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건강에 위험할 가능성 있다면, 국민은 알 권리가 있어요"

'라돈 침대' 단독 보도, 강청완 SBS 정책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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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청완 SBS 정책사회부 기자.

▲강청완 SBS 정책사회부 기자.

라돈(Rn). 원자번호 86번의 비활성 기체 원소. 학창 시절 원소주기율표를 달달 외울 때나 한번쯤 불러보았음직한 이 이름이 지난 한 달여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무색무취의 방사성 물질이며, 담배 다음 가는 폐암 원인으로 꼽히는 이 위험한 녀석이 ‘나오지 말아야 할 곳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라돈침대’라는 자동검색어를 만들어낸 이 사건은 지난 5월3일 SBS의 첫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대진침대 일부 모델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검출됐다는 보도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그러나 더 경악할만한 반전은 보도 뒤 1주일 만에 나온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중간 조사 결과였다. 거칠게 요약하면 “내부 피폭에 대한 기준이 없으니 문제가 있다고 할 순 없는데 그렇다고 안전한 건지는 모르겠다”는 게 요지였다.


모나자이트라는 원인 물질까지 직접 밝혀낸 취재팀은 황당했다. “우리 취재가 틀리지 않았다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다른 언론들은 원안위의 엉성한 보도자료를 더 신뢰하는 눈치였다. ‘SBS 기자가 기사를 잘못 써놓고 억지를 부린다’, ‘애꿎은 기업 하나 죽인다’는 원성이 들리는 듯 했다. 당시 기자회견장에서 원안위의 발표 내용을 반박하며 질문을 던지던 강청완 기자는 “역적으로 몰리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방송의 파급력을 알기에 취재 단계부터 과거 ‘쓰레기 만두’ 파동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더 신중을 기했다. “위험을 과장할 필요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건강에 위험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면 국민이 알 권리가 있다”는 게 문제의식의 출발이었다. 방법은 빈틈없는 확인 취재뿐이었다. 그리고 역시, 팩트는 힘이 셌다. 원안위의 1차 조사 결과는 바로 뒤집어졌고, 국무총리가 사과했다. 문제의 매트리스는 전량 회수되어 추가조사와 후속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결과가 정정되기까지 ‘악의적 보도’ 운운하는 공격을 받으며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기본’을 다시금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다. “결국 기자에게 가장 큰 힘은 올바르고 명확한 취재의식과 탄탄한 취재뿐인 것 같아요. 외부의 수많은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우리 취재가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거든요. 취재를 많이 한 놈은 이길 수 없다는, ‘기본’을 다시 배웠습니다.”


“뉴스가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네임카드에 적어둔 문장을 기자 생활 7년차에 ‘제대로’ 실감했다. 요즘도 매일 아침 라돈침대 관련 제보나 문의 이메일에 답장을 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는 강 기자는 이번 사건이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되어선 안 된다며, 어느 출입처를 가든 관심을 놓지 않고 주어진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러기 위해 기자의 ‘야성’부터 일깨워야 한다. “팩트 앞에서 깐깐하게 따지고, 필요하면 자료를 다시 내고 조사도 다시 하게끔 하는 게 기자의 역할인 것 같아요. 기자들이 많아지면서 기자의 가치가 낮아졌는데, 계속 의심하고 따져 묻는 야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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