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공작 최초 실명 폭로…"청와대 날마다 보고"

제324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부문 / KBS 파업뉴스팀 이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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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파업뉴스팀 이재석 기자

알다시피 댓글부대는 축이 두 개다.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다. 최근 국정원 기사가 주로 많이 나왔던 건 거기에 ‘적폐청산 TF’가 있기 때문이다. 뒤늦게나마 국방부에도 TF가 생겨 다행이다. 베일에 가려졌던 이곳에서도 진실의 조각이 많든 적든 나오게 될 것이다.


이번 취재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군 댓글부대의 심각성과 청와대·군 수뇌부의 책임론을 부각해 보겠다는 게 첫째였는데, 국방부 TF가 생겼으니 어느 정도는 달성됐다고 자위할 만하다. 물론 더 두고 봐야겠지만 말이다. 우리가 문을 열어젖힌 것이라면, 이철희 의원을 비롯한 국회 곳곳에서 하나하나 퍼즐을 맞춰가고 있고, 국방부 TF와 검찰이 머지않아 마무리를 할 것이다.


두 번째 목적은 KBS 보도국의 처참한 실상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었다. 군관 통틀어 댓글공작 가담자의 최초 실명 폭로인데 물증이 없다고 보도가 안 된다니. 이런 게 지난 9년간 KBS의 실상이었다. 우리가 지금 파업을 하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굴종과 오욕의 KBS 저널리즘, 저널리즘이라고 이름 붙일 수도 없을 만큼 일그러진 모양의 그것을 이제는 끝장내야 한다.


개인적 얘기를 하자면 아주 오랜만에 취재 과정에서의 보람과 희열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다. 신속하고 적확한 판단력으로 취재팀을 이끈 엄경철 앵커와 파이팅 넘치고 유능한 동료들이 없었다면 이런 느낌을 결코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파업이 아닌 정상적 상황과 정상적 KBS였다면, 이번 보도를 기점으로 군 댓글공작과 청와대 개입 문제를 몇 달 동안 주도적으로 취재·보도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 같은 것도 남았다. 하루빨리 파업에서 승리해서 일터로 돌아가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KBS 저널리즘을 속히 재건해서 ‘파업뉴스팀 수상’이라는 어찌 보면 기형적 형태의 수상이 아니라, KBS라는 이름을 당당히 내걸면서 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동료들과 힘을 모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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