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파업, 시민들 믿고 가달라"

21일 대전 '돌마고' 집회, 지역MBC 낙하산 척결 결의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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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MBC 낙하산 철폐하라" "낙하산 사장 거부! 우리는 공수부대가 아니다" "낙하산을 몰아내고 MBC를 살려내자!" "김원배 방문진 이사는 사퇴하라!"


MBC·KBS 총파업 18일째를 맞은 지난 21일 대전이 들썩거렸다. 지역MBC 17개지부 언론인과 시민단체, 대전시민 등 600여명은 이날 저녁 대전 서구 둔산동 교보문고 앞 거리에서 열린 '대전 돌마고(돌아오라 마봉춘 고봉순)' 집회에서 지역 공영방송 정상화와 낙하산 사장 철폐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김민식 MBC PD의 방문과 가수 김장훈씨의 공연으로 대전시민들의 호응도 컸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4일부터 공정방송을 위한 총파업에 돌입해 김장겸 사장,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들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지역MBC에서는 낙하산 사장들의 퇴진운동도 벌이고 있다.



21일 집회에 참석한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지역 공영방송의 중요성과 낙하산 사장의 부작용을 강조하면서 이들의 파업을 응원했다.


김 교수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수백명의 시민이 무고하게 목숨을 잃었다. 저는 이 사실을 대학에 입학한 1986년에야 처음 알았다"며 "그때 언론이 침묵했다. 특히 공영방송 MBC와 KBS가 시민이 아닌 정권을 위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지역 공영방송은 단순히 (서울 뉴스를) 실어나르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지역 고유의 문화와 여론 형성에 기여한다"며 "그런데 지역실정에 둔감한 본사 출신 낙하산 인사들이 지역방송 사장으로 온다. 그들은 지역민보다 서울을 위해 일하면서 지역방송이 제기능을 못 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서울 사장이 투하한 낙하산들로 지역 공영방송의 영향력은 고사하고 존재감 마저 사라지고 있다"며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 몸무림치는 MBC와 KBS 구성원들을 끝까지 응원해달라. 구성원 여러분 우리가 당신들을 지키겠다. 시민들을 믿고 가달라"고 말했다.



4살 아들 민준군과 집회 무대에 오른 박지현 원주MBC 아나운서는 "아들이 '투쟁이 뭐예요'라고 물어본다. '꼭 해야 하는 이야기를 못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투쟁하는 거예요'라고 답하곤 한다"며 "파업하는 동안 우리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생각하게 됐다. 아들에게 '만나면 좋은 친구 MBC'를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 아나운서와 아들 민준군은 투쟁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불렀다.


김민식 MBC PD는 이진숙 대전MBC 사장과의 악연을 소개하며 지부의 퇴진 운동에 힘을 실었다.


김 PD는 "영화 공범자들 마지막에 저와 이용마 기자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검찰이 2년을 구형했는데, 그때 검찰측 증인으로 '쟤들은 구속해야 한다'고 가장 강하게 말한 사람이 이진숙 사장"이라며 "이용마는 선배 이진숙과 보도국에서 10여년을 같이 일했다. 선배가 후배를 구속하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PD는 "공범자들에서 정영하 전 언론노조 MBC본부장이 '파업은 거래가 아니다'라고 하는데, 정말 그렇다. 노동자들이 하다하다 할 게 없어서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게 파업"이라며 "2012년에는 MBC가 망할 것 같다는 위기감에 있었다면, 2017년에는 더 이상 망가질 게 없다는 생각이다. MBC를 살리고 싶다는 간절함이 2012년보다 몇 배 더 크다"고 덧붙였다.



집회에 앞서 지역MBC 17개 지부 언론인들은 '지역MBC 낙하산 철폐 결의대회'를 열고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졌다. 대전에 거주하는 김원배 방문진 이사(전 목원대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김 이사의 자택과 출석 교회 주변, 대전시내에서 '김원배 퇴진 홍보전단'을 붙이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한신 언론노조 MBC본부 대전지부장은 "대전이 언론 적폐의 성지가 됐다. 대전MBC 이진숙 사장을 비롯해 최혁재 보도국장, 대전KBS 정지환 총국장이 모두 여기에 있다"며 "파업 18일차가 됐지만 적폐 인사들과 내부의 부역자들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전 조합원이 똘똘뭉쳐 공정방송을 사수하자"고 강조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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