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 반성과 혁신 통해 신뢰 찾아야"

국경없는기자회·한국기자협회 '아시아 언론자유 현주소'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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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시아 전 지역에 언론자유지수 좋음은 대만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올해 한국도 회복 지수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언론인, 시민사회 여러분이 언론을 되찾기 위해 저항하는 과정을 같은 마음으로 지켜봤습니다. 한국의 성과는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세드릭 알비아니 RSF 동아시아지부장)

 

국경없는기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발표한 ‘2018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지난해보다 20위 오른 43위를 차지했다. 조사 대상국은 전 세계 180개 국이다. 한국은 아시아의 일본(67), 중국(176)은 물론 미국(45)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발표된 '2018 세계언론자유지수'.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발표된 '2018 세계언론자유지수'.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은 한국이 언론자유지수에서 미국보다 높은 순위에 오른 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7년 이후 11년 만이라며 언론자유지수에서 민주주의 상징인 미국보다 두 계단 높다는 점은 고무적이고, 현 정부의 소통 노력과 한국 언론사들의 언론자유에 대한 의지가 높이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가치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독립성 신장이다. 언론자유지수 30위권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 인권으로서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건전한 발전 위해서도 반드시 보호돼야할 사회적 가치다. 방통위 책임자로서 (언론자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세드릭 알비아니 RSF 동아시아지부장.

▲세드릭 알비아니 RSF 동아시아지부장.

세드릭 알비아니 RSF 동아시아지부장도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함께 언론자유의 어두웠던 10년이 끝났다“10년의 후퇴 뒤 눈에 띄는 개선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RSF는 한국 언론은 2014~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대로 벌인 투쟁 과정에서 투지를 보였고,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한국의 언론자유 상황은 전환의 계기를 맞았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노무현 정부 당시였던 200631위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지만 박근혜 정부 때인 201670위까지 떨어진 바 있다.

 

이렇게 10년의 암흑기를 버티고 돌아온 우리 언론인들의 복귀가 성공적인지는 아직 판단하기에 이릅니다. 그들은 바꾸겠다고, 달라지겠다고 계속해서 다짐했지만, 그들이 제 자리로 돌아와서 그 약속을 실제로 잘 구현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김세은 강원대학교 교수)

 

언론자유지수 발표 이후 열린 '아시아 언론자유 현주소'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김세은 강원대 교수는 비정상과 퇴행의 10년에서 새로운 저널리즘을 위한 성찰을 끌어내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김 교수는 지난 2008년 이래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동안 한국의 언론자유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언론의 신뢰도나 영향력 역시 마찬가지였다디지털 환경에서 언론 자체의 산업적 입지나 사회적 위상이 약화되는 위기 국면에 처한 한국 언론은 그에 대한 전략이나 방안을 모색하기는커녕 정치권력의 통제와 압박 아래 퇴행일로를 걸으며 비정상의 모습으로 변화 위축됐다고 평가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의 발언 모습.

▲이효성 방통위원장의 발언 모습.

그는 이명박 정권은 낙하산사장으로 방송 장악의 수순을 밟아갔고 종합편성채널을 허가하면서 정파성과 후견주의를 강화시켰다. YTNKBS, MBC에 대한 통제와 장악은 해고와 징계, 부당전보, 블랙리스트를 통한 업무 배제 등 위법, 불법, 탈법을 넘나들며 오랫동안 자행돼 수많은 언론인들에게 상처를 남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론인들에게 힘을 실어준 건 시민들이었다. 지난 2016년 하반기 매주말 광장에 모여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냈던 수백만에 이르는 시민들은 공영방송 파업을 지지하고 경영진 교체를 요구했다이렇게 10년의 암흑기를 버티고 돌아온 우리 언론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저널리즘을 지키기 위한 제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필리핀 출신의 마리아 레사 전 CNN 마닐라·자카르타 지부장도 '2018 필리핀 언론자유 실태'와 관련해 발표하며 전 세계 중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 중에 하나로 애국악플러가 있다. 정부에서 지원을 받고 심각한 악플을 남기고 언론자유을 막는 사람들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정권이) 과거처럼 대놓고 검열하지 않는다. 가짜뉴스나 거짓말, 잘못된 정보들로 인터넷을 꽉 채우고 물량공세를 펼쳐서 읽는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전략을 펼친다고 분석했다.

 

마리아 레사 전 CNN 마닐라·자카르타 지부장.

▲마리아 레사 전 CNN 마닐라·자카르타 지부장.

톰 그룬디 홍콩프리프레스 편집장도 홍콩프리프레스(HKFP)-언론자유 위협에 대응하는 미래형 미디어에 대해 발표하며 홍콩 언론인들은 사이버 공격이나 검열의 문제가 있었고 정부가 주최하는 기자회견장이나 언론브리핑장에 출입권을 얻어내기 위해 싸우고 있다. 현재 한국의 국가안보법과 비슷한 안보법 통과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만큼 언론 자유가 조금씩 퇴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과 한국의 사례를 보면서 힘을 얻었다. 언론탄압에 대한 저항 모델이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시아 언론자유 현주소토론회에는 사회를 맡은 박성호 MBC 기자와 김동훈 한겨레 기자, 박종훈 KBS 기자, 윤현숙 YTN 기자, 채윤경 중앙일보 기자 등이 참석했다. 박성호 기자는 언론 자유를 위한 싸움에서 해직됐다가 복직한 입장이라, 과거에 다짐한 것들을 현장에서 잘 실천하는지 성찰하게 되고 되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박종훈 KBS 기자협회장은 “KBS는 권력의 통제에 맞서기 위해 국장 임면동의제와 같은 제도를 만들고 있다. 또 평기자와 실무자가 참여해서 조직을 개혁하고 뉴스를 혁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9년 동안 악화되거나 사실상 폐지된 탐사보도의 경우에도 대폭 강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인의 역할은 팩트체크를 통해 진실을 찾아내는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언론자유지수가 앞으로 더욱 상승할 수 있도록 자정노력을 통해 노력을 해나갈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25일 언론자유지수 발표 후 진행된 토론회 모습.

▲25일 언론자유지수 발표 후 진행된 토론회 모습.

채윤경 중앙일보 기자도 우리는 민영언론사로서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에 대해 답을 찾고 있다. 특히 한국은 기업 집중도가 너무 심하다. 재벌들이 광고주다라며 매체 자체 파워를 통해 광고주를 다양화하는 고민을 하고 있는데 조금씩 성공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윤현숙 YTN 기자는 언론자유지수가 올라갔다는 발표를 보면서도 YTN기자로서 마음이 착잡하다. 9년간 무기력하고 불행했던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처절한 반성과 혁신 없이는 경쟁력과 신뢰를 다시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언론개혁, 적폐청산은 언론노동자로서의 생존권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훈 한겨레 기자도 지난 정권 동안 가장 마음 아팠던 사람들이 세월호 유족이다. 416일에 기레기 대표로서 사과했다며 앞으로 우리 언론 환경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이날 발표된 2018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는 노르웨이가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스웨덴이 2, 네덜란드가 3위에 올랐다.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언론자유를 감시하는 국제 비영리 단체로 1985년 프랑스에서 결성됐고 본부는 파리에 있다. 세계 12개 도시(베를린, 브뤼셀, 제네바, 헬싱키, 런던, 마드리드, 리우데자네이루, 스톡홀름, 타이베이, 튀니스, , 워싱턴 D.C.)에 사무소가 있다. 2002년부터 매년 전 세계 국가들의 언론자유지수를 국가별로 순위를 매겨 발표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jw85@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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