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노하우 쌓인 법조기자들, MB 초밀착 취재

예전엔 대통령과 7m 거리 둬
이번엔 MB 바로 옆에서 질문

"박 전 대통령 소환때 경험으로
기자들 대부분 익숙하게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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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14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 섰다. 뇌물수수 등 20여개 혐의에 관한 조사를 받기 위해서였다. 청사 앞에 선 이 전 대통령은 굳은 얼굴로 대국민 메시지를 읽었다. 계단에 진을 친 100여명의 기자들과 청사 맞은편에 자리한 100여명의 기자들은 그런 이 전 대통령의 모습을 주시했다.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는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은 기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그렇게 검찰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지난 14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한후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지난 14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한후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이날 법조기자들은 근접 취재, 비근접 취재, 기자실 등으로 나뉘어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취재했다. 드론까지 띄워질 정도로 관심이 컸다. 종합편성채널의 A기자는 “오전 5시부터 출입증을 따로 발급했기 때문에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아침 일찍 나왔다”며 “전날부터 곳곳에 방송사 부스가 마련됐고 새벽부터 중계가 시작됐다. 출석 전, 임박, 직후 등 시간대별로 돌아가는 상황과 두 차례 검찰 브리핑까지 중계할 정도로 보도 열기가 뜨거웠다”고 말했다. 경제지 B기자도 “근접 취재 인원이 제한돼 있어 기자실에서 TV로 소환 장면을 지켜봤다”며 “소환 날은 다들 밤늦게까지 남아 기사를 챙겼다”고 말했다.   


이번 소환에선 기자 한 명이 이 전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질문을 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 옆에서 질문을 던졌던 한송원 TV조선 기자는 “16개사가 지원해 제비뽑기를 했는데 운이 좋게 뽑혔다”며 “대통령 옆에 붙어 질문하는 건 이 전 대통령 때가 처음이라고 하더라. 그 전까진 7m 밖에서 소리쳐 질문하는 게 최선이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한 기자는 “기자회견 등에서 봤을 때보다 당일 이 전 대통령 모습은 더 위축돼 보였다”며 “메시지가 사과 위주라 ‘사과를 했는데 혐의를 인정하느냐’ ‘다스는 누구 것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했지만 답을 듣지는 못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된 지 358일 만에 이 전 대통령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면서 법조기자들은 1년 새 전직 대통령 두 명의 소환 현장을 취재하게 됐다. 종합일간지 C법조팀장은 “지난해 박 전 대통령 소환을 경험했던 기자들이 대부분 있어 익숙하게 준비를 했다”며 “다른 점이라면 지난해엔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8년 만의 전직 대통령 소환이라 경비도 삼엄했던 반면 올해는 다른 민원인들도 와서 업무를 보게 하는 등 검찰이 평온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덥 경향신문 기자도 “지난해엔 탄핵 분위기에 이은 검찰 소환이라 더 관심이 몰렸던 것 같고 그만큼 태극기 집회 등 지지자들의 열성도 높고 정치적 프레임도 강했다”며 “그에 비해 이 전 대통령은 개인적인 비리이기도 하고 정권도 완전히 분리된 상태라 과열 양상은 덜했다”고 전했다.    


지난 19일엔 검찰이 소환 닷새 만에 이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C법조팀장은 “MB 수사팀의 핵심인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3차장은 수사 논리를 중시하는, 증거가 나오면 나오는 대로 가는 강골 특수통이기 때문에 어느 순간 영포빌딩 압수수색 등을 통해 증거가 나온 후부터는 외길을 간 것 같다”며 “이미 상당히 오래 전부터 영장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지상파방송사 D기자는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며 “과연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지 궁금하다. 국민 법 감정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적 분위기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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