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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쫓기던 그녀, 이젠 온라인 250만명 이끄는 제휴팀장

[기자 그 후] (3) 신은정 카카오메이커스 MD (전 MBC 기자)

이진우 기자2018.04.11 16:58:56

“답답함을 느꼈어요. 기존에 개선돼야하는 조직적 병폐와 관행이 있었던 데다, 입사를 하자마자 MB 정권이 들어서면서 마치 공기가 서서히 바뀌는 것처럼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예전보다 기획 아이템 수도 훨씬 줄어들었고 날씨나 흥미 위주의 사건사고 기사가 늘어나면서 기사 질은 떨어졌죠. ‘기자가 되면 어떤 일을 하고 싶다’라는 목표가 있었는데, 그렇게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신은정 전 MBC 기자가 지난 6일 카카오메이커스의 제휴팀장으로서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신 전 기자는 "세상과의 소통을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신은정 전 MBC 기자가 지난 6일 카카오메이커스의 제휴팀장으로서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신 전 기자는 "세상과의 소통을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2012년 파업이 마무리되는 즈음, 그는 결국 사표를 냈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 공정방송을 외치던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파업을 철회할 수밖에 없던 시기였다. 신은정 MBC 기자는 그렇게 5년간 몸담은 회사를 뛰쳐나왔다. 신 전 기자는 “당시 복잡했던 정치적 상황뿐만 아니라 조직 문화, 분위기 등도 한계가 있었다”며 “20년 후 되돌아보면 의미있게 살았다고 할 수 있을지, 그저 그런 뻔한 기자가 돼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공포감으로 다가오더라.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가능하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언론계를 떠나 찾은 곳은 NGO였다. <아름다운 재단>과 <세이브더칠드런>에 2년 간 몸담으며 사회 활동 경력을 쌓았다. 연봉은 반 토막이었지만 보람은 값어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였다. 지난 2015년에는 카카오의 뉴스편집자로 자리를 옮기며 뉴스생산자가 아닌 유통자로서의 경력도 함께 쌓았다. 신 전 기자는 “‘MBC 기자’의 타이틀을 벗고 다른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건 ‘사람들이 되게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라는 거였다. 지난 5년간 안정된 틀 속에서 안일하게 산 것 같은 반성이 들었다”고 했다.



“세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어요. 굉장히 치열한 삶을 살고 있더라고요. 반면 저 같은 경우에는 방송기자를 하면서 데드라인만 지키느라 급급했지, 진짜 이 일을 하는 이유나 독자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좋은 기사가 무엇인지 제대로 고민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림에 기사를 맞추게 되고 제작에 할애하느라 정작 중요한 걸 놓치는 거죠. 그래서 기자를 관두고 다른 일을 하게 된 데 후회가 전혀 없었어요.”


지난 2016년 카카오 내에서 팀을 옮겨 현재 <카카오메이커스>에서 하는 상품판매 업무 또한 신 전 기자가 꿈꾸는 세상과의 ‘소통’이라는 점과 맞닿아있다. ‘선주문 후제작’ 방식의 공동주문시스템 카카오메이커스는 재고나 낭비없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모토로 설립된 이후, 소비자들에게 희소성 있는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영세업체들로서는 아이디어 상품을 소비자에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다. 2년 만에 주간 평균 순방문자 250만명을 돌파해낸 비결이다.


일주일에 보통 100여 곳에서 상품 제안이 쏟아지는데, 이 중 가치있는 상품을 가려내야 하는 게 신 전 기자가 제휴팀장으로서 해야 할 몫이다. “기자일 때는 오히려 소통에 대해서 좁게 생각했어요. 독자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고 내 이야기만 전달하는 방식이었죠. 지금은 상품에 대한 반응을 분석하며 끊임없이 소통의 과정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 같아요.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삶을 살게 된 거죠.”


기사의 생산부터 소비, 유통 그리고 상품판매와 소비자와의 소통까지. 12년 동안 그가 걸어온 경력이다. 다음 도전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지금은 재미있고 맡고 있는 일의 의미도 알고 있어서 충실히 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면 하고 싶은 일이 생기더라고요. 그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 전 기자는 “NGO같은 단체에 돌아가 공익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단 생각을 많이 한다. ‘이런 방식으로 운영하면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세상과 소통하고 변화시키고자 하는 그의 꿈은 아직도 유효하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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