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베르 뵈브 메리와
언론사 사장의 자격

[언론 다시보기] 진민정 저널리즘학연구소 연구이사

진민정 저널리즘학연구소 연구이사

▲진민정 저널리즘학연구소 연구이사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 바보 같은 진실은 바보같이 말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진실은 마음에 들지 않게 말하고, 슬픈 진실은 슬프게 말하라.”

 

르몽드의 창간자, 위베르 뵈브-메리가 한 말로 알려진 이 문구는 실은 논객이자 저널리스트였던 샤를 페기가 1889년 쓴 <Lettre du provincial>에 실린 표현이다. 누군가는 뵈르 메리가 이 말을 평생의 신조처럼 여겼다고 하는데, 그건 확실치 않다. 다만 그 역시 진실을 중시했다. 뵈브 메리는 이렇게 말했다. “저널리스트는 진실을 말하기 위해 존재한다. 비록 그가 위험을 감수해야 할지라도, 아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면 더더욱.”

 

뵈브 메리는 프랑스에서 가장 이상적인 언론사 사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건 단순히 ‘비공식적 국가기관지’에 가까웠던 르몽드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권위지로 만들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저널리스트의 역량을 키우고 편집권의 독립을 수호하고자 했다. 그에게 저널리스트란 직업적 사명감과 저널리즘의 엄격함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면서 진실 이외에는 그 어떤 것에도 복무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의미했다. 이로 인해 뵈브 메리는 저널리스트가 그 어떤 압력에도 굴종하지 않고, 사상의 자유를 유지할 수 있도록 르몽드를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 언론, 국익보다 휴머니즘과 보편주의를 추구하는 세계적인 언론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렇다고 그가 현실을 무시한 채 이상만을 추구한 것은 아니다. 이미 50년대에 뵈브 메리는 언론이 상업적 이익을 초월해야 하는 사명을 띠고 있지만 동시에 상품을 팔아 이익을 남겨야 하는 기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1956년 ‘언론과 돈’이라는 주제의 컨퍼런스에서 그는 언론 기업의 주된 생산물은 무형이기 때문에 다른 기업과 다르며, 그럼에도 산업이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수익성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목적과 수단, 윤리적 명령과 현실적 필요를 혼동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는 입버릇처럼 “편집권의 독립이 사라지면 신문은 죽는다”고 말하곤 했다.

 

그는 심지어 르몽드를 은퇴하면서 자신의 지분을 르몽드 종사자들에게 양도해 사원주주 방식의 독립 언론 모델을 세웠다. 이는 당연히 편집권 독립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뵈브 메리의 이러한 의지는 짧은 기간 내에 르몽드가 프랑스를 대표하는 독보적인 독립 언론으로 도약하는 데 일조했다.

 

방송계가 시끄럽다. 부적격 사장 내정에 반대하며 파업에 돌입한 YTN 사태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장기화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뵈브 메리를 통해 언론사 사장의 자격을 되짚어 본다. 물론 모든 언론사 사장이 뵈브 메리와 같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장이나 경영진이 바뀐다고 언론사의 그 숱한 문제들이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자사의 저널리즘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이 필요하다. 그들은 ‘일반 기업’이 아니라 바로 ‘언론사’의 사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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