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제 확대하는 '방송법 개정안' 절실"

22일 언론노조, 한국언론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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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계류된 법안보다 진일보한 법안이 필요한 상황 아닌가.” (강혜란 여성민우회 공동대표)
“계류된 법이 나올 때는 사실 그런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지금은 그렇지 않다. 숙고를 해 제대로 된 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심영섭 경희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근원적인 해결책으로 꼽혀온 ‘언론장악 방지법(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을 현재 안보다 더 적극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초 제출된 법안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보다는 ‘균형성’에 치중되는 등 여러 한계가 명확했던 만큼 ‘더 나아간 언론장악 방지법’에 대한 고민이 반영돼야 한다는 취지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언론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는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 어떻게 할 것인가’ 세미나를 열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언론장악 방지법’의 의의와 한계, 대안 등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KBS와 MBC 등 양대 공영방송사 구성원들은 사장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진행 중이고, 1년여 간 계류돼 온 법안은 최근 자유한국당의 테이블 복귀로 여야 재논의를 시작한 상황. 


▲언론노조와 한국언론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는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 어떻게 할 것인가' 세미나를 열고 현 '언론장악 방지법'을 검토하고 보완사항을 제시했다.

강혜란 공동대표는 이 자리에서 현 법안에 ‘국민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내용이 더 보완돼야 한다는 논지를 밝혔다. 강 대표는 “이 법안이 최소한의 원칙, 공영방송을 중립적으로 지켜낼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것이라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시점의 한계들이 존재했다는 걸 우리는 공유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그 이후 촛불이라고 하는 거대한 민주주의 흐름을 만났고, 우리 국민이 직접적인 민주주의 주체, 당사자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줬기에 그것을 받아 공영방송을 재구성하려는 노력이 법 개정 작업에서도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이사회 구성과 이사에 대한 평가 과정에 시민사회와 국민의 의견이 더 반영되는 안을 제시했다. 그는 공영방송 이사의 ‘대표성’을 강조하면서 “대표성이 현 법안처럼 일정 포션으로 특정되지 않는 방식이 아니라 한 30%정도로 특정되고 이 내용들을 확보하는 방식이 방송통신위원회의 국민참여기구 형식을 통해 각 이사들의 자질과 업무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포함됐으면 하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위 산하에 시청자위원회 등 다양한 기구를 두되 소수 전문가뿐 아니라 여러 집단에 속한 다수 국민들이 참여하는 기구로 재편해 상호 영향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하자는 주장이다.


‘언론장악 방지법’은 KBS와 MBC사장과 이사선임 등과 관련한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제작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구성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으로 ‘방송법·방문진법·방통위 설치법 개정안’ 등을 합쳐 이르는 표현이다. 현재 7대4(KBS), 6대3(MBC)로 돼 있는 현 이사회 내 여야 이사 수 격차를 7대6으로 조정 및 통일하고, 사장을 추천할 때는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다수결이 아닌 3분의2이상의 합의를 필요토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그간 유명무실했던 편성위원회 운영에 처벌조항을 넣고 노사 동수(5대5)로 구성토록 했다. 

 

심영섭 교수는 독일 공영방송의 사례를 들어 보다 다양한 이해단체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이사 선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심 교수는 2014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독일 공영방소 ZDF에 내린 판결, 즉 의회가 직접 임명하는 공영방송 이사수를 3분의 1로 줄이고, 기존 관행을 규정으로 명확히 하라고 했다는 내용을 설명하며 “독일의 경우 이사수는 60명이 기준이다. 3분의 1인 20명이 정치인이고 이는 의석수에 따라 나눈 것”이라며 “나머지 40명을 법에서 정한 종교, 문화, 언론, 경영, 농민, 복지, 노동 등 (ZDF 경우) 총 15개 분야로 나누고 이 분야에서 40명을 정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심 교수는 특정 분야에서 5명을 추천하는데 그 분야 내 단체가 이보다 많으면 이사수를 늘린다고 설명하며 “정치인 수는 정해져 있고 나머지 사회 다양한 계층을 넣어 60명보다 많아지는 구조다. 2년 전 이사수는 77명이었다”고 부연했다.


