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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이 나서고 노사가 합의... 언론사, 성 문제 정조준

국내 언론사들, 성 문제 예방-대처법-재발방지책 마련 잇따라

김달아 기자2018.04.11 16:25:31

사회 전반으로 퍼진 ‘미투’ 운동은 언론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언론인들의 과거 성추행 행적이 뒤늦게 드러나며 해고 등 중징계가 잇따랐다.


올해 들어 MBC에선 성추행 의혹으로 드라마PD, 기자 등 4명이 해고됐다. YTN은 작가 성추행으로 논란을 빚은 PD를 해고했고, 또 다른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기자에게 정직 6개월 징계를 내렸다.


파이낸셜뉴스도 자사에 근무했던 전직 기자의 성추행 피해 폭로 이후 가해자에 대해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지난달엔 이진동 전 TV조선 사회부장이 후배 성폭행 의혹으로 파면돼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언론계에 성폭력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실효성 있는 예방책과 체계적인 대처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언론사 사규·노사 단체협약엔 성 문제 관련 징계 조항이 있긴 하지만 양형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경징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조선일보는 방상훈 사장이 직접 나서 사내 성희롱 문제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방 사장은 지난달 30일자 사보를 통해 “이번 일(이진동 전 부장 사건)을 계기로 성희롱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고 징계 기준을 보다 세분화하는 작업을 마쳤다”며 “사내 문화를 바꾸는 결정적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도 지난 2월 성 문제 관련 가이드라인을 공지하고 피해 제보·상담 핫라인(전화·이메일)과 전용 웹페이지를 오픈했다. KBS여성협회는 ‘사장 직속 성폭력전담기구’ 설립을 새 경영진에게 제안했다. 그간 사내 성희롱,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수차례 발생했지만 체계적인 대응 매뉴얼 없이 가해자의 부서이동이나 지방발령으로 무마되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KBS여성협회장인 박은희 PD는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감사실 조사를 거쳐 인사위원회로 가는데, 주로 남성 임원 위주로 구성되는 인사위에서 경징계 처벌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선 전문적이고 공정한 조사기구가 필요하다. 사내 성폭력은 근로환경의 문제라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노조도 성 문제 전담기구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 노사 협의로 ‘성평등위원회’를 만들어 성폭력뿐 아니라 성차별 등 전반적인 성평등 이슈를 다룬다는 계획이다. 사내 성추행이 불거졌던 파이낸셜뉴스는 사건 이후 노사가 전담기구 설립에 합의했다. 성폭력 징계 최대 양형을 정직 3개월에서 6개월로 강화하는 방안도 내놨다.


전담기구, 대응 매뉴얼 등 사후 대책 이전에 ‘해선 안 된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박하나 파이낸셜뉴스 지회장은 “성폭력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단 하나의 사건이라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가해자 혹은 잠재적 가해자들은 처벌 수준을 보고 자신들의 행동 범위를 설정한다. 한마디로 큰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SBS 노사는 성폭력 징계 기준과 양형 수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내규를 제정했다. 처벌 기준을 성폭행, 성추행, 성적 언동, 기타 등 4부분으로 나누고 그 아래 12가지 세부 내용을 명시했다. ‘성적 언동’ 기준에 따르면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를 하는 행위 △회식 자리 등에서 무리하게 옆에 앉히거나 술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행위 △음란한 농담을 하거나 음탕하고 상스러운 이야기 등을 하는 행위 △성적인 사실 관계를 묻거나 성적인 내용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자는 ‘감봉~정직’ 징계 대상이다.


윤창현 SBS 노조위원장은 “징계 기준을 강화하고 처벌 사유를 공개적으로 밝혀 경각심을 주자는 것”이라며 “새 규정을 적용한 징계자가 나왔는데 사내에서 ‘정말 하면 안 되는 구나’라는 환기효과가 무척 강했다. 언론사뿐 아니라 사회 모든 영역이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도 이달 중순 구체적인 양형 기준을 제정한다. 한대광 경향신문 노조위원장은 “대다수 언론사는 사기업이지만 공적 책무를 지닌 우리 언론인들에게는 조금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필요하다”며 “미투라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언론계의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문화가 바뀌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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