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 왜 '디시'와 손을 잡았을까

중앙일보, 디시인사이드와 뉴스 제휴
디시 홈피 '뉴스' 카테고리 활용... 일 페이지뷰 6만, 주로 18~34세
"포털 중심의 유통 구조 속에서 새 채널 확보해나가려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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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포털이 아닌 온라인커뮤니티 독자를 찾아 나섰다. 지난 2월부터 디시인사이드(이하 디시)에 기사를 공급하고 있는데, 포털과 페이스북 같은 거대 플랫폼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통 채널을 찾으려는 실험으로 보인다.

 
중앙은 온라인커뮤니티 디시와 제휴를 맺고 지난 2월 말부터 홈페이지 등 ‘뉴스’ 카테고리에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체’·‘시사’·‘경제’·‘연예·스포츠’ 뉴스가 대상이다. 중앙일보 애플리케이션용으로 ‘픽’되는 기사가 자동으로 전달되며 댓글은 디시가 관리한다. 디시는 월 순방문자(UV)가 460만 명에 달하는 1세대 커뮤니티다.


일러스트=김주민 기자

▲일러스트=김주민 기자


김영훈 중앙 디지털국장은 “디시의 안정적인 미디어 소비자에 뉴스를 전하려 한 거고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 찾아가 콘텐츠를 마케팅하고 접점을 넓힐 수 있는 경로로 본 것”이라며 “포털 중심의 대형업체 중심 유통구조 속에서 새로운 채널을 확보해 나가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제휴로 중앙이 당장 얻을 수익은 많지 않다. 중앙은 페이지를 찾은 트래픽만 ‘먹는데’ 이는 현재 중앙 전체에 견줘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중앙에선 지난 한 달 간 성과에 “가능성을 보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김 국장은 “레거시미디어는 젊은 연령과 만나는 게 취약한데 실제 18~34세 연령대 확대가 데이터에서 확인된다”며 “보통 낮, 평일 뉴스소비가 많은데 디시 이용패턴은 저녁, 주말에 많다. 대안 유통채널로서 취약시간을 보완할 측면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입수를 늘리려면 소프트 뉴스를 많이 ‘픽’하면 되지만 방향성에 맞춰 하려는 만큼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 또다른 관계자에 따르면 디시 제휴 페이지를 통한 일일 유입 PV는 6~7만 정도다.


레거시미디어와 온라인커뮤니티의 이 같은 파트너십은 흔하지 않은 사례다. 국내에선 동아가 야구 커뮤니티 ‘엠엘비파크’에 스포츠뉴스를 제공하지만 인수 후 자사 기사를 보내는 식이었고, 해외에선 지난해 ‘워싱턴포스트’가 미국 커뮤니티 ‘레딧’에 자사 페이지를 만든 정도다. 기성 매체의 권위가 인터넷 하위문화와 충돌하는 점, 수익·업무 배분의 어려움 등이 원인으로 보인다. 


향후 중앙 방식의 협업이 복수의 소규모 플랫폼에서 반복될 경우 상당 트래픽을 확보하면서 기존 거대 플랫폼 위주의 단선화된 뉴스유통구조에 대안이 될 소지도 있다. 특정 분야·주제를 메인으로 한 업체·커뮤니티를 상대로 타깃화된 뉴스공급 역시 가능하다. 중앙은 EYE24팀이 디시 이용자로부터 제보를 받아 몇 건을 기사화하는 등 뉴스생산에 피드백이 반영되는 단계다.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기자(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는 “레거시미디어의 유통전략 실험이라고 볼 수 있다. 포털 집중력도 완만하게나마 떨어지는데 재편의지를 높이 평가한다. 앞으로 의미있는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뉴스생산 과정에 수렴할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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