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 이젠 국민의 편에 설 때"

[릴레이기획] 돌아오라 마봉춘·고봉순 ⑧청년활동가 안태호·최창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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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갖추고도 제대로 된 보도 못하는 공영방송 보면 안타까워
이길 수 있는 싸움…지금의 간절함 잊지 말고 국민이 원하는 보도 해주길


“KBS, MBC 뉴스 보세요?”
지난 3일 서울혁신파크유니온 안태호 위원장과 최창민 청년허브지부장을 만나 가장 먼저 꺼낸 질문이었다. 30대 중반의 청년활동가인 이들은 “안 본 지 꽤 됐다”는 대답과 함께 “공영방송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제가 20대였을 땐 KBS, MBC를 자주 봤어요. 특히 저는 MBC 시선집중, 뉴스데스크, PD수첩을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상해지더라고요. 우리가 그걸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데, 국민의 상식이란 게 있잖아요. 관점을 틀고 내용을 왜곡해서 보도하는 걸 알게 된 거죠. 계속 이런 식이니까 더 이상 보지 않게 된 겁니다.”(최창민)


▲30대 청년운동가인 최창민 서울혁신파크유니온 청년허브지부장(왼쪽)과 안태호 위원장.

안 위원장은 “MBC 보도로 피해를 본 당사자이기도 하다”며 입을 열었다. 2012년 그가 속해 있던 청년유니온은 전국 미용실 직원들의 근로실태를 조사했었다. 그 내용이 MBC 뉴스데스크에서 전파를 탔는데 하필 ‘알통 보수’ 다음 꼭지로 보도됐다. 당시 이 리포트는 해외 논문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팔뚝 알통이 크면 보수, 작으면 진보’인 것처럼 보도해 논란을 일으켰다.


“조합원들과 목 빼고 기다린 뉴스인데 ‘알통’ 뒤에 나오다니. 크게 실망했죠. 저런 것도 뉴스냐며, 미용실 스텝 근로실태가 알통과 같은 가치로 판단된 것에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공영방송이 이렇게까지 망가졌구나 자괴감이 들더라고요.”(안태호)


그럼에도 이들은 공영방송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마지막 세대가 30대, 자신들이라고 했다. 청년·사회혁신 영역에서 일하는 동료들을 보면 KBS, MBC가 맹위를 떨치던 모습을 기억하는 20대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땐 공영방송이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었잖아요. 보도의 영향력, 신뢰도도 컸고요. 지금은 존재감이 없어요. 사람들은 KBS, MBS가 없어도 불편해하지 않아요. 다른 콘텐츠가 워낙 많고 시민들 스스로 팩트체크하는 시대니까요. 엄청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공영방송이 제대로 된 보도를 못하는 걸 보면 안타깝죠.”(최창민)


안 위원장은 공영방송이 다시 사랑을 받으려면 국민의 시각에서 사회를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히려 정부 소유·지분이 강점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개인이나 기업이 대주주인 상업방송은 한계가 있어요. 보도 책임자의 명성과 관점으로 얻은 인기가 그 이후에도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거든요. 자사 이익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국민의 재산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은 늘 국민의 편에서 국민이 원하는 보도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해요. 그런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안태호)


두 사람은 이번 파업이 그 시작점이길 바랐다. 잠시 일손을 놓고 투쟁하는 언론인들을 지지하는 이유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을 때 노동계에선 이런 이야기가 있었어요. 공무원 노조 탄압하고 언론장악 시도할거라고. 실제로 이뤄졌죠. 지난 9년간 언론인들이 가장 힘들게 싸워왔다고 생각해요. 2012년에도 가열차게 싸우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이제 돌아가서 실력을 발휘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안태호)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김장겸 사장 해임안 처리를 앞뒀다. KBS는 계속해서 투쟁하고 있다. 두 사람은 MBC뿐 아니라 KBS 언론인들이 업무에 복귀할 때까지 늘 지켜보고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언론인들에겐 반드시 이기는 싸움이라는 걸 잊지 않고, 지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또 지금 느낀 간절함을 기억해달라고 했다.


“기사에서 인간적인 따뜻함보다 자본의 논리가 읽혔을 때, 언론에 실망하고 외면하게 되는 것 같아요. 국민들 똑똑하거든요. 강한 자를 의식하고 돈을 좇기보다 국민을 향하는 보도를 해주세요. 사회 불균형 같은 문제에도 지속적으로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예전의 KBS, MBC가 그리워요. 애정을 담아 언제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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