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마지막 관문 '어디까지가 근무인가'

데스크 대기, 카톡지시, 뻗치기 등 경계 모호한 기자 업무
근무 인정 여부 '부서장 승인'에 달려… 노사 협의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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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최대 근무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드는 새 근로기준법이 오는 7월 300인 이상 신문사에 적용되면서 기자 근무시간 산정과 관련한 기준 마련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직무 특수성을 이유로 간과돼 온 기자 개인별 근무시간이 중요해지면서 어디까지가 근무인지부터 쟁점이 되고 있다. ‘사회적 공기’인 언론사가 법 취지를 선도하는, 어떤 현실적인 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주 52시간 근무 관련 경향신문 TF에선 식사시간과 퇴근 후 회사 카톡 지시에 따른 일처리 시간 등을 근로로 봐야할지 논의가 있었다. ‘당연히 근무시간’이라는 의견과 ‘사전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인정한다’는 입장이 엇갈렸다. TF는 합의안을 내지 않았고, 노사 협의로 공을 넘겼다. ‘어디까지가 근무인지’는 주요 쟁점 중 하나다. 경향 노조 관계자는 “지금도 회사가 전화해 이런 것도 업무로 봐야하냐고 물어볼 정도”라고 말했다.


앞서 조선에선 점심시간이 근무시간인지를 두고 일부 부서에 지침이 있었지만 기자들 반발에 중단됐다. 박준동 조선일보 노조위원장은 “잠깐 논란이 있었고 부서별 모색은 있는 것 같다. 회사방침은 확정된 게 없다”고 했다. 한국경제는 편집국 운영 가이드라인에서 취재원과의 공식업무는 근무시간 활용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연장근무는 회사 공식승인을 얻은 후 실시토록 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임박하며 기자 업무 경계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된 단면이다. ‘근무시간 산정’이 중요해지면서 ‘어디까지가 근로인지’를 판단하려는 논의가 따라붙는 모양새다. 핵심은 ‘이런 상황’을 기자 근무시간으로 볼 수 있는지, 만일 ‘이런 상황’이 업계 일반적인 관행인데 법 취지와 충돌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부다.


큰 틀에서 보면 1)취재원과의 식사시간 2)근무시간 외 취재 3)이동시간을 포함한 출장 근무 4)대기 시간으로 볼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근무인정 여부 등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좀 더 구체적으론 홍보담당자를 만나는 점심·저녁 시간은 근무시간인가, 스포츠·문화부 기자의 야구경기·공연 관람은 근무인가, 미국 출장 시 법정근무시간을 곧장 초과하게 되는데 해법은 뭔가, 데스크의 대기시간·기자의 뻗치기 같은 근무시간은 어떻게 봐야하나 등의 질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 11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근무시간 해당 여부 판단 기준 및 사례’와 복수의 노무 전문가에게 문의한 결과 일부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이 확인된다. 핵심은 사전 또는 사후 “사용자(부서장)의 승인”이다. 이는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돼 있는 시간”임을 분명히 하는 절차가 된다.


특히 법 시행을 앞두고 이뤄질 앞으로 “노사 간 협의”가 중요하다. 노동부 역시 이를 강조했다. 출장과 관련한 이동 시간 등에 대해 노사 간 합의로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고, 노사 합의가 필요한 간주근로제를 거론했다. 노동부는 “노동이 사업장 밖에서 이뤄져 노동시간 산정이 어려운 출장의 경우 8시간 등으로 정해지는 ‘소정 근무시간’이나 ‘통상 필요한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법 내용을 제시했다. 장영석 언론노조 법규국장은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노사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취지가 많이 읽힌다”고 평가했다.


앞으로의 협의 핵심은 앞서 언급한 개별 사례들이 근무시간에 해당하는지를 노사가 함께 판단하는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1), 2), 3), 4) 범주 아래 놓일 수많은 개별 케이스에 대한 노사 간 입장은 주 52시간 관련 협상 전반의 분위기를 결정할 수도 있다. 그 결과가 기자들의 실제 근로환경과 직결된다.


언론노조 등에서 공식 반대 입장을 밝힌 ‘간주근로제’ 등이 현실적인 안으로 거론되는 바 2), 3), 4)와 관련해선 좀 더 복잡한 노사 논의가 이어질 수 있다. 종합일간지 노조 한 관계자는 “간주근로제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업무별로 몇 시간으로 칠건지 얘기가 돼야 연장근로 문제도 정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장·대기시간 등에 대한 근무시간 산정 과정에서 실제 소요한 시간보다 1/2, 1/3시간 등을 근무한 걸로 보는 간주근로제 합의가 언론 현실에 더 가깝다는 인식이다.


김성중 노무법인 유앤 노무사는 “분쟁이 있을 때 사측은 간주근로대응을 할 거고 노동자 입장에선 입증 어려움이 있다. 방치한다고 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케이스별로 노동강도, 밀도를 고려해 ‘몇 시간으로 보자’고 정하는 게 이해접점을 찾는 방법이라 본다”고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근무시간 산정이 인력충원이란 근본적인 해법과 함께 맞물려야 한다는 것이다. 김유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대표노무사는 “교섭 시 인력확충을 선언적 문구로 넣었다면 이젠 특정 기간까지 몇 명 충원 등 문구를 넣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승영·강아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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