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연속, 그래도 남북회담 잘 됐으면…

실무접촉 등 남북대화 급물살
통일부 기자들 취재열기 후끈
북측회담 대비 풀단구성 마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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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열리는 남북회담이다 보니 다들 약간은 흥분하고 있는 것 같다. 바쁘고 힘들긴 하지만 활기차게 일하는 분위기다.” (종합일간지 A기자)


지난 9일 2년여 만에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을 시작으로 실무접촉, 실무회담이 이어지며 남북 대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부터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회담 등까지 언급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취재하는 통일부 기자들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방송사 B기자는 “남북이 경색국면일 땐 출입기자 입장에서 답답하고 지엽적인 부분에 쉽게 날카로워졌다”며 “그에 비해 지금은 바쁘긴 해도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선 이른 새벽인 오전 5시30분부터 서울 삼청동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 취재진과 방송사 중계차량이 몰려들며 뜨거운 취재 열기를 방증했다. 특히 대표단이 회담장으로 이동하는 7시엔 외신 50여명을 포함해 250명이 넘는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종합일간지 C기자는 “9일 회담은 너무 오랜만에 열린 고위급 회담이라 외신도 그렇고 다들 관심이 많았다”며 “각 언론사 기사 분량이 양적으로도 많았다”고 말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린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회담 장소인 판문점으로 출발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린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회담 장소인 판문점으로 출발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회담장에는 통일부 출입기자들로 구성된 풀단(공동취재단)이 함께 들어가 남북 대표단의 발언과 행동 등 생생한 모습을 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회담장에 들어간 경제지 D기자는 “펜 기자 6명과 방송 담당 10여명 수준으로 풀단이 구성됐다”며 “회담장에 연결된 인터넷선으로 내용과 스케치 등을 기자들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남측에서 회담이 열릴 경우 풀단은 랜선을 활용해 기자들에게 내용을 보낼 수 있다. 9일 회담에서도 이를 통해 취재 내용이 이메일과 단체 채팅방으로 공유됐다. 종합일간지 E기자는 “반면 북한에서 회담이 열릴 경우 인터넷도 휴대전화도 불통이 되기 때문에 노트북으로 문서를 작성하고 가져간 프린터로 출력해 통일부에서 설치한 비화 팩스(메시지를 암호화하거나 신호를 뒤섞어 해독할 수 없게 만드는 도·감청 방지 팩스)로 본부에 내용을 보낸다”며 “수신한 곳에선 수십 장 복사해 뿌려주는 형식이다. 21세기엔 보기 힘든 광경”이라고 말했다.


B기자도 “방송의 경우 테이프를 행낭으로 발송해 통일대교 남단에 있는 중계차로 보낸다”며 “그곳에서 영상을 받아 각 사별로 송출을 해준다. 이것도 방송사마다 순번을 정해 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 접촉에 풀단이 매번 구성되는 건 아니다. 9일 고위급 회담에선 풀단이 구성됐지만 15일 열린 실무접촉 때는 모든 기자들이 삼청동 본부에서 브리핑을 기다렸다. 17일 열리는 실무회담 역시 마찬가지다. 경제지 F기자는 “통상적으로 실무의 경우 풀기자단을 안 데려가는 것 같다”며 “번거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면서도 기자들이 직접 들어가면 숨소리 하나, 표정 하나 기록하고 전달할 수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 회담이 다양한 측면에서 펼쳐질 텐데 언론의 기능을 감안해 문을 좀 더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일부 출입기자들은 이미 평양, 개성, 금강산 등 향후 열릴 북측 지역 회담에 대비해 예비 풀단을 구성한 상태다.


풀단이 가지 않을 경우 기자들은 본부에서 하염없이 정부의 발표만을 기다린다. F기자는 “통일부 기자들은 우스갯소리로 기자의 ‘기’가 기록할 ‘기’가 아니라 기다릴 ‘기’라는 얘기를 한다”며 “다행히 요즘에는 저녁 7~8시만 돼도 결과물이 나오는데 예전에는 종쇄 시간인 자정을 넘겨서까지 결과가 안 나와 ‘밤샘 줄다리기’로 기사를 처리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종합일간지 G기자도 “통일부에 온 지 열흘밖에 안 됐는데 결과 발표를 기다리느라 매일 밤늦게까지 일하고 있다”며 “그래도 기자이자 국민의 일원으로서 회담이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기자들 대부분은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화 재개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종합일간지 H기자는 “2015년 12월 삼청동 본부에서 출발할 때와 이번 출발 때의 느낌이 다르다”며 “당시가 가라앉았던 분위기라면 지금은 뭔가 될 것 같은 분위기다. 확실히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C기자는 “기대도 많지만 우려가 많은 게 사실이다. 실제로 남북회담의 역사를 보면 구조적으로 미국 중국 등 주변국과 연계돼 있기에 잘 되다가도 하루아침에 일그러진 경우들이 있다”며 “서로 불편해할 요소들을 꺼낼 수밖에 없는지라 걱정도 많이 되지만 그렇다고 대화를 안 하는 것보다 지난하더라도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게 낫다. 이런 계기가 마련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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