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평가에 목줄 잡힌 공공기관들의 검은 커넥션

제324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 / 경기일보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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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이호준 기자

이번 보도는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에서 근무 중인 한 직원의 제보로 시작됐다. 자신이 근무 중인 기관이 특정인의 추천을 받고 특정 업체에 수의계약으로 연구용역을 몰아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업체를 추천한 인물에 주목해야 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에 간사로 참여했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들은 매년 경영평가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다. 그러한 상황에서 경영평가 관계자가 공공기관에 업체를 추천했다면, 과연 그 기관은 거부할 수 있을까?


추천된 업체를 취재해 보니, 산속에 위치한 가정집 또는 개인 아파트를 사무실로 등록한 업체들이었다. 경기도 공공기관은 과연 이들 업체를 정당하게 평가해 수의계약을 체결했던 것일까?


이러한 의문으로 시작한 이번 보도는 결국 경기도 산하 24개 공공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취재하기에 이르렀고 우리는 지난 3년 동안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담당했던 국내 최대 컨설팅업체 A사가 3년간 경기도 공공기관으로부터 총 26건 16억원가량의 용역을 수주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중 절반은 수의계약이었다. 평가 수행 기관이 평가대상을 상대로 영업하고, 수익을 챙긴 것이다.


A사는 경영평가는 경영평가이고, 컨설팅은 컨설팅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용역을 받은 기관이라고 해서 경영평가 결과를 좋게 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취재 과정에서 경기도 공공기관들은 “경영평가 담당 업체가 아니면 용역을 줄 이유도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누구의 말이 맞을지는 ‘상식’의 눈으로 보자.


결국 경기도는 내년부터 산하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직접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어떠한 업체에 맡기더라도 결국 민간기업이라면 수익을 창출하려는 행위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처음 산하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시작한 후 경기도가 직접 경영평가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도는 이렇게 경영평가 수행업체와 공공기관 간의 커넥션을 끊어냈다. 다른 시·도는 어떻게 경영평가가 이뤄지고 있는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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