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난 사고... '전지적 작가 시점' 같은 해결책 없나

계속되는 방송사고, 난감한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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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터뷰에서 지인을 일반 시민으로 소개해 논란을 일으킨 MBC가 세월호를 조롱하는 듯 한 영상으로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지난해 말 최승호 사장이 온 이후 비교적 정상화 작업이 순탄하게 진행된 시기에 난 사고여서 더욱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5일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전참시)>은 출연자인 이영자씨가 매니저와 어묵을 먹는 장면을 내보냈다. 이 때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라는 자막과 함께 뉴스가 합성됐는데, 이 화면이 세월호 참사 당시 ‘MBC 뉴스특보’ 영상으로 드러나며 파문이 일었다. 해당 화면에서 인용된 ‘어묵’의 경우엔, 참사 당시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이용자 등 일부 네티즌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모욕하기 위해 사용한 것을 연상케 하며 더욱 공분을 샀다.



MBC는 지난 1월 ‘뉴스데스크’에서 지인 인터뷰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새해 첫날 <무술년 최대 화두 ‘개헌’…시민의 생각은?> 리포트에서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이 중 일부 인터뷰이가 기자의 지인인 게 알려지며 논란이 인 것이다. 당시 MBC는 뉴스데스크를 통해 즉각 사과했고, 방송학계와 자체 조사를 거치며 보도 경위를 공개하는 등 후속 조치에 힘썼다. 해당 기자에 대해서는 감봉 1개월의 징계도 내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해당 건과 관련해 행정조치인 ‘권고’에 그친 이유다.


사과는 늦은 감이 있지만 MBC는 이번에도 후속 대응에 적극적이다. 지난 9일 “편집 후반작업에서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방송에 사용하게 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쳤다”는 제작진의 해명에 이어 최승호 사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더 확실히 개혁해서 국민의 마음 속에 들어가라는 명령으로 알고 힘을 내겠다”며 공식 사과했다. MBC는 ‘방송사고 방지시스템’을 정비하고, 세월호 영상의 경우 뉴스에 한해 CP의 허락을 받고 사용하기로 했다.



진상위원회의 조사 결과도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제작진이 해당 보도화면을 사전에 인지하고 삽입한 게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해 MBC의 한 관계자는 “제작진이 세월호임을 알았고, CG실에 모자이크 처리를 의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다만 고의가 아닌 ‘과실’로 판명됐다. 경영진은 임원회의에서 ‘16일까지 기자간담회나 보도자료를 통해 진상조사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제작진의 징계에 대해서는 난처한 입장이다.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하면 제작진을 교체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사실상 폐지 수순에 접어들게 돼서다. 전참시는 현재 시청률 9~10%를 웃도는 MBC의 ‘잘나가는’ 예능 프로다. 내부 취재 결과, 지난 12일 불방으로 2억7000만원의 손실이 난 것으로 드러났다. MBC의 한 기자는 “이제 안정기에 접어든다 했는데 사고가 나니 전체적으로 맥이 빠진 분위기”라고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도 걱정거리다. 지인 인터뷰와 성격은 다르지만 논란이 재발한 데다, 방심위 방송심의소위가 이례적으로 긴급안건으로 상정해 심의하는 등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있어서다. 지난 10일 방송심의소위에서 허미숙 소위원장이 “방송 사상 최악의 사건”이라고 말한 것만 봐도 최고 수준의 징계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방심위는 이르면 17일 해당 안건과 관련한 제재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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