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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 근무’였던 방송사, 편성변경·채용해도 주 52시간 될까말까

근무시간 단순조정 아닌 경영·제작 전반 대수술 불가피

강아영·최승영 기자2018.06.07 11:03:07

43.3%.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한국의 언론인 2017’에서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 11시간 이상이라고 답한 방송기자 비율이다. 한국언론정보학회가 올해 초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지상파 방송 산업 노동 실태 조사’ 보고서에도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종사자는 SBS 41.1%, MBC 26.2%, KBS 16.6%로 나온다. 이들이 내년 7월에도 이 같은 근무시간을 유지한다면 모두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방송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특례업종에서 제외돼 오는 7월부터 주 68시간, 내년 7월부터는 주 52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당장 주 68시간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어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뉴시스

▲방송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특례업종에서 제외돼 오는 7월부터 주 68시간, 내년 7월부터는 주 52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당장 주 68시간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어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뉴시스


방송사는 지난 2월28일 근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특례업종에서 제외됐다. 이로 인해 당장 올해 7월부터 주 68시간으로 근무시간이 제한된다. 충격이 우려돼 1년 유예는 얻었지만 300인 이상 방송사의 경우엔 내년 7월부터 주 52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줄여야 한다. 사실상 무제한 근무가 가능했던 방송사는 조직 전체를 바꿔야 하는 변화에 직면하게 됐다.


300인 이상 사업장인 KBS, MBC, SBS엔 당장 불똥이 튀었다. 1년여의 시간이 있지만 “방송산업 전반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종사자들의 우려만큼이나 기존의 경영전략, 제작 관행 전체를 대수술해야 하는 상황이어서다. 일각에선 향후 3~4년 안에 방송사의 조직 구성과 규모, 형태가 모두 뒤바뀔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사는 이 때문에 관련 TF 등을 꾸리며 대비에 나서고 있다. KBS는 지난달 24일 열린 1차 노사간담회 자리에서 주 52시간 변경과 관련, 부서별 직종별로 업무 특성을 분석해 파악하고 있다면서 직무 분석 결과와 함께 대책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또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논의를 위해 노사 각각 3인씩을 위원으로 두는 ‘근로시간 변경 TF’를 구성하는 데 합의했다.


사측 TF 위원장인 권오훈 KBS 혁신추진단장은 “회사에선 부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근로조건 개선위원회를 구성해 1단계로 68시간에 맞는 근무형태, 근로조건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먼저 각 본부별로 근무시간 초과 실태 조사를 했는데 보도 예능 드라마 부문에서 68시간 근무 초과가 나타나 해결 방법을 찾고 있다. 다만 52시간은 근무형태를 바꾸지 않고서는 맞추기가 어려워 인력 충원, 편성 변경 등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SBS도 지난 4월 열린 1분기 노사협의회에서 노사 공동 TF를 구성하는 한편 구성원마다 초과근무가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노조 중심으로 지난달 18일부터 각 부문별로 ‘노동시간 단축’을 설명하는 간담회도 시작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은 “바쁜 와중에도 조합원의 1/3이 참여할 정도로 간담회에 관심이 많다”며 “다음주부터 노동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이번 주에도 구성원들을 인터뷰한 노보를 낼 예정이다. TF에선 ‘법 개정 정신의 원칙적 적용, 임금손실 최소화, 공짜노동 방지’라는 3대 원칙을 갖고 임할 계획이고, 회사 역시 그 정신 안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BC 노조 역시 ‘52시간 노동 원칙, 실질 임금 하락 최소화, 초과 공짜 노동 봉쇄’를 목표로 삼고 회사에 근무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주문했다. MBC는 이에 따라 주 52시간, 68시간 초과 근무자를 조사했는데, 지난달 말 임원회의에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보도국 안에서만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근무자가 150여명, 주 68시간을 초과하는 근무자가 20여명이었다.  


MBC 관계자는 “각 부문별로 실태조사를 했지만 여기까지는 오히려 쉬운 작업이었다. 이후에 어떤 대책을 짤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단지 맡은 일이 많아 근무시간이 길었다면 해결하기 쉬울 것이다. 그보다 과노동이 시스템 전체에 녹아 있고 외주제작까지 포함해 업계 전반의 문제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방안을 강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JTBC는 우선 인력 충원부터 손을 댔다. JTBC 관계자는 “주 52시간과 관련해 실태조사를 한 후 취재기자를 증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경력기자 채용 쪽으로 방침을 세웠다”며 “조만간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10명 안팎으로 충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분간 현장에서의 충돌과 혼란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주 68시간 적용에 대비하기엔 사별로 뚜렷한 지침이 없고, 주 68시간에 맞춰 대안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사실상 내년 7월 전까지 1년짜리 시스템이라 혼선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윤창현 본부장은 “현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단계별 적용안이 오히려 더 복잡한 문제를 낳을 것”이라며 “시스템을 두 개로 만들어야 하는데 1년 짜리 시스템을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 68시간은 아무도 안 지키는 혼란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영·최승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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