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개, 친일파 재산보고서

제324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부문 / SBS 권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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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권지윤 기자

“역사에 다소 관용하는 건 관용이 아니고, 무책임이다. 관용하는 자가 잘못을 저지른 자보다 더 죄다.” 안창호 선생의 말이다.


광복 직후, 실기한 친일청산의 후과(後果)는 처참했다. 관용을 빙자한 죄가 누적되면서 독립운동가의 명예는 물론, 친일파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졌다. 심지어 망각을 틈타 친일파 미화라는 역사 왜곡의 토대가 됐다.


2008년 법원 출입 당시, 친일파 후손의 줄 소송을 지켜봤다. 친일 대가로 얻은 재산을 대물림하고, 이런 땅을 정당한 재산권이라고 주장했다. 친일을 증명하는 사료를 두곤 “잘못된 증거, 다 지난 일”이라고 부정했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부정의가 정의의 외피를 겹겹이 입고, 이를 교정하는 사회적 비용도 커진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SBS뉴미디어국 제작1부 <마부작침>과 <비디오머그>가 더 늦기 전에 친일재산 추적에 나선 이유다.


장시간에 걸쳐 단초를 모았다. 단초를 알 만한 사람을 거듭 수소문했다. 1000장이 넘는 토지대장과 씨름을 벌였다. 산을 오르고, 전국을 누볐다. 그 결과 한 번도 드러나지 않은 친일파의 은닉 토지와 실제 재산 규모, 왜곡된 역사의 산물인 단종태실지와 환수 가능성, 유령처럼 떠도는 적산(敵産), 친일 후손의 재산 증식 전 과정 등을 추적 보도할 수 있었다.


이번 보도를 통해 간단하지만, 강렬한 진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친일 청산을 위한 보도는 계속돼야 한다는 것. 그리고 역사 왜곡은 지금도 이뤄지는 중이고, 우리가 밝혀내지 못한 친일재산은 어디선가 대물림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비디오머그>와 <마부작침>의 취재는 계속될 것이다.


이번 보도는 출발부터 끝까지 같은 양의 땀을 흘리고, 같은 깊이의 고민을 했던 정경윤 박원경 화강윤 주범 이용한 김태훈 기자, 김경연 정순천 안혜민 등 동료 저널리스트들의 집단지성 결과다.


한정된 자원에도 지난한 취재를 참고 기다려 준 심석태 국장 이주형 부장, 그리고 막힐 때마다 뚜렷한 방향타를 제시해 준 진송민 차장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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