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8시 뉴스 경쟁…시청자는 어디로?

뉴스 절반 가량이 심층리포트, 형식보다는 내용 혁신 주력
3사 모두 백화점식 보도 탈피…이슈 중심의 탐사·기획 확대

  • 페이스북
  • 트위치

“JTBC 뉴스룸은 시청률이 8% 나오는 것 같고 SBS 8뉴스는 7%대로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더라고요. 저희가 뒤처져 있는 사이에 타 매체들이 많이 앞서 나가고 있다는 것을 취재현장에 나가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취재망을 복원해 충실한 취재를 통해서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수진 MBC 주말뉴스데스크 앵커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포부다. 지난 5년간의 보도 참사를 반성하고 새롭게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SBS 보도본부가 새 진영을 갖춘데 이어 MBC 뉴스데스크가 개편되며 JTBC 뉴스룸과 함께 동시간대 시청자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주 시청층이 2040 세대로 겹치는 만큼 어떤 차별화를 꾀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먼저 3사 모두 기획과 탐사보도를 늘리자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기존에 1분30초짜리 스트레이트 기사 중심의 ‘백화점식 보도’를 탈피하고 ‘이슈 중심’으로 보도하겠다는 뜻이다. JTBC 뉴스룸은 이미 지난 2013년 손석희 보도담당 사장이 온 뒤 5분 이상의 기획리포트와 심층 분석 코너를 신설해 파격적인 뉴스 형식을 선보였다. 리포트당 2분을 넘기면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려버린다는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은 혁신이었다.


특히 지난 2014년 세월호와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종 보도 당시 심층 리포트는 뉴스룸의 입지를 더욱 공고하게 했다. 새해 첫날인 1월1일 기준 전국가구 시청률(닐슨코리아)에서 6.4%를 기록, 1위를 고수하며 지난해에 이어 동시간대 선두자리를 뺏기지 않고 있는 이유다. 전열을 가다듬고 바짝 추격을 하고 있는 SBS 8뉴스는 6.3%로 아깝게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3% 시청률에 그친 MBC 뉴스데스크는 이날 4.4%로 소폭 올랐다.


JTBC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는 형식의 변화보다는 내용적인 혁신에 주력할 것”이라며 “기자 출연 비중은 줄이고, 개별 리포트를 면밀하게 모니터해 수정 보완해나가는 방식으로 콘텐츠의 질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공영방송의 정상화로 보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에 대비한 차별화된 보도 콘텐츠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도입된 ‘1분 뉴스’도 저녁과 밤 시간대에 나눠 하루에 두 번씩 실시간 정보를 전달해주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구성원들의 임명 동의를 얻어 선임된 심석태 보도본부장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뉴스 혁신을 꾀하고 있는 SBS는 사건·사고 리포트를 줄이고 기획취재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에 신설된 기획취재팀 인력이 최근 10명으로 보강되며 심층 보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다른 뉴스 안보고 SBS 8뉴스만 봐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목표다. SBS 한 데스크는 “가상화폐 또는 위안부 같은 이슈가 있으면 아낌없이 포만감 있는 보도를 하는 식이다. 출연을 통해 뉴스의 이면과 맥락을 충실하게 보도한다는 원칙도 있다”며 “당일 발생 기사가 아니더라도 시의성만 있으면 이슈점검을 해서, 뉴스의 절반 가량을 심층 리포트로 채워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6일부터 개편된 MBC 뉴스데스크는 ‘시민에 응답하는 뉴스, 시민과 소통하는 뉴스’의 슬로건을 내놓으며 팩트체크 코너 ‘새로 고침’을 신설했다. 탐사 보도를 강화해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개편된 뉴스데스크를 보면 형식적인 개편보다는 노동 아이템이 늘어나는 등 내용적인 혁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르면 내달 신입 채용 공고도 날 예정이다. 늦어도 5월 중에는 보강된 신규 인력을 투입해 보다 질 높은 리포트를 내놓겠다는 취지다. MBC의 한 기자는 “경력 채용은 일부 젊은 기자들의 이견으로 보류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채용을 하게 되면 면밀한 채용 과정을 거쳐 능력 위주의 인사를 선발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데스크의 9시 개편 방안도 눈여겨볼만 하다. 경영진이 9시로의 개편 의사를 피력하고 있으나, 내부 기자들의 반발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오는 4일 저녁 국장 정책설명회에서 이를 포함한 다양한 보도 개편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박성호 MBC 뉴스데스크 앵커는 “‘MBC가 정상화되면 어떤 뉴스를 하겠다’는 건 지난 5년 동안 많이 얘기해왔고 시민 여러분이 지지해왔기 때문에 그 말의 빚을 어떻게 갚을지가 가장 의식하고 신경 쓰이는 대목”이라며 “취재망 붕괴가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 취재 네트워크를 복원하는 단계다. 권력에 대한 비판, 궁금증 해소, 사회적으로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공영방송다운 뉴스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전했다.


조성원 SBS 편집1부장은 “옛날에는 정치나 정책 이슈와 같이 무거운 아이템은 시청자들이 선호하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시민들의 정치의식이 향상돼 하드한 아이템 위주로 가고 있다. 보여주기식 사건·사고 화면 위주가 아니라 그야말로 텍스트와 취재내용을 가지고 승부하는 때가 도래했다”며 “한국의 방송 저널리즘이 한 단계 성장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조 부장은 “‘끝까지 물고 늘어지자’는 데 공감대가 생기며 전보다 기자들의 ‘이슈파이팅’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다. 시청률도 소폭 오른 만큼, 뉴스에 대한 신뢰도 자연스럽게 향상될 거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이진우·강아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