심 교수는 “어떤 단체가 이사를 파견할 수 있는지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입법을 통한 사회적 대표성을 보장하는 제도가 된다. 그걸 시민이사회라고 부르는 것”이라며 “지금 국민참여 형태 시민이사회를 주장하는 분도 계시지만 저는 이게 법으로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ZDF이사장이 연방의원 세비의 10분의 1을 받는다. 대략 1200~1500유로 사이다. 주 단위 공영방송 세비는 주의원 10분의 1로 70유로 정도”라며 “현재 KBS이사회와 방문진 이사회 운영 비용이면 적어도 50~100명의 이사는 운영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이사를 거의 돈으로 길들이는 방식이 아니고 명예직 같은 개념이다. (우리나라 경우에도) 예산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준현 변호사(전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언론위원장) 역시 현 법개정이 더 많은 국민들의 참여를 보장한다는 취지를 반영해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게 국민참여 방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방통위 산하에 수신료 위원회를 둔다고 한다. 국민들이 구성하는 게 아니라 방통위 산하 조직에서 수신료를 받아가고 어떻게 쓰는지 회계감사를 하고, 이 정도인 건데 저는 관리 자리 하나 마련하는 개념이 아닌가 싶다”며 “KBS 같은 경우 국민들 수신료를 받아 지금까지 운영해 왔다. 국민들은 여기에 대해 어떤 발언도 개입도 하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참여하는 수신료 위원회를 지역별로 만들어내고 지역에서 대표를 참여시키고 그래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견들은 현재 국회에 계류된 법안에 ‘국민참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요구다. 현재 안의 여러 한계점 중 일부이기도하다. 지난해 7월 162명의 국회의원이 발의 당시 ‘언론장악 방지법’은 여야 합의, 즉 국회 통과를 염두에 두고 마련돼 공영방송의 완전한 정상화를 위한 법안으로서는 많은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각에서 ‘김재철 방지법’이라고 할 정도로, 공영방송 전반의 문제해결보다는 문제적 인사의 공영방송 사장 임명을 막는 데 집중된 안이기도 했다.


실제 이날 김민정 한국외대 교수가 발제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에 대한 검토’를 보면  현 법안의 여러 문제점이 거론된다. 해당 발제는 현 법안내용 중 ‘공영방송 지배구조 관련 조항’과 ‘노사동수 편성위 구성 규정’을 중심으로 여러 한계를 지적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관련해 김 교수는 7대4. 6대3 등의 여야 구성 비율을 7대6으로 바꾸는 데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던 균형추를 중간에 가까운 쪽으로 옮김으로써 공영방송을 감독하는 기구의 운영에 여야 어느 한쪽도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 것이므로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정당간 균형을 맞추는 방식이 과연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인가에 대한 비판도 가능하다. 공영방송이 집권 정치세력이 아니라할지라도 여전히 정당의 입김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 법안이 추구하는 것은 정치적 독립성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균형성이라는 평가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 역시 “정치세력뿐 아니라 사회집단도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는 ‘시민모델’의 도입이 진지하게 고려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구성에 대해선 “공영방송사 뿐만 아니라 민영방송사 일부에게도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필요 혹은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할 수 있다”고 검토했다.


이는 현행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방송법 제4조와 관련이 있다. 해당 조항은 “방송사업자는 방송편성책임자를 선임하고, 그 성명을 방송시간 내에 매일 1회 이상 공표하여야 하며, 방송편성책임자의 자율적인 방송편성을 보장하여야 한다”,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는 방송 프로그램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취재 및 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하고 이를 공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편성규약을 제작토록 강제할 뿐, 처벌조항이 없어 유명무실했다.


신설되는 조항에는 처벌조항이 담기고 사업자가 추천하는 5인, 취재·제작·편성부문 종사자 대표가 추천하는 5인이 편성위원회를 구성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이 포함됐다. 특히 언론장악 방지법 중 이 내용이 담긴 방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KBS뿐 아니라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등이 모두 편성위 구성 대상이 된다. 즉 거의 모든 방송사에 일괄적으로 편성위 구성을 강제하는 것인데 방송편성권의 주체가 누가 되고 편성권이 어떻게 행사돼야 하는지, 최종 결정권은 누가 가져야 하는지 등은 정치권, 방송사 내부, 학계의 논란 사안이었다.


