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짐진 KBS, '언론 정상화' 시대적 요구 직시하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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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지난 2일 이사회를 열어 고영주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안과 이사 해임 건의안을 가결했다. 김장겸 MBC 사장 해임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방문진에는 김장겸 사장 해임결의안도 제출돼 있다. 이사회 참석 인원과 관계없이 이사 9명 가운데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권 이사가 찬성하면 안건이 가결된다. 소수 야권이사가 법원에 이사회 소집 무효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이사회 소집에 제동을 걸고 있지만 김장겸 사장 해임은 사실상 시간문제다. 두 달 넘게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MBC가 정상화의 길로 한 발 내딛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MBC의 이런 상황에서도 KBS 이사회와 고대영 사장은 여전히 강 건너 불구경하듯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고대영 KBS 사장은 2009년 보도국장으로 재직할 당시 특정 기사를 보도하지 않는 조건으로 국정원 직원에게 현금 2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앞서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고대영 당시 보도국장을 상대로 현금 200만원을 집행한 예산신청서·자금결산서와 함께 담당정보관의 진술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 개혁위가 공개한 문건에는 ‘KBS 기자들의 분위기를 파악해달라’는 내용도 포함된 사실이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에 의해 공개됐다. KBS 직원을 사찰해 성향을 분석한 국정원 보고서가 실제로 존재했음을 고려할 때, 공영방송의 언론인이 국가기관에 언론기관 내부 사정을 보고하는 이른바 프락치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공영방송 사장의 뇌물수수 의혹이 국가기관의 조사에서 밝혀졌다는 것 그 자체로도 명백한 해임사유다. 그런데도 해임은커녕 KBS는 회사 입장문을 통해 고대영 사장 개인의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KBS 보도국은 당일 9시 뉴스에서 고대영 사장의 입장을 고스란히 전달하기도 했다. 개인 비리를 회사 공식 입장으로 둔갑시키고 공적 영역인 뉴스를 홍보 수단으로 전락시킨 것이다. 한술 더 떠 KBS 이름으로 서훈 국정원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까지 제기했다. 심지어 이번 소송에는 이례적으로 막대한 소송비용까지 들여가며 외부 법무법인을 선임했다. 개인 비리 행위를 회사돈으로 해결하려는 배임행위에 다름없다.


사장뿐 아니라 이사진의 비리도 심각한 수준이다. 강규형 KBS 이사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업무추진비를 업무관련성이 없는 곳에 지출해 문제가 됐고, 결국 감사원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사로 이어졌다. 하루가 멀다고 드러나는 경영진의 비리로 자괴감에 시달리고 있을 공영방송 직원들을 생각한다면 무조건 임기를 채우겠다는 생각은 독선과 아집에 지나지 않는다.


방송의 독립성, 공공성 확보 못지않게 경영 혁신도 시급하다. 1년 사이 신뢰도는 곤두박질쳤고, 지난 1일 감사원은 정부지원금과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의 방만 경영을 지적했다. 그런데도 회사 경영에 책임이 있는 경영진과 이사회는 역시 뒷짐만 지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도 회사야 어떻게 되든 고대영 체제 비호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방만 경영의 실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공영방송만 망가진다. 사장의 뇌물수수 의혹만으로도 구성원들은 명예가 실추됐고 시청자들은 더 이상 언론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사회적 상처는 더 깊어진다. 최소한의 도덕적 감수성도 상실한 채 시간끌기만 하고 있는 KBS 이사회와 경영진의 태도가 개탄스럽다.


공영방송은 언론 적폐 청산과 언론 정상화라는 시대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KBS 이사회와 사장은 현실을 직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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