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내정자는 5일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그간의 보도 왜곡, 인사 전횡 등 행위를 한 것으로 확인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또 확인을 해야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적폐청산 위원회’ 등을 갖추고, 여론몰이식으로 기준 없이 인사배치하기보다는 구체적으로 예전에 있던 일 중에서 누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가려내고 검증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만 적폐청산이 또 다른 분열을 일으키거나 조직의 통합을 해치는 수준으로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YTN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한에서 과거는 정리하되, 일과 능력 중심으로 미래지향적으로 힘을 다시 이끌어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YTN 내부에서는 ‘최남수=적폐청산에 부적절한 인사’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이어오며 선임을 반발해 온 바 있다. 지난 이명박 정부 하에서 공정방송을 외치다 해고와 정직 등 징계를 받고 상처를 이어온 YTN으로서는 혁신적인 인사가 사장으로 와야 하는데, 외부인사인 최 내정자의 경우 적폐 인사들이 ‘줄대기’를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지명된 노종면 보도국장 내정자도 이와 같은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글을 사내게시판에 올렸다. 노 기자는 1일 “시대의 요구이자 YTN 혁신의 출발이어야 할 적폐청산이 흔들림 없이 실행될 수 있는 것인지 그 구체적 방안을 (최 내정자로부터) 확인하고, 적폐청산의 선명한 기준과 단단한 제도를 확보해 달라”고 노조에 요청했다.
최 내정자의 적폐청산 의지를 확인해야 보도국장 제의를 수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노 기자는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보도국장 정견 발표 시한이 오는 7일 오전까지다. 노조위원장과 최 내정자가 만나서 합의가 명확히 되면 정견 발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권 당시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하다 해고됐다 올 8월 복직된 인사로, 지난달 30일 신임 보도국장으로 선임됐다.
노 기자의 이번 요청에 박진수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5일 최 내정자와 협상을 시작했다. 적폐청산이라는 큰 틀을 넘어 구체적인 실행안을 합의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박 지부장은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만나서 본격적으로 논의를 해봐야 알 것 같다”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권준기 YTN지부 사무국장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라면서도 “통합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폐청산을 하겠다는 계획은 누구나 얘기할 수 있는 말로, 우려스런 지점이다. 사장 내정자라면 적어도 구성원의 눈높이에 맞는 약속이나 구체적인 청산 시스템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내정자는 “적폐청산이라는 큰 정신이 서로 확인되면 구체적인 부분에서 이견이 있더라도 주주총회까지 시간이 있으니 좀 더 합의해나가고 취임 이후에도 논의해나갈 생각”이라며 “적폐청산과 관련해 적극적인 의지가 있고 그 의지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만큼, 노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전향적으로 논의하고 진심과 진정성을 보여주겠다”고 전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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