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 안위밖에 모르는 배현진·길환영

[컴퓨터를 켜며] 최승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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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영 기자협회보 기자

▲최승영 기자협회보 기자

배현진 전 MBC앵커와 길환영 전 KBS사장은 정치인으로서 자격이 있는 사람들인가. 지난 9일 배 전 앵커와 길 전 사장의 자유한국당 입당 소식을 듣고 곧장 떠오른 생각이다. 오는 6월 재보궐 선거에서 각각 송파을, 천안갑에 전략공천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망가진 MBC의 얼굴’이라거나 ‘보도개입도 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해임된 KBS 사장’이라는 언론인으로서의 평가는 줄곧 따라다니겠지만 나는 이 평가 자체보다 그 업을 행하며 보인 저간의 태도가 더 우려스럽다.


나는 ‘개인의 영달’에 대한 이 두 사람의 자세가 걱정된다. 생의 결정적 순간마다 자신의 안위를 가장 앞세운 그 태도가 국민을 대의하는 정치인으로서 적합한 것인지, 언론인으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보인 태도, 그 행동에 회의감이 든다. 걸어온 길에서의 그 태도는 걸어갈 길에서도 아주 또렷이 드러날 것이고, 만일 당선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배 전 앵커. 그는 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의 170일 파업 중 노조를 탈퇴하고 ‘뉴스데스크’ 앵커로 복귀했다. 그리고 꽃길만 걸었다. ‘워터 게이트’나 ‘피구 게이트’는 당시 MBC에서 배 전 앵커의 특수 지위를 드러낸다. ‘비오는 날은 소시지빵’ 같은 보도에 대한 앵커로서의 책임은 차치하더라도 한 때 어깨를 걸고 함께 싸운 동료들이 징계와 해고를 당하며 고통 받는 동안 그가 어떤 ‘인간에 대한 예의’를 보였는지 묻고 싶다. “파업에 반대했던 동료 언론인들은 세상이 잘 모르는 부당한 일들을 온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처지”였다고 말하면서 왜 부당함에 대한 호소 하나 없이 홀로 퇴사해 자기 살 길을 찾았는지 궁금하다.


길 전 사장은 “대통령만 보고 간다”는 평가를 받던 인사다. 그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에 유리한 방송을 만들도록 한 보도개입의 주체로 기억된다. 무엇을 위해서? 140일이 넘는 KBS ‘공정방송 파업’에 불참한 기자조차 “연임만 본 분”이라고 단언했다.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의 폭로 후 현재 KBS내부에서 적폐로 평가받는 보직간부 수백 명조차 그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의 해임안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가했고, 대법원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태도는 물론 동료, 선후배에게서 이런 평가를 받는 인사의 공천설이 나도는 게 의아스럽다.


“문재인 정권의 폭압적 언론탄압과 언론장악의 가장 큰 피해자이자 상징적 인물들”이라는 자유한국당 환영 논평만 봐도 왜 이들을 영입하고 공천까지 염두에 두는지는 알겠다. 하지만 이념이나 정치 성향을 떠나 유권자는 ‘개인의 영달’을 최우선시하는 정치인을 바라지 않는다.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 입에서 “거기(송파을)도 자유한국당이 꼭 당선시키고 싶은 곳일 텐데 거기 내세울 후보인가 싶다. 쉽게 못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걸보면 고민은 여전할 거라 본다. 당장의 선전효과에 혹해 계속 과거에 갇히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제1야당은 국민에게 더 나은 선택지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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