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협회보 선정 '2017 언론계 10대 뉴스'

공영방송 정상화 열풍, 포털 못 벗어난 디지털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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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했던 세월을 견뎌내고 YTN·MBC 해직언론인들이 돌아왔다. MBC는 파업을 통해 해직PD 출신이 사장으로 선임되는 등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KBS 구성원들은 100일이 넘도록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페이크뉴스는 팩트체크의 중요성을 재차 각인시켰고, 장충기 문자는 언론의 낯 뜨거운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한경오’ 사태는 독자의 당연한 권리라는 인식과 함께 독자의 압력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게 했다. 기자협회보가 선정한 ‘2017년 미디어 10대 뉴스’의 주요 내용이다. 10대 뉴스는 기자협회보 기자들의 개별 추천과 토론, 편집위원들의 투표를 거쳐 선정했다.



<MBC·YTN 해직언론인 복직>


2017년은 MBC와 YTN의 해직언론인이 돌아온 경사의 해다. 지난 2008년 구본홍 사장 선임을 반대한단 이유로 해고된 YTN 기자들(노종면 조승호 현덕수)은 올해 8월 복직했다. 무려 3249일, 9년 만의 복귀다. 이날 복직 기자들을 반기는 선후배들의 수백여 개의 종이비행기는 YTN 상공을 펄쩍 날아올랐다.
지난 2012년 공정방송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MBC 해직언론인(강지웅 박성제 박성호 이용마 정영하 최승호)도 지난 11일 5년 만에 복직했다. 암투병 중인 이용마 기자도 참석해 “엄동설한을 무릅쓰고 나와 주신 촛불 시민의 위대한 심정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5년 만에 양대 공영방송사 동시 파업>


지난 9월4일 공영방송 KBS와 MBC는 동시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5년 간 KBS와 MBC의 기자들은 고대영, 김장겸 사장을 비롯한 일부 경영진의 부당한 지시에 맞서고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언론 길들이기에 저항하며 언론자유를 위해 투쟁해왔다. 그 과정에서 수백여 명의 언론인이 해고와 정직, 전보 등 부당한 징계를 받았고, 공영방송에 대한 신뢰는 끝없이 추락했다. 결국 6000여명의 KBS MBC 구성원은 파업에 돌입, MBC는 72일 만에 김장겸 전 사장을 해임시키고 파업 승리를 만끽했다. KBS도 방송통신위원회가 비리 혐의에 연루된 강규형 KBS 이사의 해임 절차에 돌입하며, 1월 중으로 고대영 사장의 해임까지 엿볼 수 있게 됐다.




<SBS 윤세영 회장 일가 퇴진, 임명동의제 실시>


SBS는 방송 역사상 처음으로 임명동의제를 도입했다. 대표이사 사장 및 시사교양과 편성 최고 책임자의 경우 재적 60%, 보도 최고 책임자의 경우 재적 50%가 반대하면 임명을 철회하도록 정하는 제도다. 노사는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임명동의 투표를 진행했다. 임명동의제가 원활한 과정 속에 합의된 건 아니었다. SBS 노동조합은 지난 8월 말 대주주와 정치권력의 간섭으로부터 방송 자율성을 지켜내겠다며 ‘방송 사유화 진상 조사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윤세영 당시 SBS 회장의 보도지침 의혹 등을 제기했다. 이에 윤 회장 일가는 9월11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며 협상 결렬 등 진통을 거듭한 끝에 노사는 결국 임명동의제에 합의했다.(사진=전국언론노조 SBS본부 제공)




<가짜뉴스 및 대선 팩트체크 열풍>


2017년은 페이크뉴스와 팩트체크의 한 해였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함께 사회 주요 이슈로 대두된 페이크뉴스는 국정농단, 대통령 탄핵으로 촉발된 우리나라 대선 국면에서 사회 전반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부상했다. 팩트체크는 이에 기성 언론들이 대응하는 한 방식이었다. 실시간 팩트체크라는 새로운 시도가 나오고, 전담 매체도 등장했다. 여느 때보다 활발한 사실 확인 작업이 이뤄지며 팩트체크는 대표 콘텐츠로 부상했다. 이는 포스트 트루스 시대 우리 사회의 씁쓸한 자화상이기도 하다. 내게 불리하면 ‘가짜뉴스’라는 딱지를 붙여버리는 게 현재 우리 모습이며, 팩트체크 열풍은 그 자체로 팩트를 체크하는 언론 본연 임무의 실패를 뜻하기 때문이다.