김 교수는 반대하는 측에선 현재처럼 방송사업자가 자율적 판단 하에 편성위원회를 운영하는 게 타당하며,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구성 및 운영을 강제하는 것은 사업자 권한을 옥죌 수 있고, 매번 노사가 대립해 파업이 비일비재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찬성하는 쪽에선 노사 동수 편성위 구성이 즉각 방송중단으로 이어질 정도가 되진 않는다, 모든 프로그램이 아닌 일부 논란 보도에 대해 논의를 할 것이므로 절차상 보완을 하면 된다는 견해를 보인다고 전했다.


김준현 변호사도 이날 세미나에서 “노사동수 편성위 구성과 관련한 법안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방송사업자에게 독단적으로 방송을 하지 말고 종사자와 함께 해 편성규약을 만들고 규약에 따라 보도하고 취재하고 편성하라는 의무를 법에 둘 수는 있는데, 5대5로 이뤄져야 한다는 건 언론의 자유, 경영권, 언론인들의 제작자율성 권리 등이 상충하는 부분”이라며 “5대5라고 단정할 수 있나. 6대3이면 안되나. 이렇게 나눠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편성규약을 안하면 처벌하는 조항이 있는데, 개정안의 경우 편성규약은 한 회사내에서 이뤄지는 사적계약이다. 똑같은 문젠데 KBS에는 규약에 없어서 처벌을 못하고 MBC에는 규약에 있어서 처벌을 받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사적계약을 공권력을 동원해 처벌한다는 게 잘못된 발상 아닌가”라며 “제작자율성을 오히려 법이 감쇄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은 편성규약을 위반하면 어떤 형벌을 적용해 처벌하겠다 이렇게 나와 있는데 노사 간 정하는 편성규약이 법이 돼버리는 거다. 또 앞으로 정하게 되는 거고 아직 내용을 모른다. 명확하지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계류된 법안의 한계는 명확하지만 이런 의견들이 반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정치권 지형에서는 원안을 통과시키는 것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1년 여간 논의 자체가 없었던 ‘언론장악 방지법’은 최근 재논의를 시작했지만 현재 법안에 대해서도 자유한국당은 일부 조항의 삭제나 개정을 언급한 바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도 현 법안통과가 우선돼야 하는 것인지, 국민참여를 더 많이 보장하는 안 등이 반영돼 보완돼야 하는지, 아예 다른 대안이 필요한 것인지 여러 의견이 분분했다. 다만 법안통과와 무관하게 지속 고민을 이어가야 할 사안이라는 점은 분명히 드러났다.


김민정 한국외대 교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법이 소폭의 개정안이기 때문에 지니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리 공영방송이 시급히 개선책을 찾아야 하는 문제에 대해 일정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며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성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 구현에 있어서 중요하지만 유일한 문제가 아니며, 공영방송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관심과 대안 모색이 요구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촛불시민들이 외쳤던 걸 곰곰 생각해보면 ‘공범’이 됐기 때문에 정치권력에 부역하도록 한 이 시스템을 바꿔야 되는 것은 맞다고 본다”며 “여러 안들이 있고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동의를 하고 논의를 시작하는 건데 언론노조는 어떤 안이 특별히 더 좋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정부여당의 프리미엄을 인정하며 가는 구도는 고민해 봐야 한다. 여야가 손을 떼는 경우라면 특별다수제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준현 변호사는 “KBS이사와 방문진 이사가 내년에 바뀐다. 현재는 구 여권을 지지하는 이사들이 더 많은데 그 분들 임기가 내년 중후반이면 만료가 된다. 현행법상 구조대로 간다면 현재 여당이 다수가 되고, 김장겸, 고대영 사장에 대한 이사회 해임결의도 가능하다”며 “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현 경영진 교체는 가능하다. 시간이 가만 해결된다. 다만 기다리는 게 나은 건지 부족한 법안이라도 통과시키는 게 맞는 건지는 정치적 판단이라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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