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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18살 민호를 죽음으로 내몰았나

제327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 / 제주CBS 문준영 기자

제주CBS 문준영 기자2018.01.03 15:12:35

제주CBS 문준영 기자

▲제주CBS 문준영 기자

지난 11월9일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서 19살 남성이 공장 벨트에 목이 끼어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취재 결과 사고 업체는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용암해수단지 내 음료 제조회사.


노동자로 보기엔 피해자 나이가 어렸다. 정확한 경위 파악을 위해 사고 발생 공장으로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튿날 업체 본사로 전화를 걸었다. 회사 관계자는 ‘피해자가 아르바이트생이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단기 계약직”이라고 말했다. 사고 경위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기계 안으로 들어가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짧게 설명했다.


‘10대 노동자가 스스로 기계 안에 들어갔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관할 수사기관과 교육청 등으로 취재를 이어갔고, 피해자가 현장실습생이란 걸 확인했다. 제주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18살 이민호. 원예과 전공. 3학년 2학기 파견형 현장실습생. 그는 ‘노동자’가 아닌 ‘학생’이었다. 업체 관계자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제주 현장실습 사건은 이렇게 세상에 드러났다.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생에게는 취업자에 준하는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고 있다. 업체와 근로 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보호가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학생에게 근로 기준이 적용되는 순간 사업장과 교육당국은 현장실습생을 ‘학생’이 아닌 ‘노동자’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문제는 여기서 파생되고 있었다.


업체 모니터링 등 학생을 위한 제도 또한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후속 취재 결과 민호는 12시간이 넘는 중노동에 시달렸고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교육당국과 사고 업체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언론과 분노한 국민들이 현장실습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결국 정부는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제도 전면 폐지를 선언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제도 개선을 촉구했고 관련 부처가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보도를 통해 제2의 민호가 발생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이는 장례식장에서 “우리 아이가 마지막이어야 한다”며 슬피 울던 민호 어머니, 아버지의 바람이기도 하다.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변해야 한다. 그 변화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취재하고 고민할 것을 재차 다짐한다. 이 상을 하늘에 있는 민호에게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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