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와 인천, 서로 맞붙어있으니 비슷하다? 천만의 말씀!

[지역언론 리포트] (2)인천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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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京畿). 서울 '경'에 경기 '기'를 쓴다. 포털 한자사전에선 서울을 중심으로 한 가까운 주위의 땅, 왕도 주위로 500리(약 196km) 이내의 땅으로 풀이한다.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지리적 위치는 인천경기지역 언론의 특징과도 맞닿아 있다. 기자들은 다른 지역보다 언론의 향토성이 옅다고 설명한다. 그 바탕에 이곳 주민들이 있다. 서울을 자주 오가고 하루 대부분을 서울에서 보내는 경기도민, 인천시민을 흔히 볼 수 있다. 주소지는 경기지만 생활무대가 서울이어서 자신을 사실상 서울시민으로 인지하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지난달 초 통계청이 발표한 '2017 국내인구이동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서울 전입자의 51.6%는 경기지역에서 이주했고 뒤이어 인천이 7.2%였다. 전출자도 마찬가지다. 서울을 떠난 이들 중 62%가 경기로 거주지를 옮겼다. 그다음은 역시 인천(7.3%)이었다. 경기지역을 기준으로 살펴봐도 같은 상황이었다. 경기 전입자 가운데 54.5%가 서울에서 왔고 전출자 중에서는 45.7%가 서울로 떠났다. 이런 흐름이 계속돼 왔다.


수원에서 일하는 이호준 경기일보 기자는 “하루 중 8시간은 경기, 16시간은 서울에서 보내는 분들이 많다. 지역이슈보다 서울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며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재임했을 때(2006~2014년) 도민들이 서울시장 이름은 다 아는데 경기도지사는 누군지 모르는 걸 스트레스로 여겼다. 지역민의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인데, 지역기자로서도 비슷한 기분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진오 경인일보 인천본사 정치부장도 약한 지역성향을 특징으로 꼽았다. 정 부장은 “인천은 70년대 이후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지역 언론과 함께 정체성을 쌓을 토대가 부족했다”며 “서울이 생활근거지인 분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지역 뉴스에 관심이 덜하다. 지역 기자로서 주민들의 관심밖에 밀려나 있는 것 같아서 종종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었다”고 했다.


한국기자협회 인천경기협회장인 최원재 경기일보 기자는 “부산, 광주, 대구 등과 달리 인천경기는 지리적으로 바로 붙어 있는 중앙 언론사와 차별을 두면서도 지역 특색을 반영해야 하는 어려움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듯 다른 인천경기 언론사들
인천경기기자협회 가입사는 모두 9곳이다. 먼저 지역민영방송사와 지역 CBS, KBS, MBC가 가입 명단에 없는 게 다른 지역협회와의 차이점이다. 이들 언론사는 본사 직영의 수도권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가입사 가운데 서울이 본사인 연합뉴스, 뉴시스를 제외하고 지역 일간지만 살펴보면 무게중심이 경기도청이 있는 수원, 인천 중심으로 나뉜다. 경기일보와 경기신문, 경인일보, 중부일보, 경기신문은 수원에 본사를 뒀고 기호일보와 인천일보는 인천에 본사가 있다(신문사명 모두 가나다순). 이들은 각각 수원과 인천에 별도의 본사를 운영한다. 수원이 본사인 경일일보가 인천본사를 두는 식이다. 신문은 1면과 일부 지면을 경기판, 인천판으로 나눠 발행한다.


인천과 경기는 같은 협회로 묶여 있지만 지역기반이 달라 주민들의 정서뿐 아니라 기자들의 분위기도 차이가 난다. 장지혜 인천일보 기자는 “밖에선 인천경기 지역을 하나의 취재영역으로 보지만 두 곳 다 규모가 크고 주민들의 정서가 확연히 구분된다”며 “언론사의 경우 각 본사마다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인적교류도 거의 없다. 간접적으로 듣기론 경기에 비해 인천 기자사회가 더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한다”고 말했다.


수원과 인천에서 모두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기자는 “본사가 어디인지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 같다”며 “예를 들어 경기에 본사가 있는 신문사는 인천보다 경기에서 업무 강도가 세고 선후배 관계도 명확하다”고 전했다.


