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직업병 첫 사망 54명 확인 분석

제327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부문 / JTBC 박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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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박진규 기자

▲JTBC 박진규 기자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는 이미 끝난 이야기 아닌가?” 저희 팀이 취재하면서 많이 들은 질문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언론에서 사라져버린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노동자들의 이야기. 고 황유미씨가 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었습니다.


지난 추석,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했던 이혜정씨가 사망했습니다. 전신성경화증이란 희귀병이었습니다. 황유미씨의 죽음에서 이혜정씨의 죽음까지. 10년간 우리 사회가 바뀐 건 무엇일까요.


우선 지난 10년간 보도의 흐름과 중요 사건들을 모았습니다. 2008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이후 2014년 삼성전자 사과 기자회견, 2015년 조정위원회 구성과 보상위원회 출범이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마치 직업병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처럼 단정짓는 보도가 많아진 겁니다. 하지만 취재를 할수록 매듭지어진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피해자 숫자에 대한 통계조차 없었습니다. 반올림 측은 삼성전자 반도체, LCD 부문 피해 제보자가 230여명이고 이 중 사망자가 80명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삼성전자 측은 단순 제보 또는 들은 이야기로만 부풀려진 숫자라고 의심하는 상황이 10년간 이어져 온 겁니다.


학계 연구결과에 대한 논란도 있었습니다. 2008년 발표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는 삼성이 자주 인용하는 보고서입니다. 반도체 라인과 암 발병률간의 연관관계가 밝혀진 바 없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들은 직접 만난 결과 표본이 작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할 수 없었을 뿐 여성의 경우 백혈병, 림프종 발병률이 분명 높았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지난 10년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건 아닙니다. 최근 법원에서는 반도체 공정과 질병 사이에 정확한 인과관계를 밝힐 수 없다 하더라도 폭넓게 산업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아직도 확인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사망자 분석 이후 이번에는 투병자들을 직접 심층 인터뷰해 병의 양태와 작업장 환경에 대한 보다 구체적 설명을 들을 예정입니다. 이번 기획보도를 통해 삼성전자뿐 아니라 모든 산업계가 산업 재해에 대한 인식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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