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쉽고 재미있게, 뉴스와 게임 접목하니 응답하네

[디지털 신사유람단] ①경향신문 뉴콘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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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자·웹디자이너 등 구성, 동영상·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 제작
최순실 게이트 게임 접목 ‘최투’ 등 독자 시선 끌기 위해 많은 고민
포털 중심 뉴스 소비 구조에선 콘텐츠 만들어도 유통할 곳 없어


“NPC(Non-Player Character·게임 안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가 너무 튀지 않아?” “게임에 녹아들면 안 보일까봐 그랬는데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서 비교해 볼게요.” “타이틀은 뭐였지? 대한마을이었나?” “이름은 빼기로 하지 않았어요? 새로 지어볼게요.”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 6층 편집국. 한편에 위치한 이아름 콘텐츠기획자의 책상 앞에 뉴콘텐츠팀 팀원들이 모여들었다. 경향신문 신년기획 ‘헌법 11.0’에 맞춰 제작하고 있는 인터랙티브 콘텐츠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서였다. 마을을 돌아다니는 분홍 고양이가 주민들을 만나며 헌법에 대해 알아가는 게임 성격의 이 콘텐츠를 두고 팀원들은 캐릭터의 움직임, 전체 구성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경향신문 뉴콘텐츠 팀원들이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 6층 편집국 회의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보미 기자, 황경상 기자, 김지원 기자, 김유진 웹디자이너, 이아름 콘텐츠기획자, 이인숙 뉴콘텐츠팀장.

▲경향신문 뉴콘텐츠 팀원들이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 6층 편집국 회의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보미 기자, 황경상 기자, 김지원 기자, 김유진 웹디자이너, 이아름 콘텐츠기획자, 이인숙 뉴콘텐츠팀장.

뉴콘텐츠팀 소속 황경상 기자는 “취재팀에서 신년을 맞아 헌법 기획을 준비하고 있는데 단순히 기사를 나열하기보다 고양이가 마을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기사를 띄우는 것이 덜 딱딱할 것 같아 이 같은 콘텐츠를 준비 중”이라며 “이 외에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권리가 무엇인지 스스로 골라보는 ‘내가 만드는 헌법’도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콘텐츠들은 1월1일 신년기획이 연재됨과 동시에 사이트에 공개됐다.


경향신문 뉴콘텐츠팀은 신문기사를 넘어서 인터랙티브 뉴스 웹페이지, 동영상, 카드뉴스,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팀이다. 전신은 2010년에 탄생한 인터랙티브팀으로, 이후 미디어기획팀, 미래기획팀을 거쳐 지난해 7월 뉴콘텐츠팀으로 변모했다. 4명의 취재기자뿐만 아니라 웹디자이너, 기획자 등 다양한 인력이 모여 있는 팀이기도 하다. 현재 팀장 포함 8명의 인력이 일하고 있고 3명은 실제 디지털 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나머지는 SNS 운영, 뉴미디어 동향 연구, 전략 수립 등을 하고 있다. 3명의 제작 인력은 기획, 디자인, 퍼블리싱 등의 역할을 따로 또 같이 하며 경계를 넘나드는 협업을 하고 있다.


뉴콘텐츠팀에서 만든 콘텐츠 중 특히 시선을 끄는 건 인터랙티브 뉴스 페이지다. 지난해 이 팀에선 ‘제빵왕 김탁구는 없다’ ‘대선주자 10장면’ 등 17개의 인터랙티브 뉴스 페이지를 제작했다. 그 중 ‘최투’ 시리즈와 ‘박근혜 탄핵, 헌재는 어떻게 결정했나’는 ‘제6회 한국 온라인 저널리즘 어워드’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페이지별로 편차는 있지만 독자들 역시 호응하고 있다. 조회수 40만을 넘긴 ‘박근혜의 사람들’이나 ‘내 소득을 키로 나타낸다면?’ ‘후보 정책 한눈에 비교해보세요’ 등 10만 PV를 기록한 콘텐츠들이 꽤 있다.


황경상 기자는 “인터랙티브 뉴스 페이지는 제작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지만 독자들의 시선을 끄는 데 늘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이 때문에 뉴콘텐츠팀에선 독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재미를 느끼면서 뉴스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게임’이라는 형식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사건 관계도를 보여준 뒤 해당하는 인물을 마치 ‘화투’처럼 맞추는 ‘최투’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뉴콘텐츠팀이 1일 선보인 ‘헌법 11.0’ 관련 인터랙티브 콘텐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권리가 무엇인지 스스로 골라보는 ‘내가 만드는 헌법’(위)과 고양이 캐릭터가 마을 주민들을 만나며 기사를 띄우는 ‘모두의 마을’.

▲경향신문 뉴콘텐츠팀이 1일 선보인 ‘헌법 11.0’ 관련 인터랙티브 콘텐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권리가 무엇인지 스스로 골라보는 ‘내가 만드는 헌법’(위)과 고양이 캐릭터가 마을 주민들을 만나며 기사를 띄우는 ‘모두의 마을’.

실제 인터랙티브 뉴스 페이지 제작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게임의 경우 볼륨에 따라 최소 2~3주의 시간이 걸린다. 이아름 기획자는 “게임 콘텐츠는 디테일에 신경을 쓰면 한도 끝도 없다”면서 “2016년 처음 제작한 ‘애타게 대통령을 찾아냥!’이라는 게임 콘텐츠는 가욋일로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무려 제작에 6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밸런스를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시의성에 따라 독자들의 반응도 달라지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제작물을 내보내려 한다. 지난해 살충제 계란 파동 땐 관련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하루 만에 제작해 내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 중심의 뉴스 소비 구조에서 영향력 확대가 제한적이라는 점 역시 고민이다. 황경상 기자는 “콘텐츠를 만들어도 마땅히 유통할 곳이 없는 게 문제다. SNS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는 웬만한 자극적인 소재가 아니고서는 바이럴을 타기가 쉽지 않다”면서 “특히 인터랙티브는 기사 형식에 페이지 링크를 붙이는데 포털에서 그 링크마저 막아 놔 사실상 전송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인숙 뉴콘텐츠팀장도 “어떻게 보면 들이는 노고와 정성, 시간에 비해 남는 게 없을 수 있다”면서도 “누구도 답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답을 찾는다는 점, 이런 작업들이 대단히 거창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간다는 점에서 깨닫는 것이 많다. 그런 인식이 저희 팀뿐만 아니라 편집국 전체로 확대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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