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황 연합뉴스 사장, 해임 논의 앞두고 사의 표명

14일 새 뉴스통신진흥회 임시 이사회 개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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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황 연합뉴스 사장이 13일 사의를 표명했다.


박 사장은 13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차기 뉴스통신진흥회가 출범함으로써 큰 경영공백 없이 연합 미디어그룹의 새 경영진 체제가 출범할 토대가 갖춰졌기 때문”이라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새롭게 구성된 뉴스통신진흥회가 사장 해임 건을 논의하기 직전 이뤄진 사의표명이고, 사실상 임기 3년을 거의 채운 상황에서 이뤄지는 사퇴다.


박 사장은 “의욕을 갖고 연합미디어그룹의 성장과 도약을 위해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였지만 진정성이 여러분에게 미치지 못했던 점은 몹시 안타깝다”며 “부족함으로 여러분들에게 남긴 상처와 좋지 않은 기억은 모두 제탓”이라고 게재했다. 그러면서 “저를 도와 불철주야 일해 온 다른 임원들에게는 성과와 공로는 함께 하시되 화살은 돌리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연우홀에서 열린 제5회 수림문학상 시상식에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연우홀에서 열린 제5회 수림문학상 시상식에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사장은 또 “여러분의 사명감과 몸을 던져 일하는 헌신을 통해 연합미디어그룹은 대한민국 뉴스 정보 인프라로서의 부동의 위치를 넘어 차세대 미디어의 선두 주자로서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지난 3년 간 감사했다”고도 했다.


박 사장의 사퇴는 하루 앞서 제5기 뉴스통신진흥회가 공식출범한 직후 이뤄졌다. 연합뉴스 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는 지난 12일 강기석 전 신문유통원장을 이사장으로 선출하고 오는 14일 임시 이사회에서 사장 해임과 관련해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앞서 연합뉴스 노조는 이사회 구성과 더불어 즉시 해임 청원서를 접수해 박노황 사장을 퇴진시키기 위한 절차를 밟아왔다. 노조는 지난해 5월부터 공영언론의 편집권 독립과 보도공정성 침해 등을 이유로 박노황 경영진 퇴진·제4기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진 사퇴 등을 촉구해왔다. 지난 2일에는 새 진흥회 이사진이 내정되고도 대통령 재가가 늦어지며 이사회 구성이 이뤄지지 못하자 조속한 임명을 청와대에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들이 제출한 해임 청원서는 “주식회사 연합뉴스 대표이사 박노황에 대한 해임을 청원합니다”라는 주문을 시작으로 △편집총국장제 무력화 및 편집국장 직무대행 체제 유지(3년)를 통한  편집권 독립 침해 △이에 따른 뉴스 공정성과 공익성 훼손 및 보도개입 △노조 전임 간부에 대한 보복성 지방발령 등 부당노동행위 등을 해임사유로 적시하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해 5월 언론노조가 공개한 ‘언론장악 부역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주영 연합뉴스 노조위원장(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은 13일 기자협회보와 통화에서 이번 사퇴와 관련해 “3년 동안 편집국장도 없이 조직을 운영하고, 조직을 생각했다면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일들을 해놓고 일언반구 사과나 잘못 인정이 없다”면서 “사퇴가 당연한데도 찝찝하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조금 전까지도 회사 내 분란을 조장하는 행위를 하더니 해임당하는 것보다 스스로 걸어나가는 게 낫다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노조는 박 사장과 관련해 진행 중이던 부당노동행위 고소고발 건을 계속 이어가는 한편 앞서 제출한 해임 청원서 유효여부 등 논의를 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박노황 경영진의 3년 간 행위의 잘잘못이 공영언론이자 국가기간통신사가 제대로 기능하는 데 얼마나 지장을 초래했는지 책임 소재 등을 밝혀 기록을 남기는 작업을 뉴스통신진흥회에 확고하게 요구할 것”이라며 “법적인 조치는 아니지만 그렇게 해야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 막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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