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MB 블랙리스트' 보도…한겨레만 단독 행진

방송 장악 문건 보도에도 대다수 언론 소극적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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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과 프로그램 퇴출 작업을 벌인 게 드러난 가운데, 한겨레와 경향을 제외한 대다수 신문은 이와 관련해 소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국정원이 문화예술계 인사의 방송 출연을 막기 위해 공작을 벌인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알려진 지난 12일부터 14일자까지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지난 18일이 돼서야 동아일보는 <MB 향하는 文 정부 적폐청산 칼날>(10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MB 블랙리스트’ 이슈를 다뤘다. 동아는 검찰과 감사원, 정치권에서 압박을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사정 드라이브’가 이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는 리드문으로 초점을 ‘검찰 수사’에 맞췄다.


중앙일보는 지난 15일과 19일 ‘블랙리스트’ 피해자로 알려진 배우 문성근씨의 사연으로 관련 보도를 시작했다. 중앙은 <“문성근 김여진 저질 합성사진, MB때 국정원이 제작 유포”> <문성근 “블랙리스트 최대 피해자는 김규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보원이 배우 문성근씨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한 공작을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명박 정권 당시 국정원이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이어 MBC와 KBS를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방송장악 문건’을 작성한 게 확인됐다. 이에 대해 대다수의 신문은 침묵하거나 소극 보도로 일관한 가운데, 한겨레만이 문건을 단독 입수해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정민 중앙일보 편집국장은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디지털퍼스트라는 제작방식 때문이지 블랙리스트건을 소홀히 하거나 특별히 적게 다룬 것은 아니”라며 “블랙리스트 건이 나올 때마다 신문에 중계방송처럼 하는 것은 우리의 제작 방향에 맞지 않다. 지면에는 기획이나 새로운 팩트, 혹은 심층 해설을 싣는 것인데 아직까지 그렇게 쓸 만한 것들이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MB블랙리스트 이슈를 비중 있게 보도한 매체는 경향과 한겨레였다. 특히 한겨레는 ‘2010년 방송장악 문건’을 입수, 18일 단독 보도를 터뜨렸다. 한겨레는 <MB국정원, KBS MBC 사찰 ‘방송장악 총지휘’> 기사를 톱뉴스로 배치,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보원이 KBS와 MBC 간부와 기자들을 사찰하고,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과 프로그램 등을 퇴출하는 공작을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19일에도 <MB국정원, SBS에도 블랙리스트 연예인 퇴출 압박>(8면) 보도를 통해 당시 국정원의 칼날을 SBS도 비껴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한겨레는 “국정원은 SBS에 배우 김민선씨의 출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때 사회를 본 권해효씨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방송에서는 JTBC의 보도가 두드러졌다. JTBC는 지난 11일 뉴스룸에서 <MB정부 국정원도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82명 대상> <“좌편향 인사 파악” MB정부 민정·홍보 수석 ‘지시’ 있었다> 리포트를 연이어 보도한 데 이어 12일에는 <MB청와대 기획·국정원 연출…방송 프로그램·인사까지 개입> <MB 정부 국정원 방안과 방송 ‘실제 개편’ 비교해 보니…> <‘MB정부 블랙리스트’ 82명 살펴보니…의외의 인물도> 등 3꼭지를 편성하는 등 연일 관련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JTBC뉴스룸의 손석희 앵커는 14일자 앵커브리핑을 통해 “국정원은 정권에 협조적이었던 방송사와의 협업을 통해 정권의 마음에 들지 않는 연예인들의 입을 막으려 시도했다”며 “진정한 의미의 콜라보라시옹은 부끄러운 과거를 드러내고 철저하게 청산함으로서 새롭게 나아감을 기약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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