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기사 요약' 서비스, 내용 부실하고 뉴스 왜곡 우려

다음 이어 네이버도 '요약봇' 뉴스 기사 세 문장으로 압축 "쉽고 빠른 뉴스 소비 지원"
언론계와 사전 협의 없었고 결과물 완성도도 떨어져…독자서비스 부족 언론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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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네이버가 최근 선보인 ‘기사 요약’ 서비스에 언론계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기사를 제공하는 언론계와 사전 협의가 없었고, 요약 내용 또한 부실해 기사 원문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디지털 뉴스를 두고 이뤄지는 시도 자체는 의미 있지만 기사를 끝까지 읽지 못하는 모바일 뉴스구독 습관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네이버는 지난달 27일 오후부터 콘텐츠 제휴 언론사 기사를 최대 3문장으로 자동 요약하는 ‘요약봇’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개별 기사 본문 상단에 위치한 ‘요약봇’ 버튼을 클릭하면 알고리즘이 주요 문장을 추출, 기사 원문 위에 띄우는 식이다. 현재는 네이버 뉴스 홈 정치, 경제, 사회, IT, 생활, 세계, 랭킹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스트레이트성 기사가 대상이다. 칼럼, 오피니언, 내용이 짧아 요약이 필요 없는 기사, 동영상·영문지 기사는 제외다. 카카오는 1800자 이상 기사를 제외 하는 등 범주 차이는 있지만 ‘자동요약’이란 이름의 동일 서비스를 지난해 11월부터 제공해 왔다.


최근 네이버가 ‘요약봇’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며 양대 포털이 모두 기사를 요약하는 시스템을 꾸린 가운데 언론계에서 우려가 나온다. 뉴스 혁신 시도는 의미있지만 의견수렴이 필요했다는 목소리가 많다. 사진은 네이버(왼쪽)와 카카오에서 뉴스 클릭 시 요약 결과물.

▲최근 네이버가 ‘요약봇’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며 양대 포털이 모두 기사를 요약하는 시스템을 꾸린 가운데 언론계에서 우려가 나온다. 뉴스 혁신 시도는 의미있지만 의견수렴이 필요했다는 목소리가 많다. 사진은 네이버(왼쪽)와 카카오에서 뉴스 클릭 시 요약 결과물.

해당 서비스에 기자들은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종합일간지, 방송사, 통신사, 경제지 등 복수 매체 기자들은 이 기능에 “사실상 새 기사를 만들어 놨다”, “요약이 제대로 안 된다”, “도입 자체가 무책임한 것”, “데스크도 아니고 왜 포털이 요약을 하나”, “스트레이트 이외 기사 요약이 가능한가”, “언론사와 협의 없이 이래도 되나”, “요약본에서 언론사 로고가 안 보인다” 등의 의견을 내놨다.


떨어지는 완성도에 대한 지적이 한축을 차지한다. 요약을 제대로 못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 4일 연합뉴스 <정무위 ‘가상화폐법’ 공청회...비트코인 규제 찬반 논란(종합)>기사를 네이버 ‘요약봇’은 200자 원고지 1.3매, 3문장으로 줄였다. 13.5매 분량의 원문이 리드문과 멘트 두 문장을 발췌한 요약본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정부 당국자 입장만 실리게 됐다. 원문은 비트코인 등의 규제책에 대한 여러 입장을 담고 있었다. 수백여 개 기사를 확인해 보니 이처럼 쟁점에 대한 여러 입장을 전한 기사, 인터뷰, 서평, 리뷰, 분석·해설성 기사 등에서 미비점이 많이 보였다. 요약만 본다면 내용을 파악할 수 없거나 왜곡된 정보를 제공할 소지가 있는 결과다.


네이버는 다양해진 뉴스 이용자 니즈에 맞춰 기사의 쉽고 빠른 소비를 돕기 위한 서비스라는 입장이다. 원문에서 문장 일부를 발췌해 보여주는 방식이 법위반으로 보기 어렵고 주요 내용을 가늠케 하는 기존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단위 기사당 약 1000명 중 1명 꼴로 요약봇을 이용해 수치는 낮지만 만족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재 베타 서비스로 품질이 낮을 수 있으나 인공지능 특성상 점차 고도화 될 것”이라며 “이용자와 언론사 피드백을 신중하게 살펴 영역 확대 등을 고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관계자도 “기사는 기본적으로 다 보이고 요약을 원하는 이용자만 선택하는 부가기능”이라며 “기존 서비스 사용성을 해치는 게 아니라 부정적인 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차적인 문제는 플랫폼 사업자의 이 같은 시도가 언론사와 협의 없이 갑작스레 도입됐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연이은 ‘포털 때리기’와 별개로 국내 미디어환경을 꾸려가는 파트너로서 언론사-포털 간 숙의가 필요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이 같은 시도가 긴 글 읽기를 기피하는 모바일 뉴스구독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즉 단순 뉴스수요에 대한 부응이 아닌 공익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낼지 고려가 함께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기자(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는 “거대 유통 사업자든 언론사든 뉴스에 대한 새로운 실험은 장려 확산돼야 하는 게 맞다”면서도 “언론과 포털 간 관계가 우호보다는 긴장과 갈등이라는 시기 문제도 있는데 언론사에 양해를 구하는 유연한 과정이 부족했던 게 진정성을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안 그래도 양극화 경향이 강해 맥락을 놓치는 미디어환경에서 불특정 다수 하루 천 만이 들어오는 플랫폼이 뉴스읽기의 왜곡된 습관을 만들 가능성이 있는 요약봇을 그렇게 적용한 데는 리스크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포털이 내 기사에 손을 대나’라고 하는 반발 근원에는 포털에 종속된 국내 미디어 환경에서 요약본이 기사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우리나라 디지털 뉴스 소비는 ‘검색 및 뉴스수집 서비스’ 의존도가 세계 36개국 중 가장 높고(77%), ‘언론사 홈페이지’ 이용은 가장 낮은(4%) 곳이다(디지털뉴스리포트 2017, 언론재단). 다만 포털의 요약 서비스와 관련 기성 언론들이 독자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떤 시도들을 했었는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약 5년 전 야후의 섬리(summly), 구글의 와비(wavii) 인수 등으로 ‘긴 글 축약’ 기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이에 개인 블로그에서도 해당 알고리즘을 시연해 볼 수 있게 된 현실에서 언론들은 무엇을 했냐는 것이다.


이성규 메디아티 미디어테크 랩 디렉터는 “모바일에서 스크롤을 잘 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을 때 몇몇 해외 언론사는 기사 도입부에 발문으로 요약을 해줬다. 네이버처럼 기술을 쓰지 않고도 깊은 정보를 읽도록 유도하는 시도가 있었던 것”이라며 “언론사들이 독자들의 뉴스 소비 행태를 이해하고 조금 더 편한 환경에서 구독하도록 하는 시도를 자꾸 포털 쪽에 주도권을 뺏기는 게 더 큰 문제다. ‘이 서비스 하나가 된다’를 떠나 뉴스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플랫폼이 만들려고 한다는 흐름이 어떤 함의를 갖는지 언론사들은 확인해야 된다. 언론사 홈페이지라는 공간이 아무 의미 없는 곳이 될까봐 우려된다”고 제언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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