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사격·전투기 출격 의혹을 조사하는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하고 5·18 기념재단이 행불자 암매장 발굴조사에 들어간 상황에서 해당 지휘관은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이었다.
수소문 끝에 연락처를 확보하고 조심스레 통화를 시도했다. 신분을 밝히고 인터뷰 의중을 묻자 그는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사절했다. 다시 한 번 설득해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받은 전일빌딩에 있었던 그 언론사의 기자”라고 말하자 “시간이 나면 얼굴이나 한 번 봅시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곧바로 자동차로 한 시간 반을 달려간 끝에 만난 그는 막 농사일을 마치고 온 듯 소탈한 복장에 인심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자신을 1980년 당시 3공수여단 11대대 4지역대장이라고 밝힌 신순용 전 소령은 “그동안 광주시민들이 얼마나 억울하게 살았냐”며 “그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고 싶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을회관에서 두시간여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들었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신 전 소령은 자신이 부대원들과 함께 당시 시위대를 사살하고 직접 암매장했다고 고백했다. 이후 신 전 소령은 5·18기념재단이 발굴 조사를 하고 있는 옛 광주교도소 부지를 방문해 자신이 목격한 지점을 지목했다. 5·18기념재단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곧 발굴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70세가 가까운 나이에 37년 전 일을 또렷이 떠올리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었지만, 그가 한 가지 분명하게 기억하는 건 광주시민의 따뜻함이었다. 광주시민들은 하루종일 배를 곯은 그와 부대원들에게 빵과 음료수를 나눠 줬고 “오늘 저녁은 시위가 격렬해질 테니 조심하라”고 일러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광주시민은 37년 전 그날의 과오를 떳떳이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신 전 소령에게 따뜻한 시선과 감사의 마음을 보내고 있다. 이를 계기로 신 소령 같은 용기 있는 인사들의 양심고백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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