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김장겸 해임은 MBC 장악 체제의 종식"

김장겸 "정권의 언론장악, 집요하고 악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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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문화진흥회가 김장겸 MBC 사장의 해임안을 가결한 순간, 여의도 방문진 일대는 800여명의 MBC 구성원들의 환호로 들썩였다. 지난 2월 취임한 김 사장은 취임 8개월 만에 사장 자리에서 퇴출됐다. 2000여명의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이 파업에 들어간 지 71일 만이다.

 

방송문화진흥회는 1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방문진에서 이사회를 열고 ‘MBC 김장겸 사장 해임 결의의 건9명의 재적 이사 가운데 6명이 참석, 5명 찬성(1명 기권)로 가결시켰다. 이에 MBC본부 기자와 PD, 아나운서는 방문진 앞에서 모여 기쁨의 눈물을 나눴다.

 

13일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 800여명의 MBC 언론인들이 김장겸 사장 해임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13일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 800여명의 MBC 언론인들이 김장겸 사장 해임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MBC본부는 성명을 통해 김장겸은 공영방송 장악과 MBC 파괴의 상징이었다. 지난 두 정권에서 그는 MBC 보도 부문의 핵심 요직을 거치면서 편파와 왜곡, 불공정 보도와 상습적인 뉴스 사유화로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훼손했다. 수많은 MBC 방송 종사자들에게 해고와 부당징계, 부당전보의 굴종을 강요한 노동 탄압의 장본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오늘 김장겸의 해임은 지난 9MBC를 장악한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체제의 종식을 의미한다. 그러나 불의한 집권 세력과 결탁해 잇속을 챙긴 백종문 등 부역 경영진과 간부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부역의 잔당들은 이제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언론장악의 역사를 청산하고 새로운 MBC의 비전을 선포하기 위한 투쟁은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 노동조합의 ‘MBC 정상화 투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며 잿더미의 폐허 위에 방송의 공정성과 제작의 자율성으로 무장한 새로운 공영방송의 기틀을 다져야 한다. 초심을 잊지 않고 다시는 무너지지 않을 공영방송의 반석 위에 MBC를 올려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장겸 사장은 해임안이 가결되자 사내 게시판에 <권력으로부터 MBC의 독립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해 송구합니다>는 글을 올려 급조하다시피 작성된 해임 사유들은 정권 입장에서의 평가, 그리고 사장의 직무 수행과 관련 없는 억지 내용과 주장으로 가득 차 있다.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이 정말 집요하고 악착스럽다는 점을 뼈저리게 실감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와 방송법에 명시된 방송의 독립과 중립은 정권과 궤를 같이 하는 세력들의 전유물일 뿐이었다. 공영방송 MBC의 사장으로서 언론의 자유 수호, 방송의 독립과 중립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강제로 물러날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방문진은 의결된 해임안을 들고 오후 6시쯤 정수장학회와 만나 의논한 뒤 최종 해임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완기 이사장은 이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새 사장 공모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면서도 조속히 MBC가 정상화돼야 하는 만큼 적어도 한 달 내에는 진행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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