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에 평양특파원 생길까"… 기자들도 심장이 뛴다

D-2… 청와대 기자들이 예상하는 남북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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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엔 ‘역사적 순간’이란 타이틀과 함께 ‘최초’ 수식어가 여러 개 따라붙는다. 분단 이래 처음으로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측 땅을 밟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이 전 세계로 생중계된다. 또 사상 최초로 군사분계선 너머 판문각 북측 구역에서부터 남측 기자단의 취재도 허용됐다.



지난 18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이번 회담 취재진은 국내외 348개 언론사 2833명이다.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의 2배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회담 당일 판문점 일대를 취재할 수 있는 기자는 10명 남짓. 그중 3명만이 회담장인 평화의집에서 두 정상의 만남을 직접 취재한다.


앞서 청와대 풀(pool) 기자단은 매체를 방송, 신문, 통신·인터넷 등 3개 그룹으로 나눠 회담을 근접취재할 풀러(pooler) 기자 3명을 제비뽑기 방식으로 추첨했다. 판문점 외곽취재진은 청와대 풀단 취재순서에 따라 최소 8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사진의 경우 청와대 사진기자 풀단 소속 11개 언론사 기자들이 현장에 나선다. 이들의 취재메모, 기사, 사진 등은 곧바로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 마련된 메인프레스센터로 전송된다.


방송 몫의 근접취재 풀러로 뽑힌 박지환 CBS 기자는 “최대한 많은 걸 보고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든다”며 “회담의 어느 선까지 취재할 수 있을지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풀러로서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판문점 외곽취재 풀단에 속한 한 주니어 기자는 “솔직히 긴장된다. 실수 없이 잘 해내기 위해 사전 취재를 열심히 하고 있다”며 “기자는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취재는 더욱 값진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연일 쏟아지는 기사를 소화하면서도 회담 당일과 그 이후 보도까지 준비하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정상원 한국일보 기자는 “두 차례 정상회담도 직·간접적으로 취재했는데 이번 회담은 비핵화 약속, 종전 합의 등 과거 회담을 뛰어 넘는 성과를 낼 것 같아 기대가 크다”며 “전문가 대담이나 해외 전문가 연쇄 인터뷰, 의제 분석 기사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북관계는 불과 몇 달 사이 급물살을 탔다. 이를 현장에서 지켜봐온 청와대 기자들은 이번 정상회담 취재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임일영 서울신문 기자는 “지난해 7월 문 대통령이 ‘베를린 선언’에서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평화체제 구축’을 언급했을 때 기자 대부분이 너무 이상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달 만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됐다”며 “이번 정부에서 정상회담뿐 아니라 남북관계가 조금 더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상황을 보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진 아주경제 기자는 정상회담 정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주 기자는 “이번 회담을 시작으로 북미, 남북미 회담을 거쳐 남북관계 개선의 큰 틀이 짜이면 남북이 다시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고민하지 않을까”라며 “하반기에 또 한 번 남북정상회담 기사를 쓸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종합일간지 한 기자는 “청와대 기자들끼리 잘하면 올해 안에 평양특파원이 생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며 “남북교류가 재개되면 평양에서 한·미 특파원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상황도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적 주목을 받는 사안인 만큼 더욱더 객관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기자 개인의 감정이나 정치·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보도해선 안 된다는 다짐이었다. 김성곤 이데일리 기자는 “올해 가장 써보고 싶은 기사가 남북정상회담이었는데 실제로 이뤄져서 기쁘다”면서도 “남북문제나 외교안보 현안은 늘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데, 현실은 남북문제가 가장 심각한 이념대립의 공방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치우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도해 남북관계 현실과 개선에 대한 상황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기현 KBS 기자도 “언론이 ‘역사적’이라고 해서 역사적인 일이 되는 게 아니라 그 과정과 결과를 가감 없이, 객관적으로 보도해야 결과적으로 역사가 되는 것”이라며 “남북정상회담은 분명 큰 이벤트지만 감상적인 낙관론보다 사실 중심으로 정확하게 보도하겠다”고 밝혔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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