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쓱해진 연합… MBC·뉴스1, 베이징서 대기

통일부 "오늘 북에 명단 다시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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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취재하게 될 미국·중국·영국·러시아 등 4개국 취재진이 22일 오전 중국 베이징을 출발해 북한 원산으로 향했다. 이날까지 북측으로부터 방북 허가를 받지 못했던 국내 취재진은 원산행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했다.


풍계리 핵시설 폐쇄 국내언론 공동취재단이 지난 2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해 주중 북한대사관 주소를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풍계리 핵시설 폐쇄 국내언론 공동취재단이 지난 2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해 주중 북한대사관 주소를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남측 취재진 명단을 23일 다시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22일 공지를 통해 “북측이 밝힌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일정에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내일(23일) 아침 판문점을 통해 우리측 취재단 명단을 다시 전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북측이 수용한다면 지난 평창올림픽 전례에 따라 남북 직항로를 이용해 원산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의식을 진행한다며 한국을 포함한 5개국의 언론을 지난 12일 초청한 바 있다. 국내에선 방송사와 통신사 1개사 각 4명씩, 총 8명이 초청받았지만 북측은 22일까지 남측 취재진 명단을 접수하지 않았다.


21일 베이징으로 출국할 당시부터 방북 여부가 확실치 않았지만 MBC와 뉴스1 취재진은 북의 반응을 예의주시하며 기대감을 가져왔다. 이용주 MBC 기자와 이종덕 뉴스1 사진부장은 출국 전  각각 “한반도 평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된 순간으로 기록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과거와 달리 전 세계 관심을 받는 상황인데 기자단 기대에 부응할 결과물을 내놓고 싶다”고 했다.


미국 CNN 취재단이 22일 북한 원산행 항공기 탑승을 위해 이동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CNN 취재단이 22일 북한 원산행 항공기 탑승을 위해 이동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외신들만 북으로 향하면서 국내 취재진은 귀국 수순을 밟게 됐다. 한정우 MBC 보도국장은 “남쪽을 대표하는 풀(pool) 사로 가는 거였다. 역사적인 이벤트 현장 취재를 앞뒀던 기자, (갔다면) 방송으로 볼 수 있었을 시청자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아쉬운 심정”이라고 했다. 강호병 뉴스1 편집국장도 “철수해 돌아오는 수순으로 해야 하지 않나 싶다”며 “계속 노력했지만 입국 수속이 진행되지 못했다.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이번 풀 매체 선정 과정에선 외교부 출입 기자단 사이에 약간의 진통도 있었던 터다. 방송사의 경우 외교부 출입 기자단에 속한 12개 방송사 ‘추첨’으로 일찌감치 MBC가 선정됐지만 통신사 선정을 두고 갈등이 있었다. 연합뉴스의 풀 방침을 두고 출입기자단 매체의 반발이 컸다.


지난 15일 외교부 출입기자단은 통신사 선정을 위해 연합뉴스와 뉴시스, 뉴스1 등 통신 3사 출입기자들과 논의를 시작했다. 당시 각 사의 정리된 입장을 물었고 연합은 “(북의 취재요청은) 풀 취재가 아닌 개별 취재방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북한은 현재 남한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언론사도 개별 접촉을 취하고 있다”며 “북한이 요청한 취지에 어긋나는 풀 취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취재 인원 등이 제한된 현장에 대표로 가 취재를 하되 내용을 공유하는 ‘풀 취재’를 거부하고 개별 취재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코리아 풀’ 원칙을 따르겠다는 뉴시스·뉴스1과 연합 입장이 맞섰다. 이때 참고인으로 들어온 외교부 대변인이 연합에 제안을 했다. 취재기자 2명 중 1명은 ‘풀’, 1명은 ‘개별’ 취재하는 방식은 어떠냐는 것. ‘풀 취재’를 먼저 송고한다는 원칙도 제안에 들어갔다. 그간 ‘코리아 풀’ 방식에선 금지된 ‘개별’ 취재가 허용되는 변형 안이었다. 통신 3사가 ‘변형 코리아 풀’ 방식에 모두 동의하며 16일 해당 안이 출입 기자단에 공지됐지만 수용불가 입장이 돌아왔다. ‘이미 확립돼 있는 코리아 풀 원칙을 특별히 깰 이유가 없다’는 게 다수였다.


연합은 결국 “‘코리아 풀’ 원칙을 따르겠다”고 입장을 선회했고, 통신 3사 중 어느 곳도 취재를 포기하지 않아 투표로 매체를 결정하게 됐다. 추첨 방식을 요구해 온 뉴스1은 “투표 방식에 반대해 표를 행사하진 않지만 투표대상엔 포함되고 기자단 선택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17일 오전 총 49개 출입사 중 41개사가 참여한 투표에서 유효표 38표 중 19표를 받은 뉴스1이 풍계리 현장 취재 매체로 선정됐다. 연합과 뉴시스는 각각 13표, 6표를 받았다.


외교부 출입 종합일간지 한 기자는 “타 통신사와 인력, 여건, 규모 등을 따지면 연합이 대세라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무리 안했으면 연합이 선정됐을 것”이라며 “타사를 얕보는 시각, 연합 특권에 대한 반감이 반영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론 연합이 취재 가서 기명기사를 쓸 수 있다고도 봤다. 연합도 단독경쟁 하는 상황에서 풀 관행까지 어기고 자사 이익을 위한다는 인상을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경석 연합뉴스 편집총국장은 최근 편집국 간부가 모인 자리에서 “국가기간통신사 역할을 더 잘 하는 자성의 계기로 삼자”고 했다. 김 총국장은 22일 본보와 통화에서 “우리로선 북의 통신사 1개 지정이 연합을 염두에 둔 것이라 봤고, 역사적인 순간을 우리 시각으로 다뤄 AP 같은 곳과 1보 경쟁을 하겠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풀러 참여를 망설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타 언론사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고, 잘 설명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타사의 연합에 대한 반감이 드러난 투표로 본다. 사내 구성원들의 낙심이 느껴져 회의에서 당부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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