<삼성에 청탁한 언론사 간부들>


지난 8월 ‘시사IN’이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단독입수해 보도하면서 언론계에 큰 파장이 일었다. 언론사 전·현직 간부와 기자들이 장 전 사장과 주고받은 문자에는 광고와 협찬을 요구하며 기사로 보은하겠다는 내용, 자녀나 자신의 취업을 청탁하는 모습, 삼성 직원처럼 삼성의 안위를 걱정하는 낯 뜨거운 메시지 등이 포함돼 충격을 던져줬다. ‘삼성과 언론의 유착’이라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 사태의 극복을 위해 언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청탁자가 소속된 일부 언론 내부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것으로 충분한가. 국민으로부터의 신뢰회복을 위한 언론 내부의 혁신 노력이 불가피해 보인다.(사진=시사IN 517호 표지 캡처)




<기사 재배치…포털, 뉴스 공정성 논란>


포털의 뉴스 공정성 논란은 한두해 나온 얘기가 아니다. 국내 디지털 뉴스 이용자 77%가 포털 사이트로 뉴스를 접하는(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 한국언론진흥재단) 만큼 포털의 공정성과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 10월엔 네이버 스포츠 고위 관계자가 외부 청탁을 받아 기사를 재배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뉴스편집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또다시 불붙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내년부터 뉴스 편집에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등 새로운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AI를 활용한 편집 알고리즘이 뉴스소비 편식을 부추겨 공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언론농단·언론자유 침해 증거들>


“피청구인은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습니다.” 지난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문에는 그가 재임하는 동안 언론을 어떻게 통제하고 개입했는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보도 통제, 개입뿐 아니라 언론과 소통하지 않았다. 게이트가 터진 뒤 세 차례 대국민담화를 가졌지만 기자들의 질의를 허용하지 않았다. 또 지난 1월25일엔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언론 인터뷰를 보수 성향의 ‘정규재TV’와 단독으로 하며 시종일관 변명의 말을 쏟아내면서 게이트의 본질을 흐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진보언론 불신…‘한경오’ 프레임 대두>


진보언론으로 분류되는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가 지난 5월 연달아 트윗이나 보도, 표지 사진 등이 문제가 돼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경향신문은 트위터에서 문 대통령의 하루를 설명하며 ‘밥도 혼자 퍼서 먹었다’고 표현해 문제가 됐고, 한겨레는 한겨레21 표지 사진과 함께 직전 편집장이었던 안수찬 기자가 페이스북에 ‘덤벼라 문빠들’이라는 글을 남겨 논란이 됐다. ‘소비자로서의 불만’이 분출된 독자들은 진보언론에 대한 불신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전례가 없는 독자들의 집단행동에 진보언론은 고민에 빠졌다. 한겨레는 이후 ‘독자·시민과의 소통 확대를 위한 TF’를 꾸렸고 소통 전담 컨트롤타워를 구성했다.(사진=경향신문 트윗, 한겨레21, 오마이뉴스 캡처)




<언론사 디지털전략 본격 가동>


주요 신문사들이 자사 체형에 맞는 디지털 전략을 세우고 본격적인 시동에 나섰다. 중앙은 지난 4월 본격적인 ‘디지털 퍼스트’를 선언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취재기자는 디지털에 맞춰 콘텐츠를 생산하면 라이팅에디터가 온라인 기사를 재가공해 지면에 싣는 시스템 등을 선보였다. 경향도 지난 7월부터 취재기자는 온라인 기사만 출고하고 지면 제작은 5명의 에디터들이 전담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반면 조선은 지난 9월 종이신문과 디지털 업무를 구분하는 ‘투 트랙 전략’을 확정했다. 조선미디어그룹은 계열사별로 있던 온라인 뉴스생산 조직을 조선비즈로 통합해 뉴 조선비즈(가칭)을 새롭게 출범시키는 대신 조선일보는 지면에만 전념하도록 했다.




<중국 경호원, 취재 기자 집단 폭행>


12월14일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을 취재하던 이충우 매일경제 기자와 고영권 한국일보 기자가 중국 경호원들한테 집단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폭행은 문 대통령 근접 취재를 위해 이동하던 기자들을 중국 경호원들이 막아서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기자들이 항의하자 중국 경호원들은 고 기자의 멱살을 잡고 뒤로 밀어 넘어뜨렸고, 이 기자를 복도로 끌고 가 주먹질을 하고 얼굴을 발로 차기도 했다. 기자들이 현장 취재가 가능한 ‘비표’를 보여줬지만 소용 없었다. 국내 언론단체는 물론 국제기자연맹(IFJ) 등도 긴급 성명을 냈다. 한국기자협회는 성명에서 중국 측에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책 마련을 요구했다.(사진=한국사진기자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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