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동력이 된 취미 '목공'

[그 기자의 '좋아요'] 이호정 서울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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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서울신문 기자

▲이호정 서울신문 기자

취미로 목공을 시작한지 두해가 돼간다. 취재현장을 잠시 벗어나 있는 동안, 답답한 몸뚱이를 놀리고 혼자 몰두하고 싶은 게 뭐가 있나 찾아보다 눈에 들어온 것이 목공이다. 매주 주말을 공방에서 살다시피 했다.


“병납니다. 천천히 하세요. 그러다가 1년도 못돼 다들 지쳐 나가떨어지더라고요.” 가구 선생은 경험을 빗대어 예견했으나 사람을 잘못 봤다. 디자인을 구상하고, 나무를 재단하고 조립해 나가는 모든 과정이 여전히 즐겁고 새롭다.


참나무, 호두나무, 단풍나무 같은 활엽수종 하드우드 원목으로 가구를 주로 만들고, 도마나 목각 인형 같은 소품도 만든다. 목공교육의 처음 3개월은 나무의 물성(物性), 개인 공구 익히기, 각종 기계 사용법을 습득하면서 네발 달린 기본형 테이블을 만든다. 다음 3개월은 서랍이 달린 서랍장 즉 캐비닛을 만든다. 이 6개월이 집중 교육기간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 과정을 완수한다. 하지만 완성하는 것과 잘 만드는 것은 다르다. 재능과 노력, 열정과 욕심에 따라 차이가 난다.



나무를 만지기 시작하면서 몇 가지 변화가 왔다. 우선 아내가 좋아한다. 휴일이면 방구들지고 뒹굴거리는 꼬락서니를 더 이상 안보니 얼마나 좋겠는가. 낡은 집도 밝아졌다. 식탁, 의자, 침대, 좌탁, 서랍장 등을 만들어 집에 놔보니 새 가구 탓에 좀 새집 같아졌다. 중장년에 몸이 급격히 무너지지 않는다. 알통도 좀 생기고 젖살이 늘어지는 참사는 생기지 않는다. 머릿속으로 늘 계산을 하고 구상을 하니 치매도 좀 더디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남을 기쁘게 해 준다. 이 원목가구를 싸게 만들어주거나 소소한 공예소품을 선물로 건네주면 사람들이 고마워한다. 때로 용돈을 벌기도 한다.


“남자들 마지막 로망이 귀촌과 목공이라지?” 언젠가 내게 건넨 아내의 말이다. 그 말이 뇌관이 되어 올 봄에 지금의 공방과 멀지않은 곳에 조그만 땅뙈기를 얻었다. 아침저녁으로 대남북방송이 서로 웅웅거리는 경계의 지대지만 임진강 해넘이와 노을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좋은 취미는 일상을 더 적극적으로 만든다. 다시 돌아온 취재 현장도 새롭고 재밌다. 다 취목(취미로하는 목공)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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