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방송장악' 문건 가담자, 국정원 1급고위직 확인"

당시 문건을 작성한 국정원 소속 정보관은 현재 문재인 정부 하에서 1급 고위직 핵심 요직에 발탁된 상태입니다. 국정원 적폐청산TF가 발족됐지만, 방송장악의 행방을 제대로 밝혀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김연국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은 20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사옥 로비 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추가적인 사실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국정원에는 언론장악 문건을 주도한 적폐 인사가 여전히 고위직을 맡으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검찰과 국정원TF가 방송장악과 관련해 가담자를 색출하고 있는 만큼, 수사의 신뢰도에 대해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김연국 언론노조MBC본부장이 20일 오전에 열린 MB블랙리스트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또 현재 MBC 내부에서도 적폐 세력이 그대로 잔존해, 대대적인 수사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김 본부장은 현재 국정원은 몇 장의 보도자료 형태로 문건 내용의 일부만을 공개하고 있다. 문서 원본 공개만으로도 불충분하다. MBC를 담당해온 국정원 직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문건을 작성했는지 일일보고서 원문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정원TF가 지난 18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지난 20103월에 작성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은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 지시로 만들어졌고 청와대에 보고된 사실이 드러났다. 13장으로 이뤄진 문건에는 좌편향 인사와 시사프로그램 퇴출, 노조 무력화, 민영화 등 3단계에 거쳐 MBC를 물갈이하겠다는 계획이 담겨있다. 김 본부장은 “MBC를 장악하기 위한 국정원 문건에는 영구 퇴출’ ‘척결’ ‘물갈이와 같이 원색적인 표현이 담겨있다. MBC 내부에서 적극적인 협력자가 없었다면 실행되지 않았을 내용이라며 해당 문건은 김재철 전 사장 체제뿐만 아니라 김종국-안광한-김장겸 체제에서도 지속적으로 실행되거나 관철시키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았다. 지금도 MBC 내부자들에 의해 현재진행형 상태이라고 폭로했다.

 

지역사 사장과 보도국 대대적인 물갈이

 

해당 문건은 지난 7년간 MBC 내부에서 벌어진 인사와 교묘하게 일치했다. 최장원 8기 노동조합 사무처장은 김재철 전 사장 등 경영진은 지역사와 관계사의 임원 물갈이에 이어 본사 보도국의 국장과 부장단 인사도 문건을 토대로 실행했다고 밝혔다. 특히 국정원의 지시 사항을 실행하는 과정 속에서 MBC 내부 경영진뿐만 아니라 MBC를 관리 감독하는 방송문화진흥회도 직접적인 공범자였다는 점을 들춰냈다. 최 전 차장은 김우룡, 김광동, 차기환 등 당시 방문진 이사들의 조력이 컸다고 본다. 실제로 김광동 이사가 들어오며 논설위원실 인사가 대폭 교체됐다. 당시 논설위원들은 MBC논평을 통해 정부를 비판하는 아이템을 냈다고 설명했다.

 

▲안준식 8기 노동조합 편제 민실위 간사.

보도국 장악도 순식간에 이뤄졌다. 최 전 차장에 따르면 지난 20112월 당시 기획본부장이었던 전영배를 보도본부장으로 임명하며 보도국은 수난을 겪기 시작했다. 전영배 체제 하에서 보도국 인사가 났는데, 그때 김장겸이 정치부장이 됐고 박용찬이 사회2부장으로 오게 된 것. 그는 당시 스트레이트 취재를 관리할 능력이 안된다는 평가를 받은 김장겸 생활과학부장이 정치부장으로 온 건 굉장히 이상한 일이었는데 문건을 통해 그 배경이 확인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최 전 차장은 당시 전영배는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의 대학선후배 사이로, MB->이동관->김재철->전영배 등의 그림이 그려진다. 모든 MBC 장악의 정점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다고 폭로했다.

 

문건 제작 당시 PD수첩 제작진이자 지난 2012년 공정방송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최승호 MBC 해직PD(‘뉴스타파’ PD 공범자들감독)마침내 청와대가 어떤 시나리오와 계획으로 내부 공범자들을 이용해 KBSMBC를 장악했는지 밝혀졌다당시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를 교체하고 100분토론을 진행하던 손석희 앵커를 내쫓는 등 MBC의 자해가 일어난 건 국정원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무력화, 프로그램 폐지 수순 이어져

 

노조 파괴도 조직적으로 행해진 게 드러났다. 이세훈 8기 노동조합 교섭쟁의국장은 지난 2010년 이후 현재까지 해고 10명을 포함해 총 216명이 대기발령 이상의 징계를 받았다. 지역사까지 포함해 조합원이 총 20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10명 중에 1명은 대기발령 이상의 감봉 징계를 받은 것이라며 사측은 직원들을 상대로 징계와 전보뿐만 아니라, 단협을 해지하는 조치도 과감하게 실행했다. 타임오프제 기간 만료를 이유를 들며 조합 활동의 위축을 도모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뉴스후' 제작진이었던 이재훈 기자.

정권이 불편해하는 시사프로그램도 대거 폐지됐다. 안준식 8기 노동조합 편제 민실위 간사는 문건에 따르면 PD수첩과 후플러스, 시사매거진 2580 등 대다수의 시사프로그램이 퇴출 지시를 받았다. 실제로 시나리오가 그대로 실행됐다. 당시 보도에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이자 꾸준히 시청률 6%를 유지해온 후플러스는 논란 끝에 폐지됐다고 전했다. 당시 뉴스후 제작진이었던 이재훈 기자 또한 정권 비판 보도를 비롯해 이슈를 계속적으로 끌어가는 시사보도프로그램으로서 다른 프로와는 상당히 차별화된 포맷이었다. 시청자 반응도 평균 10% 안팎에서 20%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좋았다. 그런데 퇴출 타깃으로 지목되며 후플러스로 창씨개명을 해야 했고, 결국 폐지 수순을 밟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연국 MBC본부장은 기자회견 말미에 지시부터 작성, 문건이 실행되기까지 누가 가담했는지 분명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단지 지휘부에 보고했다고만 돼있다국정원장부터 방통위원장, 홍보수석, 대통령까지 모두 최종 책임자가 아닌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본부장은 문건의 최초 작성 시기는 2010년이나, 효력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계속 진행돼왔다. 검찰은 수사 대상을 확대해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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