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자, 회원이 주인...기자 가족 하나된 시상식

제49회 한국기자상 시상식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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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회 한국기자상 시상식 모습.

▲제49회 한국기자상 시상식 모습.

“오늘 주인공은 수상자, 회원들”...한자리 모인 언론계 선·후배들
22일 열린 제49회 한국기자상 시상식은 그 어느 때보다 수상자와 회원이 중심이 된 자리로 남았다. 한국기자협회는 “오늘 행사 주인공은 수상자들”이라는 뜻을 강조하며, 회장 인사말과 귀빈 축사 등을 과감히 생략, 곧장 시상식과 수상소감을 듣는 차례로 돌입했고, 자리를 찾은 언론사 사장과 임원, 언론단체 관계자, 편집·보도 국·본부장들은 소속사를 막론하고 수상자가 호명될 때마다 큰 박수를 보냈다.


이날 시상식에는 이병규 한국신문협회 회장, 표완수 시사인 사장, 김민배 TV조선 대표, 박승희 관훈클럽 총무, 이홍기 연합뉴스 전무, 김종구 한겨레신문 편집인, 곽태헌 서울신문 상무, 김낭기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언론재단) 사업이사, 손동우 언론재단 경영이사, 노재현 언론재단 신문유통원장, 주용중 TV조선 보도본부장, 박홍기 서울신문 편집국장, 신종수 국민일보 편집국장, 고제규 시사인 편집국장 등이 참석해 축하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기자협회 역대 회장을 역임한 박기병, 이형균, 이춘발, 안병준, 남영진, 이상기 고문도 시상식을 찾아 자리를 빛냈다. 현 회장단에선 김대휘, 김선중, 손대선, 유덕영, 유병욱, 이병도 부회장이 참석했다.


한국기자상 심사위원장인 배정근 숙명여대 교수는 이날 심사평에서 “운동선수들에게 금메달이 누구나 받고 싶어하는 영광이듯 한국기자상도 모든 기자들이 받고 싶어하는 영예로운 상이라 생각한다”며 “올림픽 금메달이 쏟아온 땀과 노력의 결실이듯 기자상도 여러분들이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한 산물이라고 생각하기에 기자상 심사위원회를 대표해 깊은 경의와 찬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어 “기자 가족 여러분들도 참석해주셨는데 기사를 만들어내는 데 큰 도움과 격려 주신 분들이기도 하다. 감사와 축하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성광 한겨레신문 사진기자가 상을 받고 동료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김성광 한겨레신문 사진기자가 상을 받고 동료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부인, 아들·딸, 형님 내외, 조카...가족들도 찾아 축하
22일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기자상 시상식에는 수상자 가족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상을 받은 기자들 뿐 아니라 가까이서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봐온 가족들은 남다른 감회를 털어놓으며 아낌없이 축하하는 마음을 전했다.


남편 하어영 한겨레21 기자를 축하하기 위해 아들과 함께 시상식장을 찾은 현시원씨는 “너무 뉴스들이 많아서 모래알 같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사라는 게) 엄청 중요하다는 걸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이 하는 일을 대단하다고 팔불출처럼 얘기하게 잘 안되는데 정말 대단하단 생각을 한다. 세상을 바꾸는 일인데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서 (그 중요성을) 잘 못 느껴왔다는 데 반성하는 마음도 든다”고 했다. 이어 “사실 남편이 집에 오면 많이 힘들어 한다. 상을 여러 번 받고 그러면서 중압감도 되는 거 같다”며 걱정했다.


문준영 제주CBS기자의 어머니 김예춘씨는 아들이 수상과 기념촬영을 위해 단상으로 나갈 때마다 눈을 떼지 못했다. 이날 오전 7시5분 비행 편으로 뭍으로 넘어와 익숙지 않은 지하철로 시상식장을 찾은 김씨는 “본인이 좋아하는 일이고 발로 열심히 뛴 걸 인정받는 거 같아 기쁘다”면서 “여기 와서 보니 기자들이 너무 힘들고 험난한 일인데 본인이 선택한 길을 열심히 하고 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더 열심히 해서 사회 구석진 곳, 얼룩진 곳의 불량한 사람들, 약한 사람들을 더 많이 드러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예린 시사IN 기자는 남자친구인 김성광 한겨레 사진기자의 수상을 축하하며 “안쓰럽긴 한데 앞으로도 더 고생해서 더 큰 아픔을 가진 분들 이야기를 더 많이 전했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종교적인 사명이 바탕이 된 사람이라 아주 단단한 사람이고 더 고생을 하더라도 이야기를 잘 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권혁범 국제신문 기자를 축하하러 형님 내외와 조카도 자리했다. 권 기자의 형 권혁일씨는 권 기자가 시상식 연단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며 뿌듯해했다. 권혁일씨는 “기자가 되고 싶어 대학 때 학보사 기자도 했지만 결국 난 다른 길을 걸었고 동생은 기자가 됐다”며 “한국기자상을 받은 동생이 세상을 밝히는 좋은 기사를 많이 썼으면 한다”고 했다. 권 기자의 한 살배기 조카를 품에 안고 있던 형수 정연희씨는 “지금처럼 앞으로도 성실하게 기자의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며 시동생을 격려했다.

노인 현실을 6개월 이상 밀착취재한 <생애 마지막 전력질주>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권혁범 국제신문 기자(맨 오른쪽)를 축하하기 위해 형님 내외와 조카가 시상식장을 찾았다.

▲노인 현실을 6개월 이상 밀착취재한 <생애 마지막 전력질주>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권혁범 국제신문 기자(맨 오른쪽)를 축하하기 위해 형님 내외와 조카가 시상식장을 찾았다.

“다 취재원들 덕분...기쁘고 죄송하다”
상을 받는 건 기쁜 일이지만 수상자들은 마냥 즐거워하지 못했다. 기자들은 보도과정에서 큰 역할을 해준 취재원, 제보자들에게 깊은 감사와 미안함을 표하는 수상소감을 전했다.


<2017 대한민국 과로리포트-‘누가 김부장을 죽였나’>로 기획보도부문 상을 받은 유대근 서울신문 기자는 “감사드릴 분들이 너무 많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저희 기사는 새로 팩트를 찾는 것만큼 신경 썼던 게 스토리텔링, 내러티브였는데 말씀드린 소재들은 전부 저희가 만났던 수많은 과로사 유족들이 절절히 토해냈던 것에 기반해 정리할 수 있었다”며 “그분들이 속 깊은 얘기를 안 해줬더라면 저희 기사는 완성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 드리고 큰 부채의식을 느낀다. 과로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저희가 진정성을 가지고 향후에도 계속 추적해나가면서 보도하겠다”고 다짐했다.


<누가 18살 민호를 죽음으로 내몰았나 ‘제주 현장 실습 사망사고 최초 연속보도’>로 수상한 문준영 제주CBS 기자는 “우선 이 상을 하늘에 있는 민호에게 바친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에 민호 아버님이 전화가 왔었다. 어머니가 안 좋은 선택을 하셨다는 전화를 받고 놀라서 얼른 가서 만났는데 아직도 유족들은 아들 잃은 슬픔에 고통에서 살고 있다. 빨리 치유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기자상 상패

▲한국기자상 상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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