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라는 '휴직 복권'으로 세상을 다 가진 기자

'비아헤 꼰띠' 책 펴낸 김승근 대구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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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헤 꼰띠. 스페인어로 ‘당신과 함께 여행을’이란 뜻이다. 김승근 대구일보 기자는 최근 ‘비아헤 꼰띠’라는 이름의 책을 펴냈다. 지난 2015년 1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아내와 함께 1년간 다녀온 해외 여행기를 묶어낸 책이다. 김 기자는 “1년간의 여행은 아내와의 만남에서 비롯됐다”며 “2010년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만난 인연으로 5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했는데 프로포즈를 하며 아내에게 10년 안에 다시 소금사막에 가자고 약속했다. 그 약속이 앞당겨져 7년 만에 여행을 다녀오게 됐다”고 말했다.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김승근 대구일보 기자(오른쪽)와 그의 아내가 찍은 사진. 끝없는 지평선을 이용한 착시사진이다.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김승근 대구일보 기자(오른쪽)와 그의 아내가 찍은 사진. 끝없는 지평선을 이용한 착시사진이다.

본디 김 기자도 여행광이었다. “낯선 시간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게 좋아” 고교 시절부터 꾸준히 여행을 다닌 그는 6개 대륙 100여개가 넘는 나라를 둘러봤을 정도로 여행을 즐겼다. 가까운 일본과 홍콩 등은 40~50번 넘게 다녀올 정도였고 여행하기 힘든 지역으로 꼽히는 남미도 세 차례, 12개월간 여행했다. 그는 “이직을 할 때도 입사조건이 1년 정도 여행으로 시간을 비울 수 있는 게 가능한지였다”며 “덕분에 2016년 한 해를 세계여행으로 보낼 수 있었다. 다만 일주일에 한 번씩은 여행 관련 기사를 송고해 총 51회분을 연재했다”고 말했다.


그의 여행은 남미에서 중미, 북미로 올라가는 여정이었다. 이후엔 유럽 전역을 돌아다녔다. 첫 시작이 남미였던 이유는 그가 가장 매력을 느낀 곳이 남미여서다. “인간이 신을 향해 바친 문명이 유럽이라면, 남미는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는 생각처럼 그는 남미의 대지를 사랑했다. 때문에 가장 좋았던 여행지로 꼽은 아르헨티나에서 1년의 여정을 시작했다.


1년간 그는 카리브 해안선을 따라 마야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타이타닉의 사랑이 묻힌 뉴펀드랜드에서 드라이브를 했으며 내전으로 갈라진 대지 위 피어난 들꽃을 따라 아드리아로 갔다. 다만 풍요로운 시간만큼이나 1년간 해외여행은 치열한 현실이기도 했다. 김 기자는 “최소한의 짐으로 출발했지만 등에 멘 배낭만 18.5kg, 앞에 메는 작은 배낭은 5~6kg 정도 됐다. 매일 그 무게를 짊어지고 다니니 1년 동안 7.5kg가 빠졌다”며 “그보다 더 힘들었던 건 침대 벼룩이었다. 물리면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긁어야 하는데 과테말라와 스페인에서 물려 보름 동안 고생을 했다”고 말했다.


김 기자 부부가 그렇다고 싸구려 숙소에서 잔 것도 아니었다. 총 예산 7000여만원으로 이들은 남미 기준 한 달에 500~600만원, 유럽 기준 한 달에 700~800만원의 돈으로 생활했다. 되도록 호텔에서 자고 식사도 술도 원하는 만큼 먹고 마셨다. “거지처럼 다니지 말자”는 다짐을 실천하듯 스톡홀름에서 3만5000원을 주고 씩씩하게 소주 1병을 들이켰다.


노르웨이의 바위산 펄핏록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김승근 기자.

▲노르웨이의 바위산 펄핏록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김승근 기자.

부부의 삶의 방식이 사실 그랬다. 김 기자는 “이 세상 아이들이 다 우리 아이들이라는 마음으로 애 낳지 말고 벌면 버는 대로 여행을 다니는 것이 우리 부부의 삶의 방식”이라며 “지난해 12월엔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오로라를 즐기기 위해 노르웨이를 다녀왔다. 또 해마다 12월이 되면 다음 해에 떠날 여행지 대여섯 곳을 정한다”고 말했다. 올해 부부는 벌써 일본을 세 차례 여행했고 이달 초엔 사이판도 다녀왔다. 5월 말엔 4박5일로 일본 홋카이도에 갈 예정이다. 


김 기자는 “우리 부부에게 여행 티켓은 꼭 복권과도 같다.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당첨을 기다리듯 여행을 기다린다”며 “이 인터뷰를 읽는 분들도 일상에 지친다면 어디든 짐을 싸서 여행을 다녀오셨으면 한다. 해외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집에서 두세 시간 걸어 도심으로 가는 것도 여행 아니겠느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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