의 대표적인 영자신문 ‘UB 포스트’를 발행하는 ‘몽골뉴스그룹’ 포털 사이트 ‘고고’ 등 다양한 언론사들을 방문했다. 신문과 방송은 새로운 수익원과 콘텐츠를 찾는데 분주했고, 신흥 미디어들은 디지털 뉴스와 캐릭터 사업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통해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었다. 생존을 위한 고민이 한국 언론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포털사이트와 언론사의 경계, 저널리즘의 영역이 모호한 부분 등은 앞으로 몽골 언론이 풀어야 할 숙제로 보였다.


만다흐바야르 몽골 기자협회장은 “다양한 국제교류를 통해 몽골 기자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기자협회가 많은 힘이 되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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