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MBC "더 이상 낙하산 사장은 없다"

서울에서 일방 임명 안 해
노사동수 임원추천위 구성
공모제·정책설명회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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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정상화 수순에 따라 지역MBC 사장도 잇달아 퇴출되고 있다. 현재까지 사장 사퇴가 이뤄진 지역사는 원주(김철진), 대구(김환열), 전주(원만식), 대전(이진숙) 등 4곳. 주주총회를 거쳐 해임된 곳은 춘천(송재우), 강원영동(장근수), 울산(조상휘), 광주(이강세), 충북(김상운) 등 5곳이다. 서울을 제외한 총 16곳의 지역사 가운데 절반가량이 새 사장 선임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지난 정권 하에서 서울MBC 경영진이 내려 보낸 인사들로, ‘보도 몰락’의 책임자로서 구성원들의 퇴진 요구를 받아왔다.


사장이 끝까지 버티고 있는 여수(심원택)와 목포(김현종)에서도 각각 19일과 31일 임시 주총에서 사장 해임 안건이 다뤄질 예정이다. 다음달 6일에 열리는 부산(허연회), 경남(김일곤), 안동(안택호), 포항(오정우) 등 4곳의 주총까지 마무리되면, 제주를 제외하고 모두 일단락되는 셈이다. 지역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해고무효소송’을 염두에 두고 주총 개최에 동의한 상태다.


지난해 10월 해직PD 신분이었던 최승호 MBC 사장이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 1주년 제주지역 기념행사에 참석해 언론노조 MBC 제주지부의 총파업을 응원하는 모습. 현재 MBC제주지부는 최재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보도와 편성부문 제작거부를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0월 해직PD 신분이었던 최승호 MBC 사장이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 1주년 제주지역 기념행사에 참석해 언론노조 MBC 제주지부의 총파업을 응원하는 모습. 현재 MBC제주지부는 최재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보도와 편성부문 제작거부를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제주MBC는 최재혁 사장에 대한 해임이 순탄치 않은 분위기다. 소주주들이 MBC 구성원들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어서다. 제주MBC는 서울MBC의 지분(53.05%) 외에도 남창기업 등 소주주들의 몫(46.87%)으로 이뤄져있다. 주총에서 해임이 가결되려면 주주의 75%가 동의해야하는데, 소주주들이 대화의 의지를 보이지 않으며 교착 상태에 빠졌다. 지건보 제주MBC 지부장은 16일 “보도와 편성본부 모두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거부를 이어가고 있다. 설득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지역 임원진의 퇴출로 새 사장 선임 작업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그간 서울 MBC 사장이 지역 임원을 내정하며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 최승호 MBC 사장이 전례를 깨고 지역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선임 방식을 밝힌 것이다. 최 사장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그동안 본사뿐 아니라 계열사도 극심한 (노사) 갈등이 있었고 파업 이후 정상화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계열사의 안정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과 조치를 검토했다”며 노사 합의안을 공개했다.


지역사 임원 선임 방안은 노사 동수로 6인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모제를 도입하는 게 골자다. 이어 추천위에서 2배수로 후보를 추리면, 사장이 최종 내정하는 방식이다. 선발된 임원들은 일정기간 내에 사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설명회’를 개최해야 하며, 부임 2년차 때에는 구성원들의 절반이 발의하고 3분의2 이상이 부정평가를 하면 본사 사장에 의견이 전달되는 ‘중간평가제’도 거쳐야 한다.


최 사장은 “과거에 경영진 산하에서 임명된 지역MBC 임원들의 경우 구성원들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을 많이 해서 불신이 큰 상태다. 최소한의 견제 장치를 두면 좋겠다는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MBC는 16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지역사 10곳의 사장 공모를 받고 오는 24일에는 추천위가 추린 2배수 가운데 사장이 최종 임원을 선임하기로 했다. 나머지 지역사도 공석이 생기는 대로 공모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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