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직군제'로 기자 전문성 강화

8년차부터 정책 등 4개 직군 선택
디지털 시대 퀄리티 콘텐츠 고민
일괄 도입 등 의견수렴 거쳐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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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이 기자들의 전문성 강화 등을 위해 ‘기자 직군제’ 도입을 검토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경이 검토 중인 기자 직군제는 기자 입사 후 8년차까지 필수 출입처를 거친 뒤 이후엔 정책(정부·정당), 시장(금융·재테크), 산업(기업), 전문(의류·골프·미술 등 전문기자) 등 4개 직군 중 하나를 선택해 해당 직군 내에서만 출입처를 바꾸는 방식이다.


많은 신문사들이 선임기자제, 전문기자제 혹은 사내외 연수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기자들의 전문성 제고에 나선 적은 있지만 기자 직군제를 통해 기자들의 경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한국경제신문이 ‘기자 직군제’를 통해 기자들의 전문성 강화 방안을 검토한 가운데 지난 9월 말 열린 ‘한경의 디지털 전략 현황 및 추진 방안’워크숍 모습. (한경 노조 제공)

방송의 경우 2000년대 중반 KBS가 선보인 ‘경력관리프로그램(CDP)’이 대표적이다. CDP는 1~7년차 기자들의 적성과 역량을 평가한 뒤 전문기자로 선발, 8~15년차 때 특정 분야에서 전문기자로서 역량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제도이다.


한경이 기자 직군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는 모바일이 중심이 된 디지털 시대에서 기자들의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고선 생존을 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너럴리스트’보다 ‘스페셜리스트’가 만든 전문적인 콘텐츠 수요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현승윤 편집국장은 지난 9월 말 열린 ‘한경의 디지털 전략 현황 및 추진 방안’ 워크숍에서 “콘텐츠의 깊이가 없으면 디지털 시대에 성공할 수 없다”며 “기자는 전문성을 가진 기사 생산자이면서 기획자가 될 수 있다. 전문화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기자들의 커리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기자 개개인의 전문성 강화는 물론 콘텐츠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다.


지금도 기자들이 경력 관리서를 내고 있지만 인사를 통해 커리어 관리를 보다 체계화하고 여기에 연수제도 등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구상이다. 조선·중앙일보 등에 비해 인력이 적은 한경 입장에선 자신의 체형에 맞는 디지털 전략인 셈이다.


더구나 버즈피드, 허핑턴포스트 등 일부 디지털 매체들이 SNS를 통해 순위를 매긴 ‘리스티클(목록형 기사)’이 큰 인기를 끌면서 단문 기사가 모바일 시대에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레거시(전통) 미디어가 이런 단문의 기사로 승부를 내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경 A기자는 “디지털·모바일 환경에서 기존 매체들의 위기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대책은 깊이 있는 기사”라면서 “하지만 편집국 현 시스템으론 그런 기사가 나오기 힘든 환경이기 때문에 기자 직군제가 논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도 시행에 따른 일부 우려도 있다. 기자들의 선호도에 따라 특정분야에 대한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어서다.


한경 허리급인 B기자는 “지금도 기자 연차가 10년이 넘으면 잘하는 분야를 시키기 때문에 이를 제도화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콘텐츠 질이나 개인 커리어 관리 차원에서도 필요한 것 같고, 자기 의사를 반영하되 한쪽 분야로 쏠리는 문제는 인사를 통해 풀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한경은 기자 직군제를 일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비롯해 희망자 혹은 회사가 선발하는 방안, 현행 제도를 보완해 시행하는 방안 등을 놓고 기자들의 의견수렴 등을 통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관련 TF팀장을 맡고 있는 하영춘 부국장은 “디지털 시대에는 전문성 있는 콘텐츠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기자협회 지회가 중심이 돼 관련제도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기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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