취재거리 다양한 인천 언론
인천에서 근무하는 한 기자는 “취재거리가 다양하다는 게 인천 언론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인구 300만명인 인천은 국제공항을 비롯해 항만, 산업단지, 청라국제도시(경제자유구역), 신도시, 구도심, 농업, 어업, 행정타운 등 복합적인 모습이다. 계속해서 성장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그는 취재거리가 다양하다는 게 인천 언론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특성만큼 기자들이 신경 써야 할 사안도 많다. 장지혜 인천일보 기자는 “인천이 수도권에 포함돼 여러 규제를 받지만 동시에 농어촌지역인 섬에선 규제와 충돌되는 부분이 있다”며 “양면성과 그에 따른 문제들을 짚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장 기자는 항공과 항만분야를 다루는 것도 인천기자의 특수성으로 꼽았다. 그는 “인천은 한국의 관문인 공항과 항만을 끼고 있어서 기자들이 여기에 집중해 취재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이 분야를 공부하거나 전문기자처럼 특화된 분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1991년부터 인천의 항만을 담당해온 배종진 기호일보 부국장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취재 분야라고 강조했다. 항만과 관련된 세관, 검역소, 출입국관리소, 항로 등 취재범위가 광범위하다. 또 특수한 용어와 상황, 전문 지식을 잘 숙지해야 한다.


배 부국장은 “수출입 항만이기 때문에 기사 하나하나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용어 하나만 틀린 기사라도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어서 기자들이 공부해야 한다.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공물류산업이 인천경제의 33.8%를 차지한다”며 “이 분야를 오래 취재해왔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축소판
경기도 인구는 1300만명에 달한다. 국민 4명 중 1명이 경기도에 사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기자들은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규원 경인일보 기자는 “사건사고가 많기도 하지만 사건이 터지면 중앙언론에서 취재를 많이 하러 온다. 쉽게 올 수 있는 거리라 더 주목받는 것 같기도 하다”며 “그런데 중앙언론이 가세해 취재가 과열되면서 불필요한 논란이 불거질 때가 많았다”고 했다.


최 기자는 중앙언론이 출처 없이 우리 기사를 그대로 받아쓰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선후배 대부분이 겪어봤지만 오히려 지역 기자들의 탄탄한 취재력을 증명하는 일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 기자는 “이렇게 넓은 지역을 중앙언론에서 모두 커버할 수 없으니 지역 기사를 참고하는 것 아닌가”라며 “중앙언론이 받아써야 지역 뉴스가 전국적으로 커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는 인구가 많은 만큼 행정구역(31개 시군)도 많아 ‘경기도민’이라는 한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30년 전부터 경기북부 정계에선 경기도를 남도·북도로 나누자는 주장도 펼쳐왔다. 올해가 ‘경기’라는 지명이 생긴 지 1000년이 되는 해지만 경기도에 비해 시나 구의 브랜드가 더 강하다. 지역민들은 경기도보다 시, 그보다 구나 동에 정체성을 투영한다. 고양시가 아니라 일산(구), 화성보다 동탄, 안양 대신 평촌(동), 성남에선 분당(구) 등이다. 지역성이 뚜렷하지 않은 정서는 지역 기사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다.


경기지역 기자들은 경기도 곳곳에 서울의 베드타운이 생겨나고 1차 2차, 3차 신도시들이 잇따라 개발되는 과정 등을 고스란히 기록해왔다. 이호준 경기일보 기자는 “경기도를 보면 대한민국 전체가 보이는 것 같다”며 “신도시에 사람이 몰렸다가 쇠락하는 모습부터 도시는 점점 과밀화되지만 농촌에선 인구가 빠져나가는 상황, 남북 접경지대의 대치, 탈북자, 다문화 가정, 외국인 노동자, 이민자 등을 다뤄온 경기 언론을 통해 미래 대한민국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예전에 한 선배가 지역 언론을 이야기하면서 ‘사또는 떠나도 이방(향리)은 남는다’고 하셨다. 올해 10년차쯤 되니 그 말뜻을 알 것 같다”며 “기자는 이방이 돼야 한다. 중앙언론과 경쟁하기보다 지역에서만 나오는 이야기들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본다. 그게 지역 언론의 역할”이라고 했다.


신지영 경인일보 정치부 기자는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지역 언론이 왜 꼭 필요한지 증명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 기자는 “미디어환경이 SNS 중심으로 흐르면서 특히 젊은층에게 지역 언론의 영향력과 인지도가 낮아 아쉽다”면서도 “지방선거는 지역 언론의 콘텐츠가 먹힐 수 있는 시기다. 총선과 달리 정치적 이념보다 인물과 정책, 이슈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지역민들과 호흡하며 쓸 수 있는 기사를 선보이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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