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의 네이버와 서울대 검찰 고발 유감

[컴퓨터를 켜며] 최승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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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영 기자

이걸 보도하는 게 맞을까. 자유한국당이 지난달 31일 ‘SNU 팩트체크’ 코너가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네이버·서울대를 검찰고발 했다는 보도자료를 여러 번 읽다보니 생각이 여기까지 왔다. 제1야당이 이름을 걸고 낸 자료, 핫이슈인 ‘포털’도 언급된 사안. 그런데 이런 고민을 한다. 왜? 사실이 아닌 내용이 너무 많아서다. ‘너네 이런 거 하지말라’는 욕망만 읽히는 자료를 나는 받아써야 할까. 일단은 끼적여 본다.


먼저 자유한국당 주장. ‘SNU 팩트체크’가 대선 기간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유독 거짓말을 많이 하는 것으로 발표하는 등 홍준표 후보의 당선을 방해할 목적으로 홍준표 후보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지속적·반복적으로 공표한 혐의”라고 한다.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2항은 이렇다.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방송·신문·통신…기타방법으로 후보자 등에 관한 허위사실을 공표…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


‘SNU 팩트체크’가 뭐길래 이럴까. 시작부터 보자.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와 국내 15개 언론사(현재 25개사)는 ‘가짜뉴스’ 대응을 목표로 이를 출범시켰다. 네이버는 ‘공간’을 제공했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장은 “하나의 언론사가 감당할 수 없는 과업”이라며 “언론사 팩트체크 결과물을 ‘큐레이션’ 해주는 플랫폼”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쉽게 말해 정치인 발언의 진위를 감별한 언론보도를 한 데 모은 것이다. 언론사들이 내용을 채운다. 엇갈리는 입장은 함께 보여준다. 서울대와 네이버는 운영 제반을 담당하되 콘텐츠엔 관여치 않는다.


보도내용에 불만이 있다면 언론사에 책임을 물으면 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플랫폼을 제공한 쪽을 고발했다. 좀 무리스러워 보이는 구석도 있다. 특히 “홍준표 후보가 유독 거짓말을 많이 하는 것으로 발표하는 등”이라는 부분. 서비스 시작일인 3월29일부터 대선 전날인 5월8일까지 144개 팩트체크 중 ‘홍 후보는 거짓말쟁이’라는 건 없다. 5월17일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SNU 팩트체크 결과’라는 자료를 내긴 했다. 여기서 홍 후보는 47개 중 31개(67%)가 ‘거짓’ 또는 ‘대체로 거짓’ 발언으로 분류돼 후보자 중 거짓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걸 보면 홍 후보에 대한 얘긴 ‘팩트’다. 그런데 언론사의 후보발언 검증결과를 단순 종합했다고 책임을 물을 수 있나. 모든 걸 떠나 5월9일 대선 이후 발표한 자료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SNU 팩트체크’에서 대선기간 “지속적·반복적으로 공표”된 것은 언론사의 팩트체크 뿐이다. 동일한 보도가 개별 언론사를 통해서도 공표됐을 텐데 자유한국당 쪽에선 그걸 중요하게 본 것 같지는 않다. 플랫폼의 존재와 그 제공자가 ‘타깃’으로 보이는 이유다. 그렇다면 ‘SNU 팩트체크’를 운영치 못하게 하려는 것 외 다른 해석은 불가능해진다.


이게 바람직한 걸까. 당연히 아니다. 누구도 유권자의 판단을 도울 정보제공을 가로막을 권리는 없다. 만일 ‘SNU 팩트체크’에 정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 자유한국당은 정말 어떤 의도를 갖고 실제 개입을 했다는 근거를 댔어야 한다. “정치적으로 좌편향된 매체들의 기사를 사실확인 없이 그대로 인용”했다고 주장하며 몇몇 보도에 불만이나 드러내는 게 아니라. 조선, 중앙, 동아, 한국, 서울, 세계, 매경, 한경, KBS,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YTN 등 15개 언론사가 좌편향 매체인가. 포털 등이 팩트체크를 또 팩트체크하고, 사실확인이란 명목으로 언론보도에 개입해야한다는 소린가. 허위라고 적시한 보도 중 언론중재위 선거기사심의에서 주의, 권고, 시정조치를 받은 사례는 있나. 내게 불리하면 ‘가짜뉴스’라는 시각, 팩트체크가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 외엔 아무 것도 안 보인다.


아직도 고민 중이다. 허위사실로 가득 찬 입장문을 공당이 냈고, 누군가 볼만하다는 이유만으로 다루는 게 맞을까. ‘쓰지 않는 게 윤리’라는 말이 절실한 게 바로 이 사안이 아닐까. 단 이거 하나는 분명히 말하고 싶었다. 유권자의 판단을 돕는 정보제공 통로 하나를 자유한국당이 지금 가로막으려 한다는 것. 그게 이 글의 유일한 이